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

도심 타운하우스' 정말 뜰까.공급과잉-1인가구' 맞물려 트렌드로… 가성비 갖춰야

Bonjour Kwon 2017. 2. 20. 08:18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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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형태는 시대나 트렌드를 따라간다. 지난 수십년간 래미안, 자이 등 브랜드아파트가 부의 척도를 나타내고 수천명이 모여 사는 대단지아파트의 선호도가 높았지만 최근엔 이런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소규모 공동주택 짓는 대형건설사들

 

시공능력평가 6위 GS건설이 이달 말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단독주택 ‘자이더빌리지’를 분양한다. 대기업 건설사는 대단지아파트만 짓는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자이더빌리지는 개인건축주나 중소건설사가 짓던 일반 단독주택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3층짜리 단독주택 525가구가 하나의 마을을 이뤄 사는 형태다. 일반 단독주택의 경우 전기·수도·가스의 관리가 불편하고 마트나 병원이 먼 경우가 많지만 자이더빌리지는 대단지아파트와 비교할 때 가구 수만 적을 뿐 비교적 큰 규모의 공동주택 형태를 띤다. 단지 안에 편의시설이 있으며 마트·병원·학교도 가깝다.

 

땅덩이가 넓은 북미의 교외에서도 이런 종류의 단독주택을 흔히 볼 수 있다. 아파트처럼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으면서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쉽고 치안도 좋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이런 형태의 주택을 ‘블록형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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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레이크자이 더테라스. /사진제공=GS건설

 

단독주택으로는 GS건설이 처음 시도했지만 이미 많은 대형건설사가 원룸·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소규모 공동주택을 지었고 최근 들어 타운하우스사업에 뛰어드는 곳도 많다. 힐스테이트·센트럴푸르지오시티·한화오벨리스크·롯데캐슬골드타운·SK허브·경희궁의아침 등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오피스텔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경기 신도시 등지에는 높이를 5층 이하로 낮춘 타운하우스가 속속 생기는 추세다.

 

◆아파트 공급과잉·주거취향의 변화

 

이런 현상은 대형건설사의 사업성이나 소비자의 주거취향이 달라진 것과 연관이 깊다. 우선 대단지아파트 건설은 토지비용 등 막대한 사업비가 드는 데 비해 분양시장 전망이 어둡다.

 

가구 수 대비 주택공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선 가운데 올해 전국 아파트의 준공실적은 지난해 대비 11.9% 증가한 51만5000호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는 공급과잉을 우려해 인허가를 줄인다고 밝힌 바 있다. 도심의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주택건설의 사업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과잉이 지속될 경우 대단지아파트사업은 더 이상 수익성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1~2인가구가 증가해 소규모 공동주택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아진 데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주차장 면적 등에 대한 규제를 덜 받아 서로의 조건이 맞아떨어진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1~2인가구가 늘고 대형아파트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오피스텔, 뉴스테이(임대주택) 등으로 주택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일수록 불필요하게 넓은 집을 기피하고 뉴스테이를 선호하는 등 니즈의 변화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주거취향이 변하는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단지아파트는 편리한 반면 층간소음이나 사생활 침해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GS건설 관계자는 “전원생활에 로망을 가진 수요자가 많아져 그동안 테라스하우스가 성공적인 분양성적을 거뒀다”며 “시장에서 테라스하우스의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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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더빌리지 조감도. /사진제공=GS건설

 

◆비현실적인 '도심의 편리한 단독주택'

 

단독주택 마을의 가장 큰 단점은 도심 업무지구와 멀다는 것. 이는 젊은 층일수록 큰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자이더빌리지 84㎡의 경우 분양가가 4억원 후반~5억원 후반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서울 마포자이의 같은 면적 기준 매매가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 블록형 단독주택을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설령 짓는다고 해도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한때 서울 강남 등지에서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타운하우스가 수십억원대로 공급됐다가 2000년대 후반 부동산경기가 가라앉으며 빈집이 속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 땅값과 건설사의 수익성을 고려할 때 서울 한복판에 블록형 단독주택을 짓기는 어렵다”면서 “타운하우스라도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택의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상술을 지적하기도 한다. 빌라를 3~4동으로 짓고 블록형이나 타운하우스 등의 이름을 붙이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 경기 용인시의 한 건축업주는 “타운하우스가 유행을 타면서 인근 신도시마다 건축 붐이 일고 홍보 현수막이 우후죽순 생겨났다”며 “실제로는 기존의 빌라단지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유행 따라 이름만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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