2020.02.04
"두 기업 결합땐 독과점 심각"
8개 핵심사업 매각 전제하에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 결정
외국정부도 유사조치 취할듯
공정거래위원회가 바이오의약품 연구·제조 과정에 쓰이는 장비를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 다나허코퍼레이션과 GE 바이오의약(GE BioPharma)의 인수·합병(M&A)에 부분적 불가 판정을 내렸다.
합병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선 다나허·GE 중 한쪽 자산을 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는 조치다.
바이오산업은 작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충북 오송연구단지를 찾아 집중 육성하기로 한 사업이다. 두 기업 간 합병으로 국내 시장에서 독과점이 발생하게 돼 정부가 '제조업 3대 핵심 신산업'의 한 축으로 지정해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 시장에 '직격탄'이 예상된다는 논리다.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다나허와 GE가 지난해 5월 신고한 기업 결합 신고 건에 대해 양사가 공통으로 취급하는 32개 바이오공정 제품 중 8개 제품은 합병이 불가하다고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두 기업 중 한쪽의 8개 사업 부문을 매각해야 나머지 부분에서 합병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나허는 생명과학·진단학·수처리·치의학 등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바이오업체로 임플란트 등 분야에선 글로벌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제조공정 제품을 생산하는 GE 바이오파마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하고 같은 해 5월 공정위에 "기업 결합을 심사해 달라"고 신고했다. 다나허와 GE처럼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 간 결합은 개별 국가가 자국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해 허용 여부를 판단한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8개 제품은 마이크로캐리어, 일회용 LPLC 스키드, 통상의 LPLC 컬럼, 친화성 레진, 이온 교환 레진, 혼합 모드 레진, 연속 크로마토그래피 스키드, 비표지 분석법 등이다. 이들 제품 시장에서 양사 점유율을 합치면 최소 50.9%에서 최대 87.4%에 이르러 독과점 수준에 달한다. 황윤환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두 기업 간 결합은 바이오공정 제품 대부분을 수입하고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이 세계 2위 수준인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GE의 바이오의약 사업부는 국내 매출이 연간 1조6945억원(2018년 기준)에 달한다. 바이오 분야는 국내 산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특성상 다국적기업 점유율이 불가피하게 높다. 바이오의약품 연구·제조에 쓰이는 장비·소모품 국산화율이 16.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에 독과점 우려와 함께 국내 신산업 성장과 걸음마 단계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이유를 이례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공정위는 "바이오공정 제품 시장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면서 정부가 새로운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는 3대 핵심 신산업 중 하나인 바이오산업 성장·혁신을 보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후발 주자인 한국 기업들을 지원해 장비·소모품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 경쟁 보호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바이오산업 혁신 정책 방향 및 핵심 과제'를 발표하는 등 바이오산업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작년 5월 충북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바이오헬스는 젊은 산업이고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신약 연구개발과 빅데이터 활용 등 바이오헬스 분야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바이오헬스 선도 국가의 꿈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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