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P2P)

국내외 벤체자금 100억 유치한 P2P금융사 '랜딧'도대체 무슨 매력 있을까? 누적 대출금액은 476억원 정도, 회원 누적 분산투자 건수는 193만건

Bonjour Kwon 2017. 6. 9. 07:40

2017.06.09

 

[재계 인사이드-84] P2P금융 렌딧이 최근 총 100억원의 시리즈B(창업 후 일정 부문 성장하면서 추가 자금 유치 단계 중 하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옐로우독, 알토스벤처스, 콜라보레이티브 펀드 등 국내외 벤처캐피털 세 곳으로부터였다네요.

 

이전까지 렌딧이 투자유치한 금액은 73억여 원. 이번에 이를 훌쩍 뛰어넘는 100억원이란 거액을 유치해 국내 P2P금융기업 중 최대 규모 투자유치 기록을 세웠다네요. 제 입장에선 '투자사는 무슨 생각으로 투자했는지, 렌딧은 그 돈으로 뭘 할 건지' 의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마침 주요 투자사 중 한 곳인 알토스벤처스VC의 김한준 대표와 김성준 렌딧 대표가 한자리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참고로 알토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털로 쿠팡, 배달의민족, 지그재그(크로키닷컴), 29㎝ 등 주로 IT·유통업체에 투자했고요. 핀테크 업체로는 간편송금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 투자 후 렌딧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왼쪽)와 김성준 렌딧 대표

다음은 일문일답.(편의상 김한준 대표는 미국에서 불리는 이름 한 킴으로, 김성준 대표는 김성준으로 표기합니다)

 

-박 기자 : 투자 성사를 축하합니다. 그런데 투자 유치 발표 시점이 묘해요. 금융위 P2P대출 가이드라인 시행하는 날 거액 투자 소식을 알렸으니…. 이걸 두고 '호재를 아껴뒀다가 규제 당일 좀 더 주목을 끌려는 노림수'란 얘기도 나도는데요. 색안경 끼고 보지 않아도 타이밍이 기막히다는 생각은 듭니다.

 

▶한 킴 : 인정합니다. 발표 시점상 좀 더 주목을 끌게 된 건 맞아요. 혹자는 여타 P2P업체들이 영업에 타격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데 이때 과감하게 투자 소식을 알린 건 그만큼 시장에 '자신 있다'란 의지를 보여주는 걸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런데 실은 고도의 전략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우연찮게 그렇게 된 겁니다. 우리끼리는 해외 투자금 국내 송금 이슈 등 투자 막판까지 이것저것 챙길 게 많다 보니 계속 발표시점이 미뤄져서 그런 건데…. 결과적으로 뭐… 더 잘 된 거죠.(웃음)

 

# 금융위원회는 개인투자자는 1년에 한 업체당 최대 1000만원까지만 투자가 가능하도록 제한하는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5월 29일 본격 시행했다.(편집자 주)

 

-박 기자 : 그래도 가이드라인이 신경 쓰이긴 할 텐데.

 

▶김성준 : 맞습니다. 여전히 신경 쓰이죠. 그런데 '정책이 나오면 현장에선 대책이 나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부랴부랴 대안을 찾다보니 뭔가 가능성이 보였어요. 규제가 거론됐던 시점은 지난해 11월이었습니다. 업계에선 다들 걱정이 많았습니다. 개인신용대출에만 집중한 저희는 더더욱 그랬고요. 그런데 가이드라인을 찬찬히 뜯어보니까 소액 투자자를 더 많이 확보하면 더 어렵게 되진 않을 것 같더군요. 오히려 소액 신용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우리에겐 기회란 생각이 들었어요.

 

-박 기자 :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김성준 : 그때부터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금액 단위를 5000원대로 낮췄어요. '나도 해볼까?' 싶은 금액이잖아요. 그랬더니 투자자가 실제 늘기 시작하더군요. 투자 금액 단위 변경 후 신규 투자자 유입은 매월 평균 25% 이상 신장하고 있습니다. 11월 당시 투자 유치 논의를 하던 시점이었는데 가이드라인이란 악재가 노출됐고 여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숫자를 보여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자 유치로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박 기자 : 유의미한 숫자라 함은?

 

▶김성준 : 2015년 창업 후 지금까지 누적 대출금액은 476억원(2017년 6월 1일 기준) 정도, 회원 가입 후 투자자가 분산 투자를 한 건수, 즉 누적 분산투자 건수는 193만건(2017년 5월 31일 기준)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 중 4분의 1 정도의 금액, 건수가 최근 3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늘어났어요. 그래서 투자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박 기자 : 여기서 또 하나 드는 의문이 있어요. P2P업체에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가요? 자산운용액 1조원인 자산운용사나 사모펀드는 인력이 10명 미만인 곳도 많습니다. 이제 겨우 거래액 수십, 수백억 원대 P2P 회사가 인력은 50명을 넘긴 곳도 있던데 생산성이나 비용 대비 효율 면에서 초기 투자비용이 이렇게 많이 드는 사업 모델이 과연 비전이 있는지 의문이란 사람도 많아요.

 

▶한 킴 : 그건 제가 대답할게요. 금융회사 유형은 다양합니다. 저희도 VC를 운영하고 있는데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지만 인력이 적은 건 맞아요. 대신 위험도가 상당하지요. 투자한 회사가 망하면 투자금을 날리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하니까요. 그런데 P2P업체, 특히 렌딧은 초기 투자 비용은 많이 들지만 이게 빅데이터가 쌓이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이더라고요.

 

-박 기자 : 빅데이터가 쌓일수록 위험도는 낮아진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요?

 

▶김성준 : 2015년 출범한 렌딧은 초기부터 데이터 확보에 주력했습니다. 대출 신청 시 1명당 약 250~300가지 데이터를 수집해요. 대출이 집행된 경우 대출 상환 완료까지 매월 해당 대출고객에 대한 데이터 100건씩이 업데이트되게 해놨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금리 대출 데이터 건수로만 약 2000만 유닛을 확보했어요. 이를 통해서 고객의 성향, 투자 패턴 등을 분석하고 이를 유형화하는 노하우가 점점 생기더라고요. 거래액이 늘어나고 대출자, 투자자 수가 더 많아질수록 저희 시스템은 고도화되면서 맞춤형 고객을 찾고 신용평가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결국 거래액, 데이터가 커질수록 사람이 할 일은 줄어들게 되는 셈이지요.

 

-박 기자 : 소위 요즘 유행하는 말로 빅데이터 기반 머신러닝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김성준 : 굳이 표현을 쓰자면 그런데요. 솔직히 아직까지는 AI(인공지능), 머신러닝이란 표현을 쓸 정도는 아닙니다. 제 전 직장은 안면인식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었는데요. 그런 곳은 그야말로 억 단위 데이터를 다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시스템이 진화하는 걸 눈으로 직접 봤어요. 그게 진짜 머신러닝이죠. 거기에 비하면 렌딧은 데이터 수준이 초기 단계라 차마 요즘 유행어처럼 도는 머신러닝 수준은 엄밀하게 말씀드리면 아니라는 겁니다.

 

▶한 킴 : 저런 솔직한 점도 저희가 투자하는 데 오히려 좋은 포인트가 됐어요. 대신 앞으로 더 데이터를 모을 가능성이 높으니 투자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김성준 : 데이터 기준 수억 건, 대출 잔액 기준으로 7000억원 이상 넘어가면 안정적으로 자동화되면서 빅데이터 기반 머닝러신 금융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 기자 : 그러고 보면 알토스는 업종 불문하고 참 빅데이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 킴 :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로 접근하면 많은 게 설명되거든요. 투자 때문에 중국에도 많이 가는데 거기 회사들과 미팅해보면 거래액 단위가 달라요. 한국과 시장 차이가 워낙 크니까요. 그런데 데이터를 활용하고 수익을 내는 모델을 들여다보면 한국 스타트업이 더 체계적이고 해외에 갖고 나가도 손색없는 사업모델을 갖춘 곳이 많아요. 한 업계에서 초기 선점 효과를 통해 빅데이터를 쌓은 1·2·3위 업체 정도가 살아남는 공식도 인상적이고요. 그러다 보니 비슷한 시각에서 투자하게 됩니다.

 

-박 기자 : 렌딧 투자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없었나요?

 

▶한 킴 : 최악의 가정을 해본다면 그건 규제입니다. 갑자기 잘 해오던 영업 방식을 일거에 바꾸라고 할 수 있어서 그게 제일 불안해요. 하지만 한국 정부는 선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성준 : 투자자들에게 들었던 질문 중 가장 까다로웠던 건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이후 렌딧이 어떻게 할거냐였습니다. 사실 개인 신용대출 시장이 900조원을 넘어 거기서 많게는 5%, 적게는 2%만 먹더라도 적잖은 덩치를 갖출 수 있습니다. 시장이 큰데 인터넷전문은행 몫이 따로 있을 수 있고 저희 몫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답은 했습니다만 여전히 중금리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파괴력을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 미래를 모르는 입장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답답했던 경험은 있습니다. 결국 숫자로 입증해야죠.(웃음)

 

-박 기자 : P2P 강국은 미국과 중국으로 나뉩니다. 미국 대표회사 랜딩클럽 주가가 급성장한 후엔 주춤하기도 하고 중국은 과열됐다가 최근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는데요. 산업 사이클상 한국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벌써 문 닫는 회사도 많은데.

 

▶한 킴 : 미국과 중국의 중간쯤 될 것 같습니다. 중국은 미국보다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돈 버는 업체가 많지 않습니다. 미국도 시장진입 업체가 많지만 1·2·3위 업체가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서 재편되더군요. 한국은 미국 시스템에 가까워서 초반엔 중국처럼 과열경쟁을 하다가 안정화돼 자리를 서서히 잡을 것으로 봅니다.

 

-박 기자 : 렌딧의 향후 사업 확장성은?

 

▶한 킴 : 지금 주목하는 개인신용 시장에 집중만 해도 너무 큰 시장이라 일단 여기에만 집중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여기서 쌓인 신용 분석 노하우는 확장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개인 신용도 분석을 넘어 기업·부동산 신용평가도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성준 : 빅데이터가 쌓이고 노하우가 생기면 이를 바탕으로 다른 업종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게는 개인신용 대출에 이어 소상공인 대출로 고객층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빅데이터 노하우 측면만 놓고 보면 자산운용사, 증권사, 보험사 영역까지 진출도 가능하리라 낙관합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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