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30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김명룡 기자] [편집자주] 사모펀드(PEF)들이 기업사냥꾼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미지를 좀처럼 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PEF들이 기업을 인수한 뒤 피도 눈물도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해 단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에만 치중한다는 의심 때문입니다.
하지만 "PEF가 기업을 샀기 때문에 망했어야할 기업이 살아남는 것 아니냐"는 한 PEF 대표의 말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PEF가 인수한 기업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PEF가 부도덕한 기업사냥꾼인지 그리고 PEF들의 투자가 성공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PEF의 기업들]경영진 교체 없이 직원수 330명에서 1000명으로…바디프랜드-VIG '윈윈']
# 인수 전(前)
2007년 출범한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 사업으로 성장했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뒤 회사를 키우기 위해 벤처캐피탈 등 재무투자자(FI)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2014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자 주주들로부터 IPO(기업공개) 요구가 나왔고, 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급성장 흐름에 올라탄 바디프랜드는 IPO 작업에 힘을 쏟을 여력이 부족했다. PEF(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여러 주주들의 자금회수와 최대주주 재투자가 가능한 인수 구조를 제안해 2015년 M&A(인수합병)를 이끌어냈다.
일각에선 LG실트론 인수금융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어려움을 겪은 VIG파트너스가 또 다시 대규모 M&A에 나선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안마의자 시장 성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다.
# 인수 후(後)
사모펀드 인수 후 바디프랜드는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1438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2015년 2635억원으로 두 배 가까운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매출액은 37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2014년 283억원, 2015년 651억원으로 수익성이 외형보다 더욱 가파르게 향상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바디프랜드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바디프랜드 투자로 불과 2년 만에 이른바 '대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라텍스 매트리스, 정수기 등 신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마의자 매출 비중이 85%에 달하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그만큼 신규사업 성과가 단기간에 올라오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기업가치 1조원 전망…VIG파트너스, 꽃놀이패= VIG파트너스는 2015년 8월 네오플럭스와 함께 바디프랜드 지분 90.35%를 298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인수금융 구조를 다시 짜는 과정에서 약 1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참여했다.
바디프랜드의 기업가치는 눈부시게 상승했다. 지난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약 11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M&A 시장에서 통상 적용하는 10배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는다.
장외에서 거래되는 바디프랜드 주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2015년 VIG파트너스가 바디프랜드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한 주당 발행가격은 4만2500원이었다. 지난해 4월 바디프랜드 주식은 장외에서 13만원 이상에서 거래될 정도로 급상승했다. 사모펀드 인수 후 기업가치 상승과 IPO(기업공개)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증자 영향으로 바디프랜드 주식 장외가격은 최근 8만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VIG파트너스는 바디프랜드를 인수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만큼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세우는 데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박은 떼 놓은 당상이다. 향후 IPO를 추진하든, 혹은 다른 인수자에 매각하든 대규모 투자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힌 바디프랜드는 해외시장 공략, 신규사업 확대를 통해 추가적인 성장동력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 2~3년간의 급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추가 성장의 기회는 남아있는 셈이다.
특히 바디프랜드는 렌탈(임대) 방식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지출 금액보다 유입 금액이 더 많은 선순환 구조에 올라설 전망이다. 렌탈 사업은 회사 자금으로 제품을 일시불로 구매한 뒤 임대 방식으로 판매하고 매달 일정 금액을 분할해 받는다.
이 때문에 사업 초기 과정에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VIG파트너스가 지난해 바디프랜드에 약 1000억원을 추가로 증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자금투자 없이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여유있게 사업 확대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VIG파트너스 성과는 뛰어난 통찰력에서 비롯했다. VIG파트너스가 인수하기 전 국내 안마의자 시장 침투율은 3% 밑돌았다. VIG파트너스는 여기서 기회를 봤다. 국민 소득 수준이 늘어나고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안마의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다. 유사한 현상을 먼저 접한 일본, 싱가포르의 안마의자 시장 침투율은 10%대 후반에 달한다. 홍콩 역시 10%가 넘는다. 바디프랜드가 그동안 쌓은 브랜드 경쟁력을 감안 할 때 얼마든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점이 대박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직원 수 330명→1000명…사모펀드와 기업의 역할분담 모범 사례= 바디프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수도 급격히 늘었다. 2014년 말 330명이던 전체 직원 수는 이달 기준 1000명을 넘었다. 사모펀드 인수 후 단 한 번의 구조조정 없이 추가 채용에 나섰다. 회사 성장을 통한 고용 확대라는 기본적인 기업의 사회공헌을 충실히 수행했다.
외형뿐 아니라 임직원의 만족도 역시 높아졌다. 바디프랜드는 2015년 10월 서울 역삼동에서 도곡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근무환경 개선에 주력했다. 신사옥에는 레스토랑, 휴게소, 운동공간뿐 아니라 정원, 미용실, 네일숍, 힐링공간 등을 골고루 설치했다. 임직원이 보다 안락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바디프랜드 한 직원은 "사모펀드 인수 후 구조조정이 없었을 뿐 아니라 대다수 임직원이 그대로 근무해 최대주주가 바뀐 걸 실감하지 못했다"면서 "임직원 만족도가 높아졌고 보수나 복지도 불만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와 기업의 역할분담도 모범적이라는 평가다. VIG파트너스는 바디프랜드 경영진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며 회사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았다.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는 VIG파트너스 인수 전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일했다. 사모펀드 인수 후에도 박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모두 남았다. 시장 1위 기업인 바디프랜드 임직원이 국내 최고의 안마의자 전문가라는 VIG파트너스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이들은 VIG파트너스의 기대대로 회사 가치를 급격히 끌어올려 실력을 입증했다.
VIG파트너스는 다만 큰 그림을 그리는 거시전략에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기존 바디프랜드 경영진은 국내 안마의자 시장이 초기 단계라고 판단, 적극적인 마케팅 집행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VIG파트너스는 시장 1위 자리를 굳히고 안마의자 시장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안마의자 외에 라텍스 매트리스, 정수기, 리클라이너 소파 등 사업영역 확대, 오프라인 매장 확대, 홈쇼핑 판매 감축 등 주요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도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협력했다.
이제 바디프랜드는 해외시장 공략 강화와 대형 생활가전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할 시기다. 미국, 중국, 중남미 등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지만 파나소닉 등 쟁쟁한 경쟁사들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 안마의자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생활가전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해야 한쪽 날개로 나는 기업이라는 비판적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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