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나이, 신인류 `어모털족` 등장
78세 우디 앨런, 64세 메릴 스트립, 노년에도 활동 왕성한 신인류 `어모털족` 등장
경제적 여유·과학발전에 결혼 등 자유롭게 선택, 더이상 비즈니스서도 나이로 소비자분류 못해
78세인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노년에도 왕성한 창작욕을 보이며 지난 40년간 무려 37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35세 어린 아내 순이 프레빈과 살고 있다.
영국의 뮤지션 믹 재거는 올해 70세가 됐지만 아직도 무대를 즐기고 있다. 그는 "할 수 있는 동안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8세인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지난 40년간 무려 37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35세 어린 아내 순이 프레빈과 살고 있다. 메릴 스트립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남자 세 명에게 구애를 받는 역할(영화 `맘마미아!`)을 사랑스럽게 소화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이를 잊고 산다. 중년 장년 노년 등의 구분은 이제 모호해졌다. 노년에도 중년층보다 더 활발하게 일하는 사람도 있고 죽음이 등을 두드리기 전까지 청년시절과 똑같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언제쯤이면 스스로를 중년이라고 생각할까?`라는 질문에는 4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타임`지 유럽 편집장 캐서린 메이어는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이 시대에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의 저서 `어모털리티`는 나이를 잊고 사는 시대가 어떻게 도래했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책의 제목인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저자가 `영원히 살 수 없는`이라는 뜻의 단어 모털(mortal)에 부정을 의미하는 `어(a)`를 붙여서 `영원히 늙지 않는`이라는 의미로 만든 신조어다. 그는 자신이 이 단어를 만들어냈을 뿐 현상을 발명한 것은 아니라며 `어모털리티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낯익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런 `어모털족`의 등장은 사회의 풍요가 낳은 부산물이라고 설명한다. 경제적 여유, 과학의 발전 등이 결혼 출산 교육 직업 등 인생의 주요한 선택을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시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 예를 들어 성형수술의 대중화는 외모만으로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동안 열풍`은 이제 더 이상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모두가 자연스레 추구하는 생활방식이 됐다.
책에서는 어모털족의 등장을 가속시킬 과학기술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난소이식술`은 여성의 임신 시기도 미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25세 때 난소를 떼어내 병원에 냉동시킨다면 40세 때도 25세의 난소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터넷도 어모털족 등장에 도움이 됐다. 그들은 인터넷 속에서 어떤 연령대도 될 수 있었고 신체적 제약을 받지 않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는 보조 기억력도 갖게 됐다. 따라서 어모털족은 가정을 꾸릴 때에도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마돈나가 30세 어린 애인을 만나고 휴 헤프너가 60세 연하의 애인을 만난 것뿐 아니라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세 아이의 생물학적 부모이면서 세 아이를 입양한 것은 어모털족이 만드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준다.
저자는 `어모털족`이 등장한 배경에는 `자기애`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들을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거의 대체로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소비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나이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으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은 어모털족의 전형이다. 그는 `죽음을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장례식에도 가지 않는다. "저는 장례식 같은 데에는 못갑니다. 그런 식의 현실을 대하는 것이 내게는 너무 힘들고 또 너무나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어모털족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두고 저자는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였다가 영적 전문가로 변신한 리처드 알퍼트가 말한 "지금 여기에 있으라"와 통한다고 설명한다. 나이를 잊고 산다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끼친다. 더 이상 나이로 소비자들을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모털족에게는 새로운 것과 색다른 것에 대한 욕구가 `나이에 걸맞은 것`에 대한 욕구를 앞선다.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유명인이고 그들의 이야기도 극단적이기에 우리나라에도 일반화시키기에는 아직 어색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모털족의 등장은 무시할 수 없는 `흐름`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나잇값 하라고? NO!
지금은 ‘어모털족’의 시대
“내가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모든 것을 지금도 좋아합니다. 내 취향은 정말로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쭉 그래왔어요.”(사이먼 코웰·53, 음반기획자 겸 ‘아메리칸 아이돌’ 심사위원)
“내게 아주 놀라운 사실은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휴 헤프너·86,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창업주)
‘나잇값 하라’는 말, 이젠 사라져야 할 것 같다. 바야흐로 ‘어모털리티’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나이를 떠나 자신이 원하는 나이에 머물러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적당히 알아서 뒷자리로 물러나야 하고 옷도 점잖게 입어야 한다는 등 나이에 대한 문화적 통념은 엷어지고 있다. 위에서 예로 든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 반대 현상도 있다. 한창 청소년기임에도 요즘 아이들은 마치 성인 같은 섹시함을 추구한다. 청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은퇴기, 노년기 등의 ‘나이에 맞게’라는 수식어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견 모두가 느끼고 있는 이런 사적 현상이 새삼 눈에 늘어오는 건 ‘조어(造語)’의 힘이다.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 미국 시사주간 타임의 유럽 총괄 편집장인 저자 캐서린 메이어는 커버스토리를 쓰면서 ‘어모털(amortal)’이라는 조어를 만들었다. 모털(mortal)은 ‘영원히 살수 없는’이라는 뜻인데, 여기에 부정을 의미하는 ‘어(a)’를 붙여 ‘영원히 늙지 않는’이라는 의미를 담아낸 것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그는 단어를 만들어냈을 뿐 현상을 발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포장이 달라지면 다른 상품으로 보이듯 ‘어모털족(族)’이라는 신조어로 멋지게 포장한 사회 현상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나름의 논리적 구성력으로 그 현상 자체와 그 현상이 대두하게 된 배경을 분석한다. 나아가 그 현상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까지 짚어낸다.
무엇보다 어모털족이 바꾼 건 노동과 직업의 개념이다. 어모털족은 평생 일한다. 유명 인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은퇴 후에 새로운 직업을 갖거나 새로운 활동을 하는 사례는 부지기수 아닌가. 젊음을 사기 위해 기꺼이 돈을 쓰고, 나이를 잊게 해주는 과학기술이 등장하고, 나이에 대한 문화적 개념도 자연스레 달라진다.
상업 자본도 이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정력제 비아그라,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효소가 들어 있다는 건강보조식품 ‘TA-65’ 등에서 보듯 제약업계는 불멸을 향한 욕망을 조장하고 화장품 업계는 가짜 희망을 만들어낸다. 기존의 소비 패턴에 변화가 오면서 기업들은 난감해하기도 하지만, 이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모털족이 사회 제도까지 바꾸는 힘을 가졌다는 데 주목한다. 가장 두드러진 게 가족의 재구성이다. 비혼과 만혼, 낮은 출산율, 외동아이 증가, 입양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등장한다. 사랑조차도 과거와 달라졌다. 어모털족의 나이를 잊은 청춘의 감정은 끝없이 사랑을 추구하게 만든다. 길어진 수명만큼 섹스 수명도 늘어나고 황혼의 이혼과 황혼의 카사노바도 증가한다.
책이 딱딱하지 않은 건 어모털리티 현상을 유명 인사 혹은 주변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자는 나이가 들면 할리우드 영화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불문율을 깬 미국 배우 메릴 스트립, 음반 유통사업에서 시작해 우주사업까지 나서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꿈꾸는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스페인 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는 어모털족의 아이콘이라고 할만하다. 그는 아버지가 89세에 재혼해 낳은 아들이면서 그 자신 축구 선수였다가 자동차 사고를 만난 후 가수로 전환했다. 미국 워싱턴 정가의 아름다운 커플이었으나 60세가 넘어 이혼한 앨 고어 전 부통령 부부도 어모털족의 사례다.
인간적으로 와 닿는 건 저자의 가족 사례다. 81세까지 열한 권의 책을 썼고 지금도 주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아버지, 회사에 나이를 속였다가 65세에 연금수령자라는 사실이 들통 나면서 해고되자 컨설팅회사를 차렸다는 어머니 얘기는 어모털리티 현상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저자는 서문에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지 모르겠다. “당신에게 이 책은 낯선 새로운 종족에 관한 가이드인가, 아니면 당신 자신에 관한 보고서인가.”
72세 몸짱, 60세 마라톤 완주, 63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우린 나이 잊고 도전 즐기는 '어모털族'
나이는 숫자일 뿐, 꿈은 연령을 따지지 않아
'젊은 노인' 늘며 일·소비 변화, 고령 출산 늘고 힐링문화 확산
72세에도 근육질몸매를 자랑하는 내과의사 제프리 라이프.
청소년 상담가였던 영국인 제프 도넌은 71세였던 2009년 잉글랜드 북서부 세프턴 시의회로부터 고소당했다.
불쾌감을 주거나 위험하게 스케이트나 롤러블레이드 등을 타면 안 된다는 조례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법원에서 공개된 CCTV 영상은 점심시간 인파를 헤치고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그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동통신에서부터 교통, 여행, 금융 서비스, 미디어 등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300개 이상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버진그룹의 창업주 리처드 브랜슨은 와이셔츠와 정장바지 차림의 최고경영자(CEO) 이미지를 벗어버렸다. 긴 머리와 턱수염, 상습적으로 늘어놓는 음담패설까지…. 그는 60세 생일을 앞두고 런던 마라톤을 완주했고, 항해와 열기구에서 세계기록을 깨기 위해 모험을 계속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생물학적 나이와 세대의 구분?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유년기·청소년기·청년기·중년기·은퇴기·노년기·황혼기로 이어지는 인생의 단계가 모호해졌다.
63세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메릴 스트리프.
데이비드 배티스컴이라는 베이스 연주자는 59세에 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변신했고, 60세에는 마라톤을 완주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예순셋의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나이든 여자도 박스오피스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안티에이징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제프리 라이프는 72세에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가수 마돈나는 나이 들어서도 아이를 입양하고 30세 연하의 애인을 만난다. 칠순을 바라보는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는 한 경기에 30시간 가까이 걸리는 크리켓 마니아다.
《어모털리티: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한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 현실이 된 트렌드가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에 어떤 기회와 위기를 가져오는지 분석한다. ‘영원히 살 수 없는’이라는 뜻의 ‘mortal’에 부정적 접두어(a)를 붙인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영원히 늙지 않음’이라는 뜻. ‘타임’의 유럽총괄 편집장인 저자가 만든 신조어로,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살고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소비하는 사람들을 저자는 ‘어모털족’이라고 부른다.
끊임없이 도전을 즐기는 리처드 브랜슨.
어모털족은 자신들의 행동이 나이에 어울리는 것인지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나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써보고 싶어 한다. 결혼, 이혼, 출산, 공부, 일 등 인생의 모든 선택이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열려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어모털족이 늘어나면서 가족관계도 변화한다. 불임 치료를 통해 나이 든 여성이 아이를 낳고, 고령 출산이 늘어난다. 가임 기간도 길어졌다. 길어진 수명만큼 섹스의 수명도 길어졌고 황혼 이혼과 황혼의 카사노바도 많아졌다. 결혼과 가정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종교는 약화되고 힐링을 강조하는 치유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어모털족의 등장으로 인한 일과 직업, 소비의 변화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다. 우선 마케터들은 더 이상 나이로 소비자를 분류할 수 없게 됐다. 평생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것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2010년 8월 시장조사회사 닐슨은 미국에서 6만4000여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패드 사용자의 15%가 56세 이상이었고, 이들이 애플의 주목할 만한 성장 기회를 대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3년 미국에서만 출시됐던 도요타자동차 브랜드 사이언의 부상과 몰락은 어모털리티로 인한 기업세계의 혼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행에 민감한 박스카 형태로 출시된 사이언은 첫해부터 고공행진을 시작해 2006년에는 17만대 이상 팔렸다.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구매자가 액세서리와 주변 장치들을 직접 선택하도록 ‘개인화’한 것이 젊은 층에 주효했다. 하지만 사이언의 판매량은 2009년부터 급감했다. 도요타는 모델 범위를 넓히는 전략으로 맞섰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열망하는 나이든 계층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전을 즐기는 어모털족의 성향은 사업을 이끌어가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리처드 브랜슨이 그런 인물이다. 이들은 기업 문화와 분야를 변형하고 새로운 모델과 활동 영역을 개척한다. 저자는 “어모털 에너지는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제국을 구축하고 생산성을 높인다”며 “특히 어모털족으로 가득 찬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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