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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 시동…공공분양주택부터 단계적 도입 로드맵 나온다

Bonjour Kwon 2017. 10. 13. 07:34

 

 

2017.10.12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후분양제 도입 로드맵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10년 전부터 후분양제를 시행 중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한 은평뉴타운 공공아파트. [매경DB]

지난 정권 후반기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주택 후분양제가 공공분양주택을 시작으로 본격 도입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주택 후분양제 시행 여부를 묻는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질문에 "후분양제의 장점엔 충분히 공감하지만 전면 도입을 위해서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며 "단계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공공분양주택부터 후분양하도록 로드맵을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선 급격한 산업화로 주택 수요는 급증한 반면 공공 재원이나 건설사업자 자금력은 부족했던 탓에 금융시장 수준이 떨어졌던 1970년대부터 선분양제가 자리 잡았다. 수분양자는 사업자의 이자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건축 기간에 발생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주택경기가 과열되면서 선분양제가 공급과잉 및 주택 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해결책으로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선분양이나 후분양이 의무화된 것은 아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10년 전부터 모든 공공분양아파트에 후분양제를 도입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후분양제를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 선진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택 정책 수장인 김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선언함에 따라 향후 주택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후분양제는 많은 장단점이 공존하는 데다 주택경기에 따라 장점이 단점으로 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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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어느 정도 완공이 된 상태에서 분양을 신청하기 때문에 건설사와 부실 시공 문제로 다툴 여지가 작아진다. 또 아파트 단지의 층, 향을 확인하고 분양 신청을 할 수 있어 선분양에서 행해지던 '깜깜이 분양'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상황에서 후분양제가 잘 정착되면 수요자 입장에선 알 권리도 확보되고 품질을 확인한 후 집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평가했다.

 

반면 신규 공급물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조합 등 시행사는 선분양제하에서 일반분양자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 형태로 받던 공사비를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나 사업성이 악화될 수 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후분양제가 완전히 정착되기 전까지는 분양 리스크로 인한 신규 분양 물량 감소가 예상되고 단기간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자금 지출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자금조달 계획도 다시 짜야 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선분양제에선 계약금, 중도금, 잔금 형태로 나눠 냈지만 후분양제에선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해 자금조달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분양시장의 양극화도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입지가 좋은 사업장은 완공 단계에서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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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증가로 투기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는 중도금 대출 규제로 자금조달이 어려워 소자본으론 분양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전세를 놓으면서 분양대금을 납부할 수 있어 분양가의 20% 내외 자본만으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게 된다. 대신 분양권 전매로 인한 주택시장의 투기장화를 막을 수 있고 수급 불균형에 따른 혼란도 완화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변 시세 수준에서 분양가를 책정하다 보니 분양 웃돈(프리미엄)에 대한 기대도 힘들어질 수 있다.

 

선분양에 최적화된 현행 아파트 분양시장도 후분양제 도입과 함께 제도적 변화가 예상된다. 후분양제에선 분양보증을 앞세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고분양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실제 일부 강남 인기 지역 재건축 조합은 HUG의 분양가 상한 제한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후분양제를 고민하고 있다. 다만 후분양을 선택한 상태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된다면 높은 금융비용을 분양가에 전가할 수 없어 조합의 고민은 커질 전망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자들의 청약통장예금과 분양채권 등으로 운영되는 주택도시기금의 대체 재원 마련과 함께 선분양제를 지원하기 위한 공기업인 HUG의 역할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김 장관 역시 전면적인 후분양제 도입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단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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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후분양제 도입 선언..주택시장 태풍 될까?

입력 2017.10.13. 

분양제가 주택시장의 태풍이 될 조짐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후분양제 도입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국민의당의 질의에 "후분양제의 장점엔 공감한다"면서 "전면 시행에 준비가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공공부문부터 도입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금융시스템부터 건설업계의 구조, 소비자의 접근법까지 모두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부터 민간으로 단계적용
부실 줄고 ‘깜깜이’ 해소 기대
새 집값 상승요인...투기 우려
건설사 자금조달방안 등 절실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후(後)분양제가 주택시장의 태풍이 될 조짐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후분양제 도입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선(先)분양제는 주택이 부족했던 1977년 도입됐다. 국가 재정이 부족했던 때 정부의 부담 없이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었던 묘수였다. 당시 정부는 분양가를 철저하게 통제해 소비자를 보호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선분양 특혜가 고개를 들었다. 자재 바꿔치기와 부실공사, 분양권 투기 등 사회적인 문제가 불거졌다. 분양권 불법 전매가 횡행했고 분양권 거래규모는 한 해 수십조원으로 불어났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국민의당의 질의에 “후분양제의 장점엔 공감한다“면서 ”전면 시행에 준비가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공공부문부터 도입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후분양을 결정한 이후 지금껏 시행된 적이 없다”면서 “정권이 바뀐 지금이 후분양제를 실시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전국 아파트 분양권 전매 거래금액 추이. [자료=국토부]

국토부가 정 의원에게 제출한 ‘아파트 분양권 전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분양권 전매량은 11만8000건에 달했다. 2016년부터 2017년 8월까지 분양권 거래는 약 29만 건, 거래금액은 지난해에만 57조원으로 집계됐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금융시스템부터 건설업계의 구조, 소비자의 접근법까지 모두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실시공 문제가 줄고 ‘깜깜이 분양’이 사라진다는 기대감의 반대편에는 분양가 인상, 투기수요 확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후분양제는 계약부터 입주까지 1년 남짓한 시간이 걸린다. 실수요자는 이 기간에 집값을 조달해야 한다. 자금조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부(富)의 쏠림이 심화할 수도 있다. 청약통장 예금과 분양채권 등으로 운영되는 주택도시기금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역할 등 제도적 변화도 필수적이다.

후분양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대변화가 예상된다. 실수요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부실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와 업계ㆍ소비자의 자금 부담이 증가한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사진은 압구정 아파트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신규 공급물량 감소도 후분양제의 과제로 꼽힌다. 중간비용이 없고 금융권에 기댄 사업비를 마련할 수 없어 건설사들의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금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 위주로 살아남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김 장관은 “민간부문은 후분양을 하는 업체의 대출보증제도, 공공택지 공급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국감에 참석한 김선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과거 어떤 장관도 후분양제를 이야기한 적이 없어 김현미 장관의 이번 발언은 더 의미가 크다”면서 “다만 참여정부에서도 로드맵을 만들고 실제 이행하지 못한 것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회와 시민단체, 소비자 등이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