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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사업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한전의 도전

Bonjour Kwon 2017. 9. 22. 18:56

2020년까지 7640억 투자

 

한국전력공사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한전’(Digital KEPCO)으로의 변신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조환익 한전 사장

 

조환익 한전 사장은 5일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로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미칠 잠재력이 매우 클 것”이라며 “전력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도록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다양한 신규 협력사업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새로운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와 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글로벌 신에너지 절대강자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가대표 공기업’으로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공공분야 중심의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우선 한전은 기존의 ‘발전→송배전→판매’ 사업구조에서 전력사업과 이종사업 간 융합적 사업구조인 ‘플랫폼’ 중심 체제로 변모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전기만 수송하던 전력망에서 전기와 정보를 동시에 수송하는 ‘에너지 인터넷’으로의 변화도 꾀하고 있다. 앞으로 소비자가 태양광으로 낮에 생산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 두었다가 밤에 활용하거나 EV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다시 공급받는 등 에너지 생산과 공급을 함께 하는 ‘프로슈머’로 도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9대 전략과제를 세워 764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한전은 3조 6000억개에 달하는 데이터를 빅데이터화해 상업·학술·공공 분야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너지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관리, 분산발전, 전력 거래, 전기차 충전 등 최종 소비자의 사용가치를 증대하는 모든 전력 서비스를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2015년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전은 지금까지 200개 기업과 에너지밸리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누적 투자금액 8810억원과 6086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 올해 250개 기업유치 목표와 함께 대기업과 외국기업의 대규모 투자유치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에너지밸리의 성공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한전은 지난달 16일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추진 노력과 혁신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2017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100 Awards’를 2년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전력회사로는 한전이 유일하게 선정된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2년 연속 수상은 ‘미래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자평했다.

 

나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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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플랫폼 사업자' 변신 시도하는 한전...'정부 규제가 걸림돌'

한동희 기자 | 2017/09/20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빅데이터센터'를 방문했다. 조 사장은 LG유플러스 관계자들에게 "AI(인공지능) 기반의 에너지 '마켓 플레이스(장터)'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혁신 기술을 공유하고 에너지 효율화와 사물인터넷 전용망 사업에서 강력한 협업 관계로 전력에너지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자"고 말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빅데이터 센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전 제공

조환익 한전 사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빅데이터 센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전 제공

 

 

한전이 '업(業)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변화의 골자는 전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다. 한전의 강점인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최고 수준의 계통 운영 기술력에 ICT를 접목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너지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 설비 구축과 운영에 주력해 온 한전이 에너지 관련 소프트웨어와 온라인 서비스 회사로 '대전환'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한전의 이런 청사진은 넘어야할 산도 많다. 꿈을 실현하려면 혁신 속도가 관건인데, 규제로 인해 발빠른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전이 특수목적법인(SPC) 하나만 새로 만들려고 해도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로 가서 간신히 허락받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완화를 통해 한전이 조직을 가볍게 운영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말한다.

 

◆ 한전 "경쟁상대는 구글"…에너지 플랫폼 기업 전환

 

조 사장은 최근 ICT 기업들과 잇따라 만나 협업을 제안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빅데이터 센터를 방문한 다음날인 15일에는 지멘스의 조 캐져 회장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나 기술공동개발을 논의했다. 지난 1일에는 경기도 분당구 소재 에너지통합솔루션 업체 그리드위즈와 AI음성인식 스피커를 내놓은 SKT네트웍 연구원을 방문했다.

 

조 사장이 손을 내민 ICT 기업들은 한전에 AI,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들이다. 한전은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한전이 운영하는 전력 빅데이터는 연간 3조3370억건이며, 기지국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신주는 900만개에 이른다. 이 데이터에 ICT 기술을 접목하면 현재 20초 단위로 알 수 있는 순간전력사용량을 2초 단위로 파악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정전 등에 대해 대응할 수 있다. 전기만 보내던 전력망으로 전기와 정보를 동시에 수송할 수 있는 것이다.

 

한전은 수집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력 데이터 장터를 구축해 데이터를 거래하도록 하고, 이런 기술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내다팔 계획이다. 또 공공 부문에도 이 데이터를 제공해 공공의 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전신주에 부착된 센서로 수집한 자동차 통행량 정보를 공공기관에 제공하면 공영 주차장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한전은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을 통해 2015년 12월 파리 기후변화협약 체결로 도래한 '신(新)기후체제'에도 대응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기존 전력 체계는 필요한 전력량에다 비상시를 대비한 잉여 전력까지 추가 생산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발생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너지 신산업은 꼭 필요한 만큼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잉여 전력 낭비를 없앨 수 있다.

 

한전이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전기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조 사장의 생각이 큰 역할을 했다. 조 사장은 캡코 4.0을 발표하면서 "프랑스 최대 민간발전사인 엔지와 독일 이온, 도쿄전력까지 이미 대부분의 전력회사가 새로운 에너지 유틸리티 기업으로 변신을 추진하는데 이는 모두 에너지 솔루션 제공자가 되기 위한 노력”이라며 "심지어 소프트뱅크·구글도 이를 추진하고 있으며 누가 먼저 '플랫폼'을 선점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 /조선DB

조환익 한전 사장. /조선DB

 

한전은 2016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에너지 자립섬 등 에너지 신산업에 3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까지 누적 투자 규모를 8조3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 인프라에 대해선 지난해 8월부터 도심 생활형 공동주택 충전소를 확대했고, 올해는 전기차 선도 도시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소 300곳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대형 마트나 코레일 등과 협력해 대규모 도심생활형 충전소를 세우고 4000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홈 충전 사업을 시행할 방침이다.

 

한전이 새 먹을거리를 적극적으로 찾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화력' 기조도 한몫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5일 공학한림원이 주최한 에너지포럼에서 "탈원전·탈석탄화력 등 에너지정책 변환을 위해 신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신규 전력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한전의 지배력이 큰 전력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변화 발목잡는 정부 규제 완화 시급

 

한전은 에너지 신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생태계 밑단에 있는 벤처회사나 협력회사를 육성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6월 에너지신산업 분야 스타트업(벤처회사) 1차 공모에서 최종 65개사를 선정하고 육성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별로 2년 동안 2억원의 사업자금으로 비즈니스 모델 개발, 시제품 제작, 인력 양성,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하고 빛가람혁신센터내 입주 사무실 제공, 한전의 전력기술 분야 전문 멘토링과 창업전문 액셀러레이터 매칭을 통한 사업화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한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기업들의 R&D 투자와 수출마케팅은 물론, 스타트업의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스타트업의 발굴·육성은 혁신기술 개발의 저변 확대와 함께 청년 창업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규제는 넘어야할 산이다. 해외 경쟁사들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만 한전은 규제에 발목이 묶여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에너지기업 e·on의 경우 자회사만 2000여개다. 본사에서 전담하기 힘든 신사업들을 스타트업 창업 등 작은 회사들에 맡겨 급변하는 환경에 재빨리 적응했다. 하지만 한전은 특수목적법인(SPC) 하나를 세우기도 어렵다. 한전 발전사 등 공기업은 SPC를 구성하려면 기재부, 산업부와 협의를 거쳐 이사회를 소집해야 하는데, 이사회 의결까지 적어도 2개월이 넘는다. 예산당국인 기획재의 허락을 받으면 예비타당성조사도 받아야한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의 경우에는 아예 진출을 못하는 상황이다. 한전은 2001년 전력사업 구조 개편에 따라 발전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한 후 전력 생산을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에 맡기고 현재는 전력 구입, 송전, 배전 등의 업무만 맡고 있다. SPC 출자를 통한 진출은 허용하고 있지만, 경영권을 확보할만큼의 지분 투자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한전 내 인프라를 활용할 여지가 줄어든다.

 

또 공룡기업인 한전의 조직을 쪼개는 등 몸집을 가볍게 해 순발력을 키우려고 해도 노조의 반발 등으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 예로 한전이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 사업을 추진하면서 검침원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자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사업법 개정보다는 ‘공공기관운영 법’ 등 개별법을 통해 풀어야 한다"며 "한전이 새로운 먹거리 실험에 나설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