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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매각(True Sale) issue. 금융감독원 "(양도인이) 45% 미만의 지분투자하고., 펀드의 의사결정이 독립적이면 일반적으로 양도요건 충족한다"

Bonjour Kwon 2015. 9. 22. 07:17

 

 

투자지분 50% 미만요건은 충족…위험·보상 이전여부는 불투명

 

2012.06.27

더벨

 

국민은행이 파인트리자산운용과 공동으로 만든 NPL펀드에 대해 펀드 설립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금융당국이 '진성매각(true sale)'을 인정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은행의 해당 펀드에 대한 출자지분은 45% 미만이다. 양도인인 국민은행의 양수인에 대한 지분이 50% 이하여서, 형식적으로는 진성 매각 요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위험과 보상의 대부분이 (양도인에서 양수인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달 초 파인트리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설립한 NPL펀드(5년 만기)에 부실채권 3290억 원을 매각했다. 국민은행은 이 펀드에 지분투자 형식으로 참여했고, 펀드의 운용은 파인트리자산운용이 맡는다.

 

국민은행이 매각한 부실채권은 일반담보부채권으로, 국민은행은 해당 채권 매각으로 3월 말 현재 1.64%인 부실채권비율을 1.5%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이 이 처럼 펀드 형태를 통해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것은, 기존의 유동화증권 발행 형태로는 국제회계기준(IFRS) 상 진성매각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IFRS에서 자산매각이 진성매각으로 인정받으려면, 위험과 보상이 양수인에서 양도인으로 완전히 넘어가야 한다. 통상 △법률상 자산의 소유권이 양수자에게 넘어갔는지 △양수자가 해당 자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지 여부 △양도자의 해당 자산에 대한 통제권 상실 등이 진성 매각의 판단 기준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양도인이) 45% 미만의 지분투자를 했으며, 펀드의 의사결정이 독립적으로 이뤄지면 일반적으로는 양도요건을 충족한다"면서 "다만 국민은행의 NPL펀드가 사모 형태여서 정확한 지분구조를 알기 어렵고, 향후 규정 충족 요건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45% 미만으로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며 "진성매각 논란이 일지 않도록 펀드를 구조화했다"고 밝혔다. 매각한 NPL의 소유권이 펀드로 완전히 이전됐고, 펀드가 매입 자산의 처분에 대해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과 보상의 이전 요건 또한 진성매각에서 핵심 이슈다. 만약 국민은행이 펀드에 지급보증을 한다든지, 풋옵션을 보유하는 등의 조건이 붙는다면 진성매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풋백옵션이나 지급보증 등의 조건들은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상보다는 위험에 초점을 맞춰서 본다"며 "부실채권은 중도에 회수가 중단될 수도 있고, 이자지급이 지연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대납해 주는 것도 진성매각의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부실채권 매각거래의 특성상 회수 과정에서 통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국민은행이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상' 측면에서는 부실채권의 회수시 발생하는 이익의 귀속 주체에 따라, 진성매각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부실채권 회수 금액이 펀드에 매각한 금액보다 높아, 그 이익을 국민은행이 모두 가져간다면 진성매각이 성립되지 않는다. 회수금액이 매각가액보다 높을 가능성은 펀드의 운용사인 파인트리자산운용의 운용능력과 펀드 만기시까지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매각 자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통제권'과 관련, 국민은행 측은 "은행이 가지는 통제권이 전혀 없고, 파인트리와 집합투자자들이 모두 가지고 있다"고 밝

 

 

<2012.05.01>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현금을 확보하고 부채를 상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정비용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비용절감이나 구조조정, 자회사 매각 등의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부채를 상환하는 상황을 ‘디레버리지(deverage) 한다’고 표현한다. 레버리지(leverage)의 본래 뜻은 ‘지렛대’인데 회계상으로는 부채를 의미한다. 부채를 상환하면, 즉 디레버리지를 하면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진다. 이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회사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파산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 중 구조조정이나 자회사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은 회사의 사업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중대한 의사결정이다. 국내 기업 중 이 분야의 모범이 될 만한 기업으로 두산그룹을 꼽을 수 있다. 한때 오비맥주와 두산주류, 종가집김치, 코닥칼라 등을 계열사로 보유하던 두산그룹은 두산주류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를 차례로 매각했다. 이렇게 마련한 현금으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해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180도 바꿨다. 만약 두산그룹이 오비맥주와 종가집김치, 코닥칼라를 지금까지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오늘날의 두산그룹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위상이 낮았을 것이다. 이는 다국적 기업 듀폰(Dupont)이나 GE가 계속해서 새로운 계열사를 매입하고 기존 계열사를 매각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가는 모습과 유사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두산그룹은 중장비 및 플랜트 분야 기업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건설 중장비 회사 밥캣(Bobcat)과 관련된 사업 부문을 잉거솔랜드(Ingersoll-Rand)로부터 인수했다. 2007년 이뤄진 이 거래는 무려 51억 달러의 규모를 자랑한다. 거래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M&A 규모로 역대 최대였다. 그 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 중장비 부문에서 세계 6∼7위권에 속하는, 세계 20여 개 국에 공장을 갖고 3600개 딜러 망을 보유한 거대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당시까지 한국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대규모 해외 M&A였다.

 

이 거래는 전략적 측면에서 두산에 최적의 거래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및 아시아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지만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는 브랜드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30% 이상 시장점유율을 가진 밥캣을 인수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금상첨화로 밥캣과 두산이 각각 생산하는 건설 중장비는 종류가 겹치지 않았다. 따라서 두산이 생산한 장비에 밥캣 브랜드를 달아 밥캣이 확보한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 가능했다. 즉 시너지 효과가 상당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두산의 밥캣 인수는 전략적 측면에서 최적의 거래였다. 다만 회계적 측면에서 볼 때는 문제가 있었다. 거래가 이뤄졌던 2007년은 미국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올라서 막 꺼지기 직전이었다. 잉거솔랜드가 밥캣을 매물로 내놨을 때 부동산 거품 덕분에 밥캣의 이익이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두산그룹의 자회사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두산은 밥캣 인수대금 51억 달러 가운데 4억 달러는 보유 자금으로, 10억 달러는 국내에서 차입한 자금으로, 37억 달러는 현지에서 차입한 자금으로 조달했다. 그런데 2008년 후반기에 부동산 거품이 터지고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밥캣이 내는 이익으로 부채를 갚아야 할 텐데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건설장비를 생산하는 밥캣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 밥캣은 적자로 돌아섰다.

 

밥캣 인수 때문에 조달한 부채를 갚기 위해 두산은 전사적으로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우선 2008년 말 소주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를 롯데칠성에 5300억 원에 매각했다. 오비맥주에 이어 두산주류까지 매각하면서 술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추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두산은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혁신적인 자회사 매각 방안을 세웠다. 이는 자금 마련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두산은 방위산업 전문업체인 두산DST, 병뚜껑을 만드는 삼화왕관, 버거킹과 KFC를 운영하는 SRS, 한국 최초 훈련기를 만든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여러 회사를 묶어서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식을 ‘자산 묶음(asset pooling)’을 통한 매각이라고 부른다. 이 방식을 활용하기 위해 두산은 우선 2800억 원을 투자해서 DIP홀딩스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매각 대금으로 1500억 원을 받게 돼 있었으므로 실제 현금 투자액은 1300억 원 정도였다.

 

이 과정에는 IMM Private Equity와 미래에셋 맵스 PEF라는 두 개의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가 참여했다. 이들 두 사모펀드는 공동으로 오딘홀딩스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데 2700억 원을 투자했다. DIP홀딩스와 오딘홀딩스는 앞에 언급한 회사 네 곳의 지분을 총 7900억 원에 인수한다. 두산과 두 사모펀드들이 출자한 금액이 5500억 원(2800억 원+2700억 원)에 불과하므로 7900억 원과의 차액 2400억 원은 DIP홀딩스와 오딘홀딩스가 하나은행 등 금융권에서 차입해서 마련했다. DIP홀딩스는 두산그룹에서 분리된 4개 자회사 지분 중 51%를, 오딘홀딩스는 49%를 보유한다. 51%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4개 회사의 경영권은 두산이 계속 행사할 수 있었다.

 

두산그룹은 DIP홀딩스에 2800억 원의 현금을 투자했지만 자회사 매각 대금으로 모두 7900억 원을 받았으니 양 금액의 차이인 5100억 원만큼을 조달한 셈이 된다. 이렇게 조달된 7900억 원 중 6300억 원이 두산인프라코어에 투입됐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51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경영권을 유지하는 거래이므로 두산은 당분간 시간을 벌면서 다시 기회를 볼 수 있었다. 급하게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회사를 매각한다면 제값을 받을 수 없으므로 거래를 통해 당장 필요한 현금은 조달하면서 서서히 시간을 두고 매수자를 찾고자 하는 거래였던 셈이다. 두산과 미래에셋 및 IMM의 실무진이 머리를 맞대고 이런 거래 구조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자금 조달을 위해 자회사 매각을 고려하는 다른 기업들이 참고할 만하다.1)

 

1) 이 거래를 통해 두산그룹의 실제 부채가 조달된 자금 5100억 원만큼 감소한 것은 아니다. DIP홀딩스는 ㈜두산의 자회사다. 4곳 자회사의 지분을 팔아 조달한 현금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를 갚았지만 ㈜두산의 자회사가 외부에서 부채를 1222억 원만큼 빌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두산의 부채는 늘어난 셈이다. 따라서 두산그룹 전체로 보면 부채는 5100억 원과 1222억 원의 차이만큼 감소했다. 즉 당시까지만 해도 진정한 의미의 자회사 매각(‘true sale’이라고 한다)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래에셋과 IMM 사모펀드의 참여

이 거래에 참여한 미래에셋 맵스 PEF는 미래에셋에서 설립한 사모펀드이므로 별도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2011년 5월 1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타이틀리스트 골프공과 풋조이 골프장갑을 생산하는 아큐시네트를 인수한 회사가 바로 미래에셋 맵스 PEF다. PEF에서 인수를 주도하면서 실제 회사를 경영할 전략적 투자자로 휠라코리아를 설득해서 참여하도록 만들어 유명해졌다.2)

 

미래에셋 맵스에 비해 IMM이라는 PEF는 일반인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IMM은 국내 PEF 1위인 MBK파트너스를 바짝 뒤쫓을 정도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토종 PEF다. 국내 대부분 PEF들이 국내 또는 외국의 개인 또는 기관 출자자의 대규모 자금을 받아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한 것에 비해 IMM은 공인회계사 출신인 송인준 대표가 몇몇 기관의 소액자금을 모아 시작한 작은 펀드가 시초였다. 그러나 설립 후 불과 10년이 지난 지금, IMM은 여러 거래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다수 국내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을 단골 고객으로 확보해 업계 강자로 뛰어올랐다.

 

 

 

이런 과정으로 조달한 자금을 이용해 두산은 밥캣의 부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밥캣 인수에 들어간 현지 부채 중 상당 부분을 상환하고 30억 달러 정도의 부채만 남았다. 2008년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며 그룹 계열사 주가가 모두 급락하는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두산 입장에서는 시장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었다(DBR 24호, 회계를 통해 본 세상 6 ‘먼저 맞는 매가 덜 아프다’ 참조). 그러나 이런 안도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미국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밥캣의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현금이 필요했다.

 

두산은 DIP홀딩스와 오딘홀딩스가 갖고 있는 회사 4곳 중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원래 2009년 최초 거래에서는 2012년 8월까지 서로 합의가 된 경우에만 매각을 하고 2012년 8월 이후에는 두산과 PEF 양쪽 중 누구든 drag-along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Drag-along이란 두산과 PEF가 매각에 의무적으로 공동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기를 원할 경우 외부 매입자가 제안한 조건대로 한쪽 지분을 다른 쪽에서 매입해주는 것을 말한다. 2009년 계약 시점부터 따지면 2012년까지는 최소 3년의 시간이 있다. 2012년으로 기한 여유를 둔 것은 밥캣 인수를 위해 빌린 현지 부채 상환이 2012년까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발 앞서 준비하는 두산의 행보

조항에 따라 두산은 최소 2012년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불황이 지속되고 세계 금융위기로 미래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고 판단되자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이 점이 다른 기업과의 차이점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위험이 눈앞에 닥쳐야만 비로소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두산은 구조조정의 오랜 경험을 통해 남들보다 한발 앞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 점이 오늘날 두산그룹을 우뚝 서게 한 동력이다.

 

두산은 2010년 말 병뚜껑 제조회사 삼화왕관의 지분 54%를 유리병 제조업체인 금비에 61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2011년 1월에는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두산엔진을 상장하면서 보유 주식을 매각해 추가로 1300억 원을 마련했다. 3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자회사인 두산공정기계중국유한공사의 지분 20%를 미래에셋, IMM, 하나대투증권 등의 PEF에 매각했다. 앞서 설명한 두산의 2009년 자회사 매각 때 참여했던 팀들이 다시 뭉친 것이다.

 

이 같은 매각으로 조달한 자금은 총 3800억 원이다. PEF들은 두산공정기계중국유한공사의 지분을 보유하다가 몇 년 후 회사가 상장될 때 주식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거래에 포함됐던 4개 회사 중 하나인 SRS는 현재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은 2011년 6월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두산은 상장 후 일부 주식을 매각해 600억 원가량을 마련했다. 결국 4개 회사 중 2개가 이미 매각됐고 1개 회사는 매각 과정이 진행 중이다. 방산업체인 두산 DST만 매수자를 아직 찾지 못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1년 말 현재 남아 있는 부채는 30억 달러(순수 부채 23억 달러 및 전환우선주 8억 달러) 정도다. 이 부채는 만기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차례로 돌아온다. 두산은 2011년 말 채권단과 협상해 부채의 차환(refinancing)에 합의했다. 세계 경기가 더 나빠질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므로 여유가 있을 때 미리 협상을 마무리한 것이다. 부채 중 5억 달러는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상환하고 1억 달러는 밥캣이 보유한 현금으로 상환한다. 나머지 부채 17억 달러는 2015년부터 2017년 사이로 만기가 연장됐다. 전환우선주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동안 번 현금으로 전부 매입하기로 했다. 차환 계약이 2008년에 맺은 기존 계약에 비해 두산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DBR 34호, 회계를 통해 본 세상 15 ‘부채 100억 달러 샌즈 그룹의 교훈’ 참조).

 

이 거래가 완성되면 밥캣 관련 부채는 총 23억 달러 정도로 대폭 줄어든다. 2008년부터 두산을 괴롭히던 유동성 문제라는 악재가 거의 확실하게 사라지는 셈이다. 시장에서도 우호적인 해석이 우세하다. 두산이 밥캣 관련 부채 차환을 위해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 발행을 추진했을 때 발행금액의 8배에 달하는 신청이 쏟아졌다. 많은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두산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23억 달러의 부채는 현재 환율로 환산했을 때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현금 창출 능력으로 볼 때 경제 상황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다면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최소한 부채 만기가 2015년 이후로 미뤄졌으므로 몇 년 정도는 부채에 신경 쓰지 않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기업이었다면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었을 위기를 두산은 현명하게 대처했다.

 

금호아시아나의 생환을 위한 노력

대우건설 M&A 실패 이후 불어난 부채를 갚지 못해 워크아웃 상태인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부채 상환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1년 6월 대한통운을 CJ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11월 중순에는 자회사 매각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을 보면 두산그룹의 거래 내역과 상당히 흡사하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금호고속(100%),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39%), 대우건설 지분(12%), 경기고속도로 지분(25%)을 함께 묶어서(asset pooling) 파는 방식이다. 금호고속은 원래 금호산업의 한 사업부였지만 매각을 위해 자회사로 분리했다.

 

2012년 1월 IBK투자증권이 PEF를 구성해서 이들 주식을 9500억 원에 한꺼번에 인수하는 계약이 성사됐다. 인수자금 중 30%는 금호산업이 출자하고 나머지는 금융권 차입과 인수자 PEF의 출자로 충당한다. 이 자금으로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서 특수목적회사가 위에서 언급한 지분들을 소유하는 형태다. 매각대금으로 9500억 원을 받지만 3000억 원을 투자해야 하므로 실제로 이 거래를 통해 조달되는 자금은 6500억 원 정도다. 두산의 구조조정 경우를 보고 금호아시아나가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거래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금호고속의 경우 장차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이 계약 내용에 포함돼 있다. 금호고속이 그룹의 모태이자 수익성도 좋으므로 금호산업이 살아나면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다만 현재 금호산업의 경영 상태가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되찾아 올 만한 금전적 여유를 갖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른 회사의 지분은 완전히 매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 이 거래 역시 타이틀리스트 및 풋조이 브랜드를 휠라코리아가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전략적 측면에서는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무적 측면에서 본다면 불과 1억 달러를 투자한 휠라코리아가 나머지 인수대금 11억5000만 달러를 갚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이자비용으로만 연 600억 원 이상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본고의 주제에서 벗어나므로 생략한다.

 

이 거래가 성공하면 금호산업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부채를 하루 빨리 상환해야 한다. 금호산업의 부채는 2011년 3분기 기준 3조5000억 원, 부채 비율은 무려 2500%에 이른다. 부채 중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금융부채는 2조2000억 원 규모다. 금호산업은 이자비용으로만 2011년 3분기에만 1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썼고 분기 순손실 2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자비용만 반으로 줄여도 200억 원의 이익을 낼 수 있었다. 따라서 한시라도 빨리 부채를 갚아야 한다. 3000억 원을 PEF에 출자하면서 매각대금으로 9500억 원을 받기로 했으니 6500억 원이 회사로 들어오면 금융부채 중 3분의 1 정도를 상환할 수 있다. 또한 금호산업이 조만간 유상증자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도 부채 상환에 써야 할 것이다. 이러한 거래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

두산과 금호아시아나가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는 사례를 보면서 다른 기업들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분야와 어울리지 않는 업종의 자회사나 사업부는 분리해서 매각한다. 두산은 식품과 음료 등의 사업부를 차례로 정리했다. 금호아시아나도 금호종합금융을 우리은행 PEF에 매각했고 금호렌터카도 KT에 팔았다. 현금이 충분하다면 반드시 그럴 필요까지는 없겠으나 현금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비핵심 자회사나 사업부를 매각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마련한 현금으로 회사가 미래에 진출하려는 분야의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회사가 자회사 매각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회사로 분리한 후 상장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매각하거나 상장 전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두산의 경우 두산엔진의 상장, 두산공정기계중국유한공사의 지분 매각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도 금호고속을 금호산업의 자회사로 분리해서 일부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셋째, 경영권을 갖고 있지 않다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두산은 KAI 지분을 주식시장에서 매각했고 금호아시아나도 금호산업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하려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위험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면 바로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좀 더 기다려 보자’는 태도가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운이 좋아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기업 경영을 운에 맞길 수는 없다. 두산은 문제가 감지되자 부채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계획을 세워 자금 마련에 착수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 관련 부채 및 무려 3조 원에 이르는 풋옵션의 만기가 돌아오는 2009년 중순이 닥칠 때까지 가시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DBR 22호, 회계를 통해 본 세상4 ‘숨겨진 그림자, 풋옵션을 양지로’ 참조). 몇몇 자회사를 매각해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얘기가 2009년 초 이후 종종 나오기는 했지만 실제로 거래가 성사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부채 만기가 돌아왔고 그룹이 채권단 소유로 넘어간 후에도 1년 이상 지나서야 금호렌터카와 대한통운 매각이 성사됐다.

 

금호아시아나가 두산처럼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했다면 이런 상황에까지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한국의 다른 기업들이 대규모 M&A 이후 고통을 겪은 두산과 금호아시아나 사례에서 많은 교훈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동시에 받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더벨]국민銀 NPL펀드 '진성매각' 인정될까

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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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자금조달의 제왕, 두산이라고”

 

 

 

한국에서 자금조달 기술이 가장 뛰어난 기업은 어딘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단연 두산”이라고 답하겠다. 어떨 때 보면 참

존경스럽기도 하다. 돈만 잘 당겨오는 게 아니다. 자금조달 구조가 특이하면서도

시장의 호평을 받는다. 두산은 어떻게 해서 이런 기술을 가지게 되었는가.

이건 뒤에서 분석해 보기로 하고, 일단 과거의 사례를

들어보자(익 숙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복잡한 내용들이 될 수

있으나,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 드린다.).

 

 

2009년 6월이었다. 두산에서 연락이 왔다. 4개 계열사 구조조정과

자금조달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것. 당시 시장에서는 두산이 밥캣

인수 이후 자금난에 빠졌다는 이야기들이 돌고 있었다.

산업담당 데스크였던 필자에게 기자회견장에 나가 있던 기자로부터 전화보고가

왔다. 유정헌 미래에셋PEF 대표가 현장에 있다고 했다. 사모펀드 대표가

왜 그곳에 있지? 하는 의문을 품고 두산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봤다.

자금조달 구조는 이랬다.

 

당시 두산그룹이 지분을 팔겠다고 내놓은 계열사 4곳은 ▲두산DST

(방산업체) ▲KAI(한 국항공우주산업) 업) ▲SRS코리 아(외식업체), ), ▲삼화왕관( 병뚜껑업체).

. 두산그룹은 일단 이들 4개사 지분을 특수목적회사 (SPC)에 판다.

 

 

지분을 사들이는 SPC는 2개다. 하나는 ㈜두산이 2800억원을 출자해

만든다(DI P홀딩스). 또 하나는 미래에셋PEF 등 사모펀드들이 2700억원을 출자해

만든다(오딘 홀딩스) .

 

예를 들어 ㈜두산이 삼화왕관 주식 100주를 갖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DIP홀딩스 (두산그룹 출자 SPC)가 51주를 인수하고, 오딘홀딩스(

사모펀드 출자 SPC)가 49주를 인수하는 식이다. ㈜두산은 SPC들로부터 삼화왕관 지분대금을

받으면 된다. (SPC들은 출자금 외에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차입금 등으로 지분대금을 치른다.)

나머지 3개 회사(두산D ST, KAI, SRS코리아 )도 똑같은

방식이다. 만약 ㈜두산인프라 코어가 KAI 주식 200주를 가지고 있다면,

DIP홀딩스에 102주(5 1%)를 넘기고 오딘홀딩스에 98주(49 %)를 넘긴다. 두산인프라코 어는

SPC들로부터 KAI 지분대금을 받으면 된다.

이렇게 하면 구조조정 대상 4개 계열사는 두 개의

SPC가 공동으로 경영하는 일종의 조인트벤처들이 되는 셈이다. 4개 계열사

지분 총매각대금은 7800억원 이었다.

 

 

자, 그럼 두산그룹 입장에서 보자. ㈜두산은 SPC를 세우느라

출자자금으로 2800억원을 댔다. 하지만 ㈜두산이 가지고 있던 삼화왕관과 SRS코리아

지분을 SPC에 넘기고 1500억원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 투입자금은 1300억원 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는 두산그룹(두 산인프라코어와 와 ㈜두산 등)은 1300억원을 들여

7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이 된다.

 

 

 

 

<두산4개사 구조조정 자금조달 구조도

>

 

미래에셋PEF 같은 사모펀드들은 재무적 투자자(FI )다. 일단 SPC들이

지분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나중에는 이 지분들을 외부의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들은 투자수익을 올릴 기회를 엿보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사모펀드들이 출자한 SPC(오딘 홀딩스)가 삼화왕관 지분을 주당 1만원에 인수했다가 나중에

주당 1만 5000원에 외부매각한다면 주당 5000원의 수익을 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께름칙한 의문이 생긴다. 전례 없이

특이한 이런 구조로 4개사 지분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두산은

여전히 4개사 경영권을 유지했다.

이런 절묘한 구조에 대한 찬사와 함께 제기된 의문은,

이런 방식이 진성 매각(true sale)으로 볼 수 있느냐, 그리고

혹시 두산과 사모펀드들 간에 어떤 이면계약(두 산이 추후에 사모펀드들로 부터

지분을 되사주기로 약속한 풋백옵션의 존재)이 있지는 않으냐는 것이었다.

 

 

여기에 대한 설명은 미래에셋PE F의 유정헌 대표가 직접

나섰다. 그는 “이면계약은 일체 없다. 두산 4개사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충분히 연구했고 투자수익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유 대표의 역할은 바로 이것이었다. ‘true sale’이 라는 걸 PEF 대표가

직접 언급해주는 것.

 

2011년 5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두산건설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2200억원 어치 교환사채(E B)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사채발행으로 들어온 자금을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두산건설

자본확충 방안인 셈이다.두산중공업이 생돈 박아넣는 식으로 두산건설에 자금을 수혈하는 것이

아니라 잉여지분(당시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지분을 73% 보유)을 활용해 자금을

마련, 두산건설 유동성에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시장에서는 “이전에 보기 어려운 재무적

툴을 이용한 독특한 방식의 자금조달기법 ”이라느니, “앞으로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느니 하는

반응들이 나왔다.

 

두산중공업으 로서는 ‘꿩 먹고 알 먹기’였다. 첫째는, 두산건설

잉여지분을 EB(교환사 채) 발행을 통해 해소하는 방식으로 두산건설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다. 둘째는 두산건설 지분율을 50% 아래로 떨어뜨림으로써 두산건설을

IFRS(국 제회계기준) 연결대상에서 제외시킨다. 즉 두산건설이 보유한 과다 차입금을 두산중공업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아도 되는 효과가 있다.

 

 

 

 

 

 

이보다 앞서 2008년으로 한번 가보자. 두산그룹은 이른바 ‘스테이플드

파이낸싱(S tapled-Finan -Financing)’을 cing)’을 을 통한 사업매각을 성공시킨 적이

있었다. M&A에서 매도자가 기업(또는 사업)을 팔면서 인수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자금조달

등)을 미리 패키지로 만들어주는 방식을 말한다.

 

 

당시 ㈜두산은 포장용기 제조사업을 사모펀드 MBK파트너 스에 4000억원에

매각했다. ㈜두산은 이 과정에서 포장용기 사업을 물적분할해 1992억원의 부채를

넘겼고, MBK는 이에 따라 2008억원 (4000억-1992억 -1992억)만 )만 현금으로 지불했다.

㈜두산이 직접 인수자금을 빌려준 것은 아니지만 매각 사업부문을

분할하면서 일정규모 부채를 넘겨 MBK가 사실상 M&A 자금을 차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 셈이다.

 

2012년 이후에도 두산의 현란한 기술은 이어진다. 그 해

5월 두산은 5개 계열사 합동 자금조달에 나선다. ㈜두산, 두산인프라코

어, 두산중공업, 두산엔진, 두산건설 등 신용위험이 높은 계열사와 낮은 계열사를

묶어 자산유동화기 업어음(ABCP)과 CP)과 자산유동화대 출채권(ABL) L) 발행방식을 통해 2500억원을 조달한다.

우리투자증권이 이들 5개사에 각각 500억원씩 총 2500억원을 대출해주고,

대출채권을 유동화 회사(SPC )에 넘겼다. SPC는 5개사 대출채권을 기초로

ABL과 ABCP를 발행,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10월에는 두산인프라코 어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5억 달러의

영구채 발행에 성공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영구채를

자본으로 봐야 하느냐, 부채로 봐야 하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결국 자본 인정을 받았다.

 

두산이라고 항상 기가 막히게 자금을 조달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2007년 밥캣 인수에 참여했던 재무적 투자자(FI )들에게 약

12억 달러(1조 4000억원 )를 상환해야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2011년

말쯤 겨우 리파이낸싱에 성공, 만기를 연장해서 한숨 돌렸다.

어쨌든 두산은 자본시장에 특이한 것을 가끔 내놓는 회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룹 회장도 트윗이나 페이스북을 열심히 해 가끔

언론에 오르내리는 특이한 분이다.)

 

 

2012년 3월로 기억된다. ㈜두산이 갑자기 ‘감자결정’ 공시를 내

투자자들은 화들짝 놀래켰다. 알고 보니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소각감자한다는 내용이었다. 투자자들에게 있어 감자는 주로 자본잠식 기업들이 주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감자차익을 발생시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행위로 인식이 돼 있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이 처음에는 ㈜두산의 감자 공시를 접하고 어리둥절해하 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두산인프라코 어, 두산건설, 밥캣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두산이 이 자사주를 팔아 이들 계열사에게

현금을 수혈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해왔다. 그러나 ㈜두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407만 주의 보통주와 37만여 주의 우선주를 소각해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결정을

했다. 총 7000여억 원의 잠정가치를 포기한 셈이다.

 

 

이번에 보니 지난 11월 25일 공시에서 두산건설이 10대1

감자를 단행한다고 한다. 여기서 발생시킨 대규모 감자차익으로 과거에 발생한

주식할인발행 차금을 없애고, 배당가능이익을 회계적으로 만들어 낼 모양이다. 최종목적은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상환전환우선 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 역시 이전에 다른 회사가 추진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필자 기억에는 그렇다. 두산의 자금조달기술은

이렇게 참으로 현란하다.

 

두산의 이런 강점은 어디서 왔나. 두산은 잘 알려졌다시피

외환위기 무렵 맥주 등 음식료를 중심으로 한 단순 소비재

그룹에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중공업 중심그룹으로 대전환했다. 과정에서 수많은 M&A와

구조조정,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거치면서 갈고 닦은 역량이 만만치 않다.

또 하나는 유동성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그룹과 달리

두산은 대개 선제적 조치에 능하다. 그러다 보니 자금조달구조를 짜는

데 있어 증권사 IB(inv est bank) 부서나 사모펀드들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토의를 거듭한다. 현란한 듯하면서도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 구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룹 자체가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좋지 않거나 경제상황이

불안해지면 자금조달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먹히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기본

체력과 체질이 강해야 선제적 구조조정과 재무구조개선이 제대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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