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7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새로운 운용사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이 다양한 인력 유입에 이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운용사의 수익성 악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1년 간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 등록 업체는 76개에 달한다. 이 중 36개는 신규 등록, 35개는 투자자문사에서 전환한 자산운용사다. 나머지 5개는 운용사 겸영 증권사다. 여기에 기존 자산운용사 87개를 합하면 헤지펀드 운용이 가능한 업체는 모두 163개다.
특히 운용사 등록 업체 중 지난해 6개사(신규 2개, 전환 4개)에 이어 올 들어서만 70개사가 새로 헤지펀드 운용사로 등록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등록 업체가 내년에 최소 100개 이상, 최대 150개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49명 이하의(최소가입 금액 1억원 이상) 투자자가 참여하는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과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한다. 투자 상품이 다양하고 공모펀드와 달리 주식이나 채권에 전체 규모의 10% 이상 투자할 수 있는 등 운용 제약이 적어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헤지펀드 운용사(자산운용사)와 기존 자산운용사,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운용업이 가능하다.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이 늘어난 건 지난해 11월부터 금융위의 기존 운용사 허가제가 등록제로 전환돼 별도 인가 업무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데다 자본금 기준이 기존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위가 지난 5월 금융그룹 내 복수 운용사 설립을 허용하면서 자회사 방식의 운용사가 증가 추세라는 설명이다. 올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트러스톤에이엠지, 메리츠금융그룹이 메리츠부동산자산운용을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규제 완화와 맞물려 다양한 투자상품 전략에 따라 전문성과 수익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복수의 자산운용사 설립이 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지난 8월부터 증권사도 헤지펀드 운용업이 허용되면서 시장 진입이 늘고 있다.
운용사 설립이 늘면서 다양한 인력들도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부분 국내외 전문 IB(투자은행) 등 투자 전문가와 부동산 등 실물경제 전문가들이다. 투자를 유치해 운용사를 설립하는 게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회사 대표가 직접 투자하거나 동업자와 공동으로 투자해 회사를 설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연히 헤지펀드 시장도 급성장했다. 현재 헤지펀드 설정액 규모(6조6000억원)는 지난해 말(3조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예금 등 안전자산보다 리스크와 수익성이 높은 주식 등 위험자산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시장 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선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이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투자자 손실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주식은 물론 부동산펀드 등의 경우 수익률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헤지펀드 운용사 중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리스크가 큰 자산운용업 특성상 전문 운용 능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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