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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 용역…지주사 전환 내용 나올 가능성.삼성준법감시위원회 "삼성 지배구조 개선 활동" 어떻게 되나? 시장관심. 삼성물산.삼성생명에

Bonjour Kwon 2021. 10. 5. 14:01

[재계 뒷담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삼성 지배구조 개선 활동" 외침의 공허함
김성화 기자 승인 2021.10.05 13: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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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 용역…지주사 전환 내용 나올 가능성
4세 승계 '불가'한 이재용 부회장…재단 세운 발렌베리그룹 '롤모델'
국민 신뢰 쌓은 발렌베리 그룹…삼성준감위, 총수일가에 무슨 말을 할까
그래픽=김성화 기자
그래픽=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 지배력을 건들지 않는다면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처럼 재단을 세움으로써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나갈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지난 30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2020 연간 보고서’에서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대 의제 관련 준법문화 정착을 위해 후속방안을 검토하고 실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용역을 맡겼고 그 결과가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지주사 전환 단계에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 30%를 가져야 하는 현행법과 삼성전자 몸집은 이 과정을 쉽지 않게 하며,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조사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삼성준법감시위가 조사 결과에 이견을 내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주목하는 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어떻게 될 것인가이며, 여기에 대해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어떤 의견을 낼 것인가 입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한 마디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확보입니다. 현재는 이재용 부회장에서 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축이 가장 지배적이며,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통해서도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더 이상 상속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올해 4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신고한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상속세는 약 11조400억원으로 이중 이재용 부회장이 2조9000억원으로 상속받은 주식 5조4000억원의 절반을 넘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이 대부분인 이재용 부회장 재산은 13조8000억원 정도로 4세 경영으로 이어가려면 또 다시 수 조 원 대 상속이 불가피하고, 상속 받은 주식 중 일부를 매각하는 방법 외 별다른 수가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몸집으로 인해 삼성그룹의 4세 경영이 ‘포기’가 아닌 ‘불가능’한 수준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총수일가에게 지배력을 포기하라 권고할 것이라 기대하긴 힘듭니다.

대신 삼성그룹 총수일가가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다면, 지배력 유지와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발렌베리그룹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3년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상무와 함께 스웨덴을 방문해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을 비롯해 발렌베리그룹의 주요 임원들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1857년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스웨덴 최초 근대적 상업은행인 스톡홀름 개인은행 설립하며 역사에 이름을 등장시킨 발렌베리 가문은 1916년 투자회사인 인베스토르를 지주회사로 세운 후 현재까지 6대에 걸쳐 승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대 세습과정에서 장남인 크누트 아가톤 발렌베리와 이복동생 마르쿠스 발렌베리 시니어가 별도 경영체제를 가져갔고 이는 현재 금융과 산업으로 나누어진 그룹 지배구조로 이어집니다.

발렌베리 가문 가계도. 사진=발렌베리그룹 홈페이지
발렌베리 가문 가계도. 사진=발렌베리그룹 홈페이지
세습을 거듭해 가며 계열사를 늘린 발렌베리그룹은 1970년대 스웨덴 전체 산업인력과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매년 우리나라 부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반면 발렌베리 가문 인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지배구조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발렌베리그룹 지배구조는 최상위에 위치한 지주사 인베스토르가 핵심이며, 발렌베리 가문은 15개의 공익재단, 특히 크누트-앨리스 발렌베리, 마리안-마르쿠스 발렌베리, 마르쿠스-아말리아 발렌베리 등 대표 3개 재단이 보유한 42.9% 지분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발렌베리 가문이 보유 지분율의 최대 1000배에 달하는 차등의결권을 통해 그룹을 소유하진 못해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점은 삼성그룹과는 다른 조건입니다. 또 발렌베리 가문은 인베스토르와 스톡홀름 개인은행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차등의결권 도입은 아직 요원해 보이며 이재용 부회장에 이은 4세대 경영인은 이재용 부회장보다도 적은 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에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세법상, 본인 의지에 관계없이 4세 경영은 불가하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기회에 전문경영자 체제로 이양하고서 소액주주 운동을 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재단에 기부를 하면 공익법인은 5%, 성실공익법인 10%의 지분에 대해 증여세가 면제됩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에 가지고 있는 17.97% 지분은 쪼개야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에 보유한 지분율은 낮아 재단에 넘기면 세금 문제를 피하면서도 직접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발렌베리 가문과 삼성 총수일가가 다른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발렌베리 가문은 차등의결권을 인정받는 대신 기업이익금의 85%를 법인세로 납부하는가 하면, 노조의 이사회 참여를 받아 들였고, 유통과 식품 등 중소기업 시장에 뛰어든 적도 없고, 편법 증여·상속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습니다. 또 경영인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일임한 점도 다릅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자 삼성이 망할 것 같은 분위기가 흘러 나왔었죠. 여기에 이재용 부회장은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논란부터 현재 삼성물산을 통한 편법 승계 논란으로 재판이 진행중이며,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 와해 활동이 드러났고, 최근에는 급식사업을 하는 삼성웰스토리가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소송전을 진행중입니다. 발렌베리 가문은 비공개 투자 회사의 상장으로 시세차익을 누린 적도 없습니다.

만약 삼성그룹이 발렌베리 가문을 따라 한다면 재단을 세우는 게 시작이 아닙니다. 신뢰도를 쌓은 과정이 우선입니다. 대중의 신뢰도가 발렌베리 가문과 삼성 총수일가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지금 삼성그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없이도 과연 그런 모습을 보여줬을지, 삼성의 돈이 없어도 과연 사람들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금과 같은 시선을 보여줄 것이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과연 신뢰라는 부분에 있어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총수일가들에게 어떤 의견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