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7
조동철 금통위원, 기획재정부·한국은행-IMF-PIIE 국제콘퍼런스서
자연이자율 급락에 통화정책 무용지물 ‘명목금리제약’ 가능성 지적
조동철 한국은행 금통위원과 권규호 KDI 연구위원이 7일 발표한 자연이자율 및 자연이자율에 영향을 주는 사망률(mortality rate), 출생률(fertility rate), 생산성 증가율(TFP progress rate), 상대가격변화(relative price) 전망치. /한국은행
조동철 한국은행 금통위원과 권규호 KDI 연구위원이 7일 발표한 자연이자율 및 자연이자율에 영향을 주는 사망률(mortality rate), 출생률(fertility rate), 생산성 증가율(TFP progress rate), 상대가격변화(relative price) 전망치. /한국은행
한국은행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한국이 향후 잠재성장률이 더 하락해 일본 장기불황기 발생했던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과 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7일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획재정부·한국은행-IMF-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공동 콘퍼런스에서 조동철 한은 금통위원과 권규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 하락(Declining Potential Growth in Korea)’이란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조동철 금통위원은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하기도 한 국내 대표 거시경제전문가다. 지난해 4월부터 금통위원을 맡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조 금통위원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그 결과 자연이자율도 대폭 떨어졌다는 결과를 내놨다. 자연이자율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로 일종의 장기 균형 이자율을 의미한다. 소비성장률, 사망률, 안전자산 선호도에 의해 결정된다. 소비성장률이 높아질 수록, 고령 인구 비중이 작을 수록 자연이자율이 높아진다. 또 안전자산 선호도가 낮아지면 자연이자율도 하락한다.
조 금통위원은 한국의 자연이자율이 1990~2015년 동안 연 4.3%포인트 하락했고, 2015년부터 2040년까지 1.6%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그 결과 한국이 중앙은행이 낮출 수 있는 금리의 최저 수준이 자연이자율보다 높게 되는 명목금리제약(zero lower bound·ZLB)이 만성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명목금리제약은 1990년대 일본 장기침체 상황에서 발생한 ‘유동성함정’이란 현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경제 전체 성장률이 너무 떨어져 돈을 빌려도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으면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리지 않는다. 그런데 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경제가 회복되지 못한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이라는 전통적인 정책 목표를 고수해야 하는 지가 문제가 된다.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수단을 일상적으로 써야 하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게다가 낮은 금리에서 자산가격 앙등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거시건전성 유지가 정책 목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조 금통위원은 이 때문에 “기대 인플레이션이 현재 수준(연 2%)를 밑돌아 디플레이션이 만성화되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충격 발생에 대비한 비상 계획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형 장기 불황이 발생해 만성적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조 금통위원은 “향후 잠재성장률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과 금융시장, 상품시장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자원배분의 효율성(TFP)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