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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도덕적 해이를 막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벤처나 스타트업기업수준 예전만 못해,!

Bonjour Kwon 2015. 10. 8. 08:13

2015.10.08

 

7년 정도 전 일이다. 국민연금 취재를 위해 당시 양영식 대체투자실장(지금은 해외대체실장으로 있다)을 만났다. 당시 국민연금은 벤처와 사모펀드(PEF),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늘려가던 중이었다.

 

이중 벤처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봤더니 양 실장은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국민연금의 투자 시스템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래도 “벤처투자는 성공가능성이 너무 낮은 것이 아닌가? 국민의 쌈짓돈을 너무 위험한 자산에 투자해도 되는 것인가?”등의 질문을 계속 던지자 양 실장은 다소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 기자. 국민연금은 당연히 수익률을 최우선에 두지만 투자할때 국가 경제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벤처투자에서 수익이 좀 덜 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들 벤처 중에 성공 기업이 나와 국가 경쟁력을 높여준다면 그것이 국민연금에도 좋은 것 아니겠어요."

 

벤처투자를 너무 단편적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사실 맞는 말이다.

 

수백조원의 운용자산 중 일부를 성장 유망한 산업이나 벤처에 투자해 고용창출과 국가 경제 활성화에 활용하는 것도 국민연금의 역할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국민연금 이외에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벤처투자와 창업 지원을 대규모로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벤처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벤처나 스타트업기업들이 수준은 예전만 못한데 어깨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고 한다. 또 벤처펀드와 정부 지원금만 챙겨가는 도덕적 해이도 많아졌다고 지적한다. 이런 일이 많다보니 업계에 ‘좀비벤처’나 ‘지원금 사냥꾼’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정부나 공공기관 등에서 대규모로 벤처펀드를 조성하면서 시중에 돈이 넘쳐나자 실력없는 기업도 이런 저런 명분으로 돈을 받아가기 쉬워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벤처·중소기업 지원사업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창업 성장 자금을 올해 300억원에서 내년 635억원으로 늘리고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 지원에 91억원을 새로 배정했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쌓여가는만큼 벤처 투자금액도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등 정형화된 투자와 달리 사람에 대한 투자인 만큼 돌발적인 리스크(위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최근 벤처업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나 비효율성도 큰 틀에서 보면 벤처투자 때 발생하는 리스크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창투사·신기술사업금융사·엔젤 투자조합 등을 통한 벤처기업 직접 투자금 잔액은 4조9000억원에 달했다. 당시에도 연구비만 타먹고 성과는 내놓지 않는 이른바 좀비기업들 때문에 돈이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보면 최근 벤처생태계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과 도덕적 해이도 미리 예측가능한 일이었다. 2000년 IT버블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벤처생태계의 리스크관리는 전혀 진화하지 못한 것이다.

 

벤처기업은 젊은 창업자가 참신한 아이디어로 높은 기대수익을 확신하고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새로운 사업을 위해 설립된 기업을 말한다. 한번 발생했던 예측 가능한 리스크를 줄이지 못한다면 젊은 창업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지원금만 빼먹는데 사용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김참 기자 pumpkin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