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2
"미국은 2022년이면 원전이 신재생에너지보다 발전 비용이 비싸진다." 청와대가 지난 27일 '탈원전, 에너지 세대교체가 필요한 때'라는 홍보물을 통해 내놓은 주장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올 초 내놓은 보고서를 토대로 했는데 결국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도 전기요금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는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는 명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NEA)와 IEA(국제에너지기구)가 공동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풍력·태양광 발전 비용은 원전보다 4배가량 비싸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은 태양광이 싸고 원전이 비싸지만 한국은 반대다"면서 "나라마다 구조가 다른데 미국 사례를 짜깁기해 한국도 그런 것처럼 왜곡했다"고 반박한다. 이 보고서는 2015년 발간됐으며 2020년 운영에 들어가는 전 세계 181개 발전소 발전 단가를 분석했다.
◇한국은 원전 싸고 태양광·풍력 비싸
정부는 미국 자료를 인용, 원전이 더 이상 싼 발전원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OECD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원전 발전 단가가 ㎿h당 28.6달러로 OECD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고 나와 있다. 미국(54.3달러)은 우리보다 2배 비싸다. 발전 단가에는 설비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 발전 운전·유지 보수비, 연료비, 해체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반대로 한국에서 비싸다. 태양광 발전 단가는 일본이 180.5달러로 가장 비싸고, 우리는 101.9달러다. 반면 미국(53.5달러)은 우리 절반 수준이다. 육상 풍력도 미국(32.7달러)은 우리나라(111.6달러) 3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나라마다 발전 단가가 차이 나는 이유는 발전 설비 건설에 필요한 기술 수준이 다르고 경제·지리적 특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원전 발전 단가는 건설과 운전·유지 보수 비용에 좌우된다. 우리나라 원전 건설비는 ㎿h당 평균 10.4달러로 미국(30.8달러) 3분의 1 정도다. 발전 용량 2.8GW인 신고리 5·6호기 건설비는 8조원인 반면, 2.4GW인 미 보글 원전 3·4호기는 32조원을 웃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매년 1기꼴로 원전을 지어온 노하우가 있어 건설 비용을 낮추고 있다"면서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30년 가까이 원전을 짓지 않다 보니 산업 생태계가 무너져 비용이 비싸진 것"이라고 말했다.
육상 풍력과 태양광 발전 단가도 설비 건설비가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토지 비용 등을 포함한 건설비가 미국보다 2~4배 비싸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태양광 패널 자체는 가격이 비슷하지만, 일조(日照)량이나 일조 시간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은 차이가 크고, 미국은 발전용 부지가 싸다 보니 발전 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NG 발전으론 원전 대체 쉽지 않아
탈원전을 해도 신재생에너지나 LNG 발전으로 부족한 전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OECD 보고서에서 나온 2020년 우리나라 LNG 발전 단가를 보면 낙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LNG 발전 단가는 115달러로 미국 2배에 달한다. 원전과 비교하면 4배다. 우리 LNG 발전 시설 건설이나 운전·유지 보수비가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도 발전 단가가 미국보다 비싼 건 원료비 때문이다. 우리나라 LNG 발전 원료비는 ㎿h당 95달러로 전체 발전 단가의 82%를 차지한다. 반면 미국 LNG 연료비는 우리나라 절반도 안 된다. 우리는 LNG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 원료비가 비싸다. 발전 단가도 LNG 국제 가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원전·석탄 발전 단가는 떨어지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LNG 발전 단가는 2배 올랐다. LNG를 전량 수입하는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미국엔 셰일가스가 풍부하니 상대적으로 LNG 발전 비용이 싸고, 우리나라는 기업들 원전 보유 기술이 좋으니 원전 발전 단가가 저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보고서는 "2010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원전 발전 단가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원전 발전 단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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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으로 원전 대체? 현재로선 '꿈'이지만…
친환경 발전 선진국 독일과 여건 많이 달라…“그래도 세계적 흐름 따라야”
2017.08.02(수) 11:00:54 top facebook tweeter google++eter kakao kakao mail
[비즈한국]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 원전, 탈 석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다. 환경에 나쁘거나 위험한 발전원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 발전소를 늘려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그 중심은 친환경 발전 선진국인 독일과 같은 태양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그러나 의문은 든다. 발전 효율이 떨어지고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태양광이 원전을 대체할 수 있을까. 현재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5%. 그나마 이중 75%는 폐목재나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이다. 태양광은 전체의 0.5%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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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설비를 53GW 규모로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드는 예산은 20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중 태양광은 37GW로 74조 원 수준이다.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과 천문학적 비용은 정부의 신 에너지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단 태양광은 그리 경제적인 발전원은 아니다. 연료가 들지 않기 때문에 초기 설치비용만 부담하면 장기간 낮은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양광 전지의 발전용량에 비해 발전효율이 떨어진다. 1년 365일 균등한 일조량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특히 태양전지는 밤이나 우천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다. 기온이 오르면 태양전지의 전력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전력 수요가 높은 장마와 여름철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전력 수요가 높은 겨울철에는 일조 시간이 짧아 전력 생산량이 낮아진다.
미국·독일 등에 비해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산지가 많아 전력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대단지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해 전력 수요가 있는 곳으로 분산 공급해야 발전소의 부담이 적다. 그러나 도심을 중심으로 인구가 몰려 있는데 비해 인근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을 할 만한 부지가 부족하다.
정부의 계획을 실현하려면 370㎢ 규모의 방대한 땅이 필요하다. 서울시 면적의 60%에 해당한다. 수도권 인근이라면 토지 보상비용은 더욱 많아진다. 발전소 설치를 위해 국민혈세를 토지보상에 사용한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수도권에서 먼 곳에 발전소를 둔다면 송전탑 설치 등 송전 비용 증가와 이에 따른 전력 손실이 우려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에 손발을 맞출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어렵다는 뜻이다.
전남 신안의 태양광 발전소. 사진=연합뉴스
전남 신안의 태양광 발전소.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참고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의 경우 태양광 발전의 불안정성 때문에 네덜란드 등 인근 국가에서 필요할 때마다 전력을 수입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낮에 생산한 전기는 오히려 수출한다. 독일이 대륙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은 위로는 북과 대치하고 있고 삼면이 바다인 사실상 섬나라다. 해외와 전력 수출입이 어려워 자체 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결국 태양광 전지의 배터리 효율을 올리는 기술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화큐셀 등 국내 태양광 선두 사업자가 다결정 태양전지 등 전지 효율을 높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따졌을 때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현실성이 낮아 보인다. 다만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설치를 늘려 태양광의 낮은 발전 효율성과 불안정성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LNG는 전량 수입이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수입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또 현실적으로 러시아에서 가스관을 바로 뚫어 LNG를 공급받기 어렵기 때문에 LNG거래소 설치 등의 보완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태양광 전지 기술 개발에 정부 지원과 기업 간, 기업-학계 간에 공동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태양광 전지 기술은 2008년 개발 초기 세계 주요 기업들이 나섰으나, 현재는 규모의 경쟁을 일군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기술 혁신이 이뤄지면 승자독식 구조의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한국도 나날이 발전하는 태양광 전지 기술 개발에 역량을 주입할 필요가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정부가 고시 가격에 구매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 등의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그래야 신재생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독일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성공한 나라들이 도입했다. 한국은 석탄·우라늄이 저원가 발전이라는 점에서 세금 혜택을, LNG 등에는 높은 세부담을 물린다. 이런 불평등한 세제를 조정해 새로운 발전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원전계가 1970~1980년대 만들어진 에너지 정책과 조세제도에 안주하며 탈 원전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며 “태양광은 발전 효율은 떨어지지만 기술 개발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탈 화석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도입 흐름에서 뒤처지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