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P2P)

미국서 확산되는 혁명적 부동산 투자수단.부동산 투자와 기술이 만났다, 크라우드 펀딩. 개발회사나 투자회사의 전문성이 리츠 보단 낮아리스크

Bonjour Kwon 2017. 9. 7. 08:04

2017.09.07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⑤부동산 투자와 기술이 만났다, 크라우드 펀딩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바뀐 세상에 적응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온라인 환경이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투자와 거래 환경 모두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 있다.

 

■혁명적 부동산 투자 수단

 

'혁명적인 부동산 투자(Revolutionizing Real Estate Investing)'. 대표적 부동산 크라우드 펀딩 회사인 '아이펀딩(iFunding)' 홈페이지의 대문 문구다. 5000달러만 있으면 기관투자자 대상의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실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은 기관 투자자를 비롯해 소액 투자자까지 훨씬 많다.

 

크라우드 펀딩은 다른 말로 '크라우드 파이낸싱(Crowd financing)', '크라우드 소스형 자금조달(Crowd-sourced fundraising)'로 불린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군중을 통해 자금을 유치한다'는 뜻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가능케 한 것은 온라인 기술의 진화다. 인터넷 공간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 시공간을 초월해 접근이 가능해진 덕이다. 크라우드 펀딩의 시초는 2005년 영국에서 시작된 온라인 금융 서비스인 '조파닷컴'이다. 그 후 2008년 미국의 '인디고고'란 공공목적이 강한 후원형 펀드 사이트가 문을 열면서 크라우드 펀딩이란 용어가 일반화됐다.

 

지금까지 크라우드 펀딩은 주로 첨단기술이나 커뮤니티 벤처 사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주로 사용됐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자본이 없는 벤처 사업가나 폐쇄 위기에 몰린 미국의 조그만 동네 인쇄소가 크라우드 펀딩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온라인 주식 거래처럼 간단

 

사실 아직 부동산 산업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여전히 생소한 투자 수단이다. 하지만 일반화되지 못했을 뿐,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고 무섭게 늘고 있다. 매스솔루션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에 총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조달됐다. 2015년에는 이보다 2배 이상 늘어 25억 7000만 달러가 투자됐다. 약 3조원의 부동산 프로젝트 사업비가 온라인을 통해 조달된 것이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그 성장 속도는 더 무시할 수 없다.

 

500만원, 1000만원만 있어도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소액 투자자 전성시대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도래하고 있다. 미국 내 부동산 관련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는 리얼티 모굴(Realty Mogul), 프라퍼티무즈(Property Moose), 펀드라이즈(Fundrise), 아이펀딩(iFunding) 등이 있다.

 

리얼티 모굴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만명의 투자자에게 온라인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며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온라인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사는 것처럼 쉬워졌다”고 말했다. 투자 형태는 선순위 지분 투자부터 후순위·선순위 대출까지 다양하다. 수익률은 위험도에 따라 다르지만 리얼티 모굴 측은 약 7~20%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리얼티 모굴에는 약 1만 7000명의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3년 사이트가 문을 연 이후 250개 프로젝트에 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고위험 감수해야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자에게 지금까지 쉽게 가질 수 없었던 특권을 제공한다. 크라우드 펀딩 시대 이전에는 백만장자가 아니고서는 접근할 수 없었던 프라이빗 투자 기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물론 다소 고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증권법 하에서 부동산 사모투자는 공공에 무분별하게 소개될 수 없었다. 자격을 갖춘, 즉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일부 검증된 투자자에게만 소개될 수 있었다. 일반 증권상품에 대한 이런 규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2012년 ‘잡스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s)이 발효되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런 규제가 제거됐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기술의 진보와 이에 맞춘 법 정비가 소액 투자자의 부동산 투자 기회 확대를 가져왔다.

 

물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부동산 투자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높은 위험도이다. 소액 투자 위주의 자기지분 투자가 많다 보니 투자금을 보장받기 어렵고, 투자 수익을 현실화하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부동산 투자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권장할 만⁠한 투자 상품일 수 있다.

 

간접 부동산 투자의 대명사인 리츠(REITs)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개발회사나 투자회사의 전문성이 리츠 보단 떨어질 수 있는 만큼 투자를 주도하는 회사나 개인의 전문성이나 기존 실적을 검증해봐야 한다. 대학생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부동산 투자에 나설 때, 이용할 수 있는 자금 조달 수단이 크라우드 펀딩이다. 하지만 그만큼 투자자는 젊음에 투자할 지, 전문성에 투자할 지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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