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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으로 출발한 호반, 건설 `톱3` 오르다

Bonjour Kwon 2018. 2. 1. 07:33

2018.01.31

 

대우건설 1조6000억원에 인수

시공능력 13위가 `고래` 삼킨격…해외건설·재건축 기반 마련

`승자의 저주` 지적있지만 이익 등 내실서 대우건설 앞서 당분간 독립 경영 유지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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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13위인 호반건설이 3위 대우건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DB산업은행은 3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건설 지분 50.75%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영삼 산업은행 부행장은 "'정책금융의 선순환'과 '대우건설 발전에 기여'라는 매각 목적 달성에 호반건설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호반건설은 2월 중 양해각서(MOU) 체결과 실사를 거쳐 여름께 매각 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1월 19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호반건설은 당장 대우건설 지분 전량을 모두 인수하는 대신 40%만 우선 사들이고 나머지는 산업은행이 2년 뒤 팔 수 있도록 풋옵션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40%에 대한 인수가는 주당 7700원을 제안했다.

 

당장 산업은행이 쥐는 금액은 1조3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을 공동 경영해 주가가 오르면 지분 10.75%(약 4500만주)를 주당 7700원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 최소 3000억원가량을 2년 후 받을 수 있다. 대신 호반건설은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2년 후 대우건설 경영 실적에 따라 총매각가는 '1조6000억원+알파(α)'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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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은 인수자금의 절반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 절반인 6500억원은 자기자본에서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호반건설 계열(호반건설주택·호반건설산업·호반베르디움 등) 누적 자기자본은 5조3000억원으로 대우건설(약 2조50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업계에서는 "골리앗을 잡은 다윗"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 13위인 호반건설(2조4521억원)은 대우건설(8조3012억원)을 인수하면 단숨에 3위로 올라선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과 화력을 합치면 순식간에 '10조 클럽' 반열에 오른다. 2위는 13조7106억원을 기록한 건설업계의 '맏형' 현대건설이다. 규모뿐만 아니라 대우건설이 보유한 아파트 브랜드 파워와 해외 사업 노하우도 흡수하게 된다.

 

호반건설은 '호반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아파트 사업 전문 건설사다. 수익성이 높은 택지지구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아파트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여유자금이 풍부한 회사로 꼽힌다. 이 결과 지난해 자산총액 7조원을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몸집을 키운 호반건설의 다음 숙제는 사업 다각화였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사진)은 올해 신년사에서 "과감하게 기존의 사업 방식을 버리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신규 사업 발굴과 인수·합병(M&A)을 통해 호반의 미래 비전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건설 인수가 김 회장 구상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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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은 아직 '강남 재건축'의 벽을 넘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치열했던 대규모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호반건설은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반면 대우건설은 최근 부동산인포가 실시한 아파트 브랜드 조사에서 '푸르지오'로 4위를 기록했고,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써밋'을 내세워 강남권 노른자위로 꼽히는 신반포 15차 재건축을 따내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우건설은 총 22억6628만달러(약 2조4253억원)의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해 전체 건설사 중 5위를 꿰찼다.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카타르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발전소, 콘도, 도로 사업들을 따냈다. 호반건설의 해외 진출 실적은 사실상 전무하다.

 

상반된 길을 걸어온 두 회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기업 문화 차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은 이 같은 논쟁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대우건설 인수 후 당분간 독립 경영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독립성을 존중하면 대우건설 임직원의 불안감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 노조는 '헐값 매각' 등을 문제 삼으며 인수를 반대해왔다.

 

이날 산업은행은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투입한 3조2000억원은 현재 평균 주가 수준에 30%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며 "헐값 매각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또 호반건설 계열 전체로 보면 외형과 내실에서 대우건설을 앞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2017년 호반건설 계열 추정 매출액은 6조원, 추정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이다. 대우건설의 매출액은 11조원, 영업이익은 7000억원이다. 1989년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호반건설은 광주 삼각동 148가구의 임대주택을 시작으로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다. 창업 당시 김상열 회장은 28세였다.

 

한편 45년간 한국 건설업계에 파란만장한 역사를 써오며 '건설사관학교'로 불렸던 대우건설은 세 번째 주인을 맞게 됐다.

 

[김강래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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