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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리츠·펀드 겸업 '유명무실'..금감원 "가이드라인 없다, "자본금 규모, 공모펀드 설립 기준 애매모호

Bonjour Kwon 2017. 1. 24. 07:58

 

2017.01.24

 

신규 인력 채용 등 대대적 준비해온 업계 '발동동'

국토부-금융위 조율, 내달 중순께 마무리 될것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국내 상장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활성화를 막아온 규제 완화에도 부처간 불협화음 탓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법 개정으로 리츠 자산관리회사와 부동산펀드 자산운용사(부동산집합투자업) 간 겸업이 허용됐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시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금감원 “준비 덜 돼 안 받는다”…리츠사, 전문사모투자업 신청 퇴짜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으로 자산 운용 기관이 부동산의 특성에 맞게 리츠 또는 부동산 펀드를 선택할 수 있게 됐음에도 미숙한 준비로 시장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법 개정 이후 금융감독원에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 신청서를 제출하려던 A자산관리 회사는 접수 자체를 거부 당했다. 자본금 규모, 공모펀드 설립 요건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아 실무를 담당하는 금감원이 신청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간의 업무 조율이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 접수만 먼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운용사, 리츠 상품 판매만 용이…법 취지 무색 

 

부처간 조율이 필요한 부분 설립 자본금 규모와 판매 가능한 공모와 사모펀드 요건 등이다. 사모펀드 설립을 위한 자산운용사 설립 자본금은 20억원이지만, 부동산투자회사 설립 요건은 70억원이다. 만약 기존의 자본금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운용사가 리츠 인가를 위해서 7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리츠사도 20억원을 증자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의 자본금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율될 확률이 높다”며 “현재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리츠사가 공모 또는 사모 중 ‘어떤 펀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느냐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 자산운용사가 공모 펀드를 판매하려면 3년 이상의 업력과 3000억원 이상의 수탁고가 있어야 한다. 이 조건에 따른다면 리츠사가 등록 첫 해부터 공모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가 리츠 상품 판매를 하는 것은 쉬워졌지만 리츠사들의 펀드 판매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며 “이는 리츠와 펀드의 겸업 허용이라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신규 인력 채용 AMC, 비용 증가에 발동동 

 

리츠·펀드 겸업에 대비해 인력 충원 등 대대적인 준비를 해온 업계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본격적인 펀드 상품 출시를 위해 대거 인력을 충원한 B투자운용사는 법 시행이 지체되면서 모든 업무를 중단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고급 인력을 신규로 충원해 팀을 만들고 새로운 상품 출시를 준비해 왔지만 정작 금감원에서는 신청 자체를 받지 않아 해결책이 요원하다는 하소연이다. 

 

AMC인 B투자운용은 국내투자는 리츠로 해외투자는 펀드로 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올스톱 상태다. 이 관계자는 “현 구조에서는 리츠보다 부동산펀드의 해외투자가 훨씬 수월하다”며 “리츠와 펀드를 병행해 국내와 해외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AMC인 한국자산신탁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자산신탁은 리츠를 공모 대표상품으,로 펀드를 사모 대표주자로 분리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공모펀드 판매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리츠 활성화 기대에 ‘찬물’ 

 

 

부동산 투자업계에서 이번 법 개정에 큰 기대를 걸었던 이유는 규제 완화로 상장 리츠 상품들이 대거 출시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펀드와 리츠는 비슷한 상품이지만 운용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는 운용사에게 전적인 의사 결정권이 있는 반면, 투자회사 형태인 리츠는 투자자 전부가 주주로 운용에 관한 권리도 가진다.  

 

특히 각각의 인가 부서가 달라 국토부에 등록하는 리츠 상품의 출시가 저조한 편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 펀드 규모는 4.2조원에서 34조원으로 8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리츠는 3.3조원에서 17조원으로 5배 성장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 10명 중 9명이 “리츠가 펀드보다 규제가 심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정부당국은 늦어도 내달 중순까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부처간 엇박자로 시장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하루빨리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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