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운용.펀드시장

질주하는 사모펀드… 설설 기는 공모펀드. 소수 부자 놀이터 변질 우려? 공모펀드는 판매보수 높고 대체투자등에 제약많아

Bonjour Kwon 2018. 4. 9. 08:07

2018.4.6

사모펀드 쏠림 현상 심화로 소수 부자 놀이터 변질 우려

 

금융투자협회 사모펀드지원팀은 지난달 만들어지자마자 협회에서 가장 바쁜 부서 중 하나가 됐다. 팀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 전용 운용사가 급격히 늘다보니 문의를 받느라 눈코 뜰 새 없다”고 말했다. 2015년 20개에 불과했던 사모펀드 전용 운용사는 지난달 말 기준 134개로 늘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공모펀드는 개인투자자 이탈 현상이 이어지면서 사모와 공모 간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사모펀드는 49명 이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법상 최소 가입금액이 1인당 1억원이라 기관투자가나 거액자산가가 아니면 접근이 어렵다. 사모펀드 활성화는 투자자 다양성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금투협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순자산은 296조239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200조원을 돌파한 뒤 약 2년 만에 96조원이 늘었다. 반면 공모펀드는 244조4547억원으로 2년 전보다 32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모펀드는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날개를 펼쳤다. 금융 당국은 2015년 사모펀드 자기자본 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고 지난해 말에도 전문사모운용사의 최소 자본금 요건을 10억원으로 내렸다. 반면 공모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 및 판매 분석’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소위 ‘박스피’(일정 폭 내에서만 주가가 오르내리는 코스피)를 겪은 개인투자자들이 주가가 상승하자 환매한 뒤 펀드시장에서 이탈했다”고 분석했다. 2011∼2016년 개인의 공모펀드 투자는 약 25조원 감소했다.

 

이런 격차는 앞으로도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가 요즘 트렌드인데 규제가 많은 공모펀드는 대체투자에 제약이 많다. 운용이 자유로운 사모펀드의 질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도 사모펀드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다. 국회의원 시절 사모펀드 활성화를 주장한 데 이어 원장 취임 후에도 금감원 담당 부서에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공모펀드 ‘소외 현상’을 우려한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동시운용 효과’라고 해서 우수한 펀드매니저들이 사모펀드 운용에 집중하게 돼 공모펀드 수익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거론된다”고 말했다. 펀드 시장이 ‘국민 재산 증식’이라는 본래 목표에서 벗어나 소수 자산가의 놀이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능력이 좋은 매니저들이 사모펀드를 위주로 담당하는 문제가 이미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모펀드의 신뢰를 높여 사모·공모 간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연구위원은 “조사 결과 개인투자자는 펀드 판매사와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기관투자가보다 더 높은 판매 보수를 부담할 가능성이 높았다”며 “이런 점들이 공모펀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므로 판매 채널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 당국은 공모펀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가 어려운 펀드 명칭을 바꾸고 수익률 등을 알아보기 쉽게 공시토록 하는 제도 마련을 추진 중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