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전문투자형)

황금알 낳는 거위는 옛말..케이블TV의 몰락 .씨앤앰에 투자한 MBK파트너스는 2조원 이상투자..윈본회수?IPTV에 주도권을 내주어

Bonjour Kwon 2016. 2. 23. 22:47

2016.02.23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작년 역성장하며 성장추세 꺾여…점유율 50% 무너지며 M&A 시장서 기업가치 하락 뚜렷]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았던 케이블TV 기업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IPTV에 유료방송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며 불거졌던 실적 악화 우려가 지난해 현실로 나타난 것. 이에 따라 케이블TV 기업에 대한 M&A(인수합병) 시장의 기대치도 갈수록 낮아지는 모습이다. 앞서 케이블TV에 투자한 FI(재무적투자자)들은 원금회수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기업인 CJ헬로비전과 현대에이치씨엔, 티브로드의 지난해 매출액이 나란히 전년대비 감소했다. IPTV에 밀려 가입자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의 역성장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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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비전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1826억원으로 전년대비 6.91% 줄었다. 영업이익은 1049억원으로 전년대비 2.79% 늘었지만 지난해까지 꾸준히 이어왔던 매출 성장세가 처음으로 멈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대HCN은 지난해 매출액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악화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911억원으로 전년대비 4.9% 줄었고 영업이익은 453억원으로 전년대비 20.1% 감소했다. 티브로드 역시 실적 악화 추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5672억원, 영업이익은 116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3%, 8.3% 감소했다.

 

케이블TV 기업의 실적 악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가입자수가 원인이다. 2011년 기준 케이블TV 가입자는 1496만명으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62%에 달했다. 이후 케이블TV 가입자수는 해마다 감소, 지난해 8월 기준 1454만명으로 점유율은 48%까지 떨어졌다. 반면 IPTV 가입자수는 2011년 489만명(점유율 20%)에서 지난해 8월 1172만명(점유율 38%)로 급증했다.

 

가입자수 감소는 케이블TV 기업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선 각 케이블TV 기업의 가치를 가입자수를 기반으로 평가해왔다. 특히 케이블TV 기업 가치 하락은 M&A(인수합병)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는 중이다.

 

씨앤앰에 투자한 국내 최대 PEF(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MBK파트너스는 2조원 이상을 씨앤앰에 투자했는데 기업가치 하락으로 원금회수는커녕 인수금융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MBK는 2007년 맥쿼리PE 등과 손잡고 씨앤앰을 약 2조75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인수금융을 통해 1조4000억원을 조달했는데, 2012년 만기 때 대출 규모를 2조1000억원대로 늘렸다. 이 때 차환한 인수금융의 만기가 오는 7월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시장에서 예상하는 씨앤앰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지난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때 가입자당 약 45만원 수준의 가치를 매겼는데, 이를 씨앤앰에 대입할 경우 씨앤앰의 기업가치는 1조692억원으로 계산된다. CJ헬로비전이 케이블TV 1위 가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씨앤앰의 기업가치는 1조원에 못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상장을 추진한 IPO(기업공개) 시장 '대어' 티브로드 역시 밸류에이션 논란이 불거지며 상장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티브로드와 상장 주관사가 예상하는 공모가와 티브로드에 투자한 FI(재무적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 간 차이가 있어 상장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FI들은 티브로드에 투자할 당시 한 주당 6만8800원에 매입했다. 시장에선 최근 케이블TV 기업의 성장성 둔화를 고려할 경우 이 가격 이상의 공모가 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

 

현대HCN은 꾸준히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지속되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인해 인수 후보자들이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가 씨앤앰에 투자할 당시만 해도 케이블TV는 안정적인 유료방송 가입자를 기반으로 높은 이익을 꾸준히 창출하는 알짜 사업으로 꼽혔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IPTV에 유료방송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며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레드오션으로 전락, 시장에서 평가하는 케이블TV 기업의 가치는 10년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