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소주택 한번 지어볼까 | 20평의 마법, 협소주택에 살어리랏다
최초입력 2018.04.27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한 골목길.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되고 낡은 주택 밀집 지역이다. 고만고만한 기와지붕· 빨간 벽돌로 둘러싸인 주택가에서 유독 흰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자투리땅을 활용해 만든 ‘협소주택’이다. 불과 60㎡에 불과한 땅이지만 높이는 11m로 우뚝 솟아 있다. 지상 3층에 다락까지 그야말로 ‘나만의 성채’다.
어두울 때 보면 흰색 외관이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른 획일적인 주택과 비교해 개성 있는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성산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협소주택을 짓기 위해 전용면적 60~80㎡ 규모 땅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과거 다가구주택(원룸) 붐이 한창일 때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틀에 박힌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싶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아파트와 다가구주택 등 공동주택은 사람들이 생활하기 가장 편리한 주택 구조다. 하지만 그만큼 천편일률적이다. 자신만의 개성은 깨끗이 포기해야 하는 주거 형태기도 하다. 어떤 집을 가든 내부 구조는 비슷하다. 외형적인 모습도 답답하고 획일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정원을 갖춘 단독주택이 가장 좋겠지만 천정부지 서울 땅값을 생각하면 언감생심. 개성을 찾는 사람들은 또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선다. 바로 협소주택이다.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 위치한 협소주택. (공감건축사사무소 제공)
서울에서 오래된 단독 혹은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에 협소주택 바람이 불고 있다. 협소주택은 대지면적 60~90㎡ 규모에 3~4층 높이로 지은 주택을 말한다. 주로 도심 자투리땅을 활용해 짓는 것이 특징이다. 대지면적은 좁지만 용적률과 건폐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사용 공간을 넓혔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저층 주거지 소규모 주택 재생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협소주택을 장려하고 있다. 협소주택이라는 용어는 일본의 ‘쿄쇼주타쿠’의 한자어 ‘협소주택’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했다. 서울시는 ‘협소’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어감과 함께 일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판단하에 순우리말인 ‘아담주택’을 대신해 사용한다. 아담주택은 대지면적 90㎡ 미만 필지 중 단독주택(다가구주택 제외)을 뜻한다. 현재 서울시에 있는 약 74만필지 중 대지면적 90㎡ 미만인 필지는 약 18만6000필지로 전체 25.2%에 이른다. 현재 서울시는 저층 주거지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아담주택 1층에는 근린생활시설(상가)을 허용하고 있다.
협소주택은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주택 형태다(박스 참조). 한국에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개그우먼 김미려 씨의 연남동 협소주택이 1년 만에 2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고 전해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수백 채의 협소주택을 설계한 이용의 공감건축사사무소장은 “5년 전과 비교하면 설계 의뢰가 2~3배 늘었다”며 “젊은 30~40대를 중심으로 협소주택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마포구 연남동이나 성산동, 종로구 익선동, 용산구 후암동, 성동구 성수동 등 소위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협소주택을 조금씩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낡은 주택 밀집 지역인 후암동에는 아담주택을 짓기 위해 낡은 빌라나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남산 조망을 즐길 수 있고 서울역이나 광화문 등 도심과도 가깝기 때문이다. 매수하려는 사람에 비해 협소주택을 지을 만한 부지는 매물이 많지 않다. 후암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후암동에는 새로운 건물이 대거 들어서고 있는데 이 중 60%는 협소주택”이라며 “요즘에도 땅을 찾는 문의 전화가 꾸준히 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협소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아파트같이 획일적인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신세대의 주거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협소주택을 지으려면 건축주는 땅 구입부터 건축가 선정, 설계와 시공까지 모든 활동을 함께한다. 거주하는 가족의 생활 습관이나 신체적 특성, 취미 등을 모두 고려해 공간을 구성한다. 현창용 H2L건축사사무소 공동소장은 “예전에는 직장과 집이 멀어 통근에 버리는 시간을 지금처럼 아까워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여가 문화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시간’의 가치가 커지면서 직주근접을 더욱 중요시한다. 30~4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파트처럼 몰개성적인 주택이 아닌 자신만의 주택을 갖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면서 협소주택이 인기를 끈다”고 분석했다.
서울 새 아파트 가격이 최근 부쩍 올랐다는 점도 협소주택 인기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2014년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급속도로 상승했다. 강남 지역 대부분 새 아파트는 전용 84㎡ 기준으로 20억원을 넘어섰으며 강북 지역도 대부분 10억원을 돌파했다. 이에 맞춰 전세가격도 크게 올랐다. 협소주택 건축 비용은 연면적 기준 3.3㎡당 약 600만원. 대지면적 66㎡에 협소주택을 짓는다면 건축 비용은 약 3억원이 필요하다. 물론 토지 비용이 변수지만 새 아파트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셈이다. 황정현 H2L건축사사무소 공동소장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2014~2015년부터 작은 땅을 사서 내 집을 짓겠다는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후암동에 위치한 협소주택 외부 모습과 내부 공간. (공감건축사사무소 제공)
협소주택의 또 다른 장점은 자투리땅만 있으면 충분히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다. 꼭 네모반듯한 땅이 아니어도 설계만 잘하면 새로운 형태의 집을 지을 수 있다. 바닥면적이 작은 만큼 공간 활용에 제약이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생활 방식에 따라 층별 공간을 구성할 수도 있다. 설계에 따라 공간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요즘 아파트에서 불편함을 겪는 요소 중 하나인 ‘층간소음’에서도 자유롭고 옆집 이웃과 불필요한 마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1층에 근린생활시설을 두면 임대수익까지 올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일부 협소주택은 1층에 상가를 두고 2층부터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1층에 카페 등을 입점시킨다면 임대수익과 주거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굳이 1층을 상가로 두지 않아도 임대용 주택을 만들면 월세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협소주택 중 일부 공간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기도 한다.
협소주택을 짓기로 마음먹었다면 주의할 점이 많다. 우선 각종 건축법을 이해해야 한다. 국내 건축법은 건물의 규모나 대지면적을 고려하지 않는다. 협소주택도 단독주택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다. 연면적 50㎡가 넘으면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인접 건물과 최소 50㎝ 간격을 두고 인접 도로 폭은 4m를 유지해야 한다. 이용의 소장은 “현재 건축법이 대형 건물을 중심으로 제정되면서 건물 크기와 상관없이 똑같은 규제를 적용한다”며 “협소주택은 그 크기에 맞게 다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소주택의 원조 일본에서는
도심 외곽으로 빠졌던 사람들이 돌아오며 대중화
일본 협소주택은 1951년 건축가 마쓰자와 마코토가 지은 자택이 효시다. 연면적이 약 53㎡에 불과한 이 주택은 방과 거실, 주방, 욕실, 서재 등을 모두 갖췄으며 일본 특유의 목조 구성이 돋보인다. 이후 일본에서는 협소주택 걸작들이 쏟아졌다. 1976년 안도 다다오가 대지면적 약 57㎡에 세운 ‘스미요시 주택’은 해마다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명소다.
일본에서 협소주택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1990년대 일본 부동산 시장 붕괴와 함께 도심 밖으로 밀려났던 사람들이 다시 유턴하면서다.
일본 경제가 활황을 이루던 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도심 내 땅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덩달아 아파트나 일반 주택 매매, 월세 가격도 뛰면서 많은 사람들은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외곽으로 빠졌던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이들이 당장 집을 짓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대지면적 300㎡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지역에는 용도가 불분명하고 그대로 방치된 좁은 토지가 꽤 있었다. 규모가 매우 작기 때문에 시세도 저렴했다. 많은 사람들이 소규모 부지를 활용해 협소주택을 짓기 시작하면서 협소주택이 크게 늘었다.
협소주택 전문 건설사 또한 생겨났다. 건설사가 집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재료인 땅을 저렴하게 매입해야 했다.
이를 위해 건설사들은 가격을 책정하기 어려운 삼각형 모양의 토지도 적극적으로 매입했다. 어중간한 크기의 땅은 사서 4등분하는 식으로 활용했다. 협상을 통해 자재 가격을 인하하는 등 건축비도 최대한 낮췄다. 이렇게 확보한 땅과 자재로 약 4억~5억원에 3층짜리 목조주택을 지어 공급하고 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 일러스트 : 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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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주택 짓는 과정·주의할 점은-뉴타운 해제·계획도시 자투리땅 노려라 관리 힘들고 환금성 떨어지는 것은 단점
직장인 김지훈 씨는 마포구 망원동에 자신만의 집을 짓고 사는 것이 꿈이다. 요즘 유행하는 협소주택에 관심이 많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토지 구입부터 시작해 설계와 인허가, 시공 등 고려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김 씨와 같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 중 상당수는 자금이 문제겠지만 돈이 있어도 협소주택을 짓는 방법을 잘 몰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협소주택은 토지 확보 → 건축사 선정과 설계 → 시공사 선정 → 시공과 준공 후 관리 등 총 네 가지 과정을 거친다. 협소주택을 다수 설계한 건축사들의 도움을 받아 각 단계별 주의할 점과 몇 가지 꿀팁을 살펴본다.
서울시 후암동에 있는 또 다른 협소주택. (공감건축사사무소 제공)
▶1단계 | 토지 확보
▷땅만 잘 구하면 절반은 성공
협소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땅을 확보하는 작업이다. 땅값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 도심에 협소주택을 지으려면 땅값이 건축 비용보다 2배 이상 들기도 한다. 강남 대부분 지역의 3.3㎡당 땅값은 5000만원이 넘는다. 땅 구입에만 10억원을 쓴다면 협소주택의 의미가 없다. 강북에서도 용산구나 마포구, 성동구 등은 3.3㎡당 3000만~4000만원 수준이다. 지하철역에서 조금 거리가 있거나 외진 골목길은 조금 더 저렴하다. 하지만 작은 토지일수록 3.3㎡당 가격은 높기 때문에 감당하기 쉽지 않다. 서울에서 협소주택을 짓는다면 외곽 지역인 금천구나 은평구, 중랑구 등은 3.3㎡당 1000만원대 땅을 구입할 수 있다. 이관용 오픈스케일건축사사무소장은 “협소주택을 짓는 사람의 절반은 원래 땅이 있던 사람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땅을 구입해 짓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좋은 자투리땅을 찾기 위해서는 꾸준한 발품이 중요하다. 계획도시 바로 옆이나 뉴타운 해제 지역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계획도시나 뉴타운은 구역별로 땅을 나눈다. 그러다 보면 도로나 다른 용도로 인해 잘려나간 땅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중 급매로 내놓는 매물이 있다면 안성맞춤이다. 경매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서울 오래된 주택이 경매에 나온다면 이를 낙찰받아 허물고 협소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 물론 입찰 경쟁은 치열하다.
토지를 구입할 때는 몇 가지 체크 사항이 있다. 우선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 살펴봐야 한다.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토지)에는 집을 지을 수 없다. 포털 사이트를 활용하면 ‘지적편집도’가 나온다. 여기에서는 해당 토지의 용도지역은 물론 도로와 땅이 이어져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땅의 용적률(건축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이나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비율) 확인도 필수다. 용적률이 높으면 높게, 건폐율이 높으면 넓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이관용 소장은 “협소주택은 3종 주거지역보다 2종 주거지역이 더 나을 수 있다”며 “2종은 건폐율이 높고 3종 대비 저렴하기 때문에 협소주택 설계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일조권 확인도 중요하다. 건축법에는 ‘일조권 사선제한’이라는 규정이 있다. 건축물을 지을 때 다른 건물의 일조량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법으로 정해놨다.
일조권 사선제한을 확인할 때는 토지 북쪽에 무엇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토지 북쪽에 도로가 있다면 가장 좋은 땅이다. 일조권을 방해하는 건물이 없기 때문에 건물을 최대한 높게 올릴 수 있다. 주차장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 북쪽에 일반주택이 있다면 보다 주의가 요구된다. 만약 본인의 땅이 더 높은 곳에 위치했다면 최악이다. 경우에 따라 3층도 못 올릴 수 있다. 이런 땅에는 협소주택을 짓기 어렵다.
협소주택의 옥상은 휴식 공간이나 정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2단계 | 설계
▷설계 전 땅의 경계 반드시 확인을
땅을 구했다면 다음 할 일은 바로 집을 설계할 사람을 찾는 일이다. 바로 건축사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건축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마음에 드는 협소주택이 있다면 그 건물을 설계한 건축사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협소주택은 공간이 좁다 보니 일반 아파트처럼 동선이 효율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설계나 시공 과정에서 변수도 많다. 주방이나 화장실 위치 설정이 까다롭다. 협소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설계가 중요한 이유다. 되도록 소규모 건축이나 협소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사를 찾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 현창용 소장은 “협소주택은 1㎝도 소중하다. 수납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고 건축주 입장을 먼저 고려해주는 건축사를 만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설계 전 반드시 할 일이 있다. 땅의 경계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작업이다. 협소주택을 짓는 자투리땅은 주변에 필지가 엉겨 붙어 명확히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위 달동네라고 불리는 경사진 지형은 더욱 그렇다. 문서상 문제가 없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면 본인이 사려고 하는 땅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무허가 불법 건축물이 세워졌거나 옆 건물이 확장돼 내 땅을 조금이라도 침범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지상권 문제로 철거도 어렵다. 땅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기 위해 ‘경계 복원측량’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지적공사에서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다. 붉은색 말뚝을 박고 명확히 내 땅이 어디까지인지 설정하는 작업이다. 측량을 한 뒤 설계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
설계를 할 때는 건축사에게 가족의 생활 방식이나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최대한 상세히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용의 소장은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산다면 굳이 애써 집을 지을 필요가 없다”며 “자신의 삶과 생각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설계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3단계 | 시공
▷꼼꼼한 계약서 작성은 필수
설계를 마쳤다면 다음은 시공이다.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보통 설계를 바탕으로 2~3개 시공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는다. 견적서를 꼼꼼하게 작성하는 시공사는 공사도 그만큼 신중하게 진행한다. 황정현 소장은 “견적서에는 어떤 자재를 써서 어떻게 시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 견적서를 받은 후 건축사와 의논해 결정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공사를 결정한 뒤에는 계약서를 작성한다. 세부적인 사항도 꼼꼼히 기재해야 뒤탈이 없다. 특약사항을 가능한 상세히 작성하고 공사 단계별로 공정률에 따라 공사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시공 비용이다. 하나 명심할 점이 있다. 시공사들은 대지면적 3.3㎡당 600만~700만원 선으로 소개하지만 비용은 땅 모양이나 설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시공사는 건축주가 제시한 비용에 맞추겠다고 하지만 ‘먹튀’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대지면적 60㎡에 짓는 협소주택에 들어가는 건축 비용은 최소 3억원으로 추산한다.
협소주택을 짓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엇보다 사전에 많은 공부가 병행돼야 한다. 주기적으로 주택박람회나 자재 전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사 시작 전에는 두 가지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우선 지반 조사가 필요하다.
이관용 소장은 “지반 조사 후 땅이 무르다면 기초 보강공사가 필요하다. 요즘 인기 있는 마포구는 대체로 땅이 무르기 때문에 꼭 지반을 조사한 뒤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 전 주변 이웃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작업도 중요한 일이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부푼 마음을 안고 협소주택을 짓기 시작했겠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공사는 ‘민폐’의 또 다른 이름이다. 특히 바로 옆집은 의도하지 않게 폐를 끼칠 수 있다. 현창용 소장은 “공사 전 주변에 여유 있는 대지나 도로가 있다면 미리 사용 승낙을 받는 것이 낫다. 그곳에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쌓아둘 수 있다면 공사 기간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마장동에 있는 협소주택으로 땅 모양이 반듯하지 않지만 색다른 설계를 통해 공간을 잘 활용했다. (H2L건축사사무소 제공)
▶4단계 | 공사 후 유의사항
▷하자이행증권 받고 AS 잘 살펴야
시공이 끝나면 이제 준공만 기다리면 된다. 만약 상가나 주택을 임대한다면 준공 후에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것이 낫다. 공사는 분명 완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준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로부터 하자이행증권을 받는 것도 빼먹지 않아야 한다. 혹시나 준공 이후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잔금 10% 정도는 준공 후 지급한다고 계약서에 명시해도 좋다.
감리도 중요하다. 단독주택이라면 설계자도 감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를 한다면 구청에서 지정된 사람을 감리자로 선정해야 한다. 별도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준공까지 마치면 협소주택을 짓는 작업은 이것으로 끝이다. 토지 확보 후 설계 4~6개월, 시공 6개월 등 약 1년이 걸린다.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훨씬 늦어지기도 한다.
협소주택이 갖고 있는 단점도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반면 협소주택 관리는 온전히 집주인 몫이다. 보안이나 하자보수 처리 등이 불편할 수 있다. 아파트와 비교해 대출도 원활하지 않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원하는 금액만큼 대출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 협소주택은 환금성이 낮은 상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혹시나 나중에 되팔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협소주택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기보다 평생 내가 살 집, 나만의 보금자리라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 처음 지을 때부터 교통이나 학군, 주변 인프라 등도 감안해야 한다.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설계한 집에 산다는 것은 남들은 절대 누리지 못하는 즐거움이지 않을까 싶다.
Q 공사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A 비용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지면적이 60㎡라면 건축 비용은 다른 제반 비용을 포함해 약 3억원가량으로 잡는 것이 낫다. 대지면적 3.3㎡당 약 600만~700만원 든다고 하지만 시공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Q 2종 주거지역과 3종 주거지역 중 어떤 땅이 좋은가.
A 보통 3종 주거지역의 땅값이 비싸다. 협소주택을 지을 때는 오히려 3종보다 2종이 낫다. 건폐율이 높기 때문이다. 저렴한 2종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땅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Q 대지 모양은 꼭 사각형이어야 하는가.
A 큰 문제는 없지만 되도록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이 내부 공간 활용하기에 좋다. 면적에 큰 제한은 없지만 1개 층 건축면적이 25㎡는 넘어야 불편하지 않다. 건폐율을 50%로 산정하면 대지면적이 최소 50㎡는 돼야 한다는 얘기다.
Q 설계할 때 주의할 점은.
A 미리 건축사에게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소주택은 설계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에 중간에 무엇을 변경하는 작업이 몹시 어렵다. 주방이나 화장실, 주차장 위치 설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수정을 최소화해야 비용과 공사기간을 모두 줄일 수 있다.
Q 보통 몇 층까지 올릴 수 있나.
A 건물 높이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조권 사선제한이다. 토지 북쪽에 도로가 있다면 2종 주거지역이라도 4~5층까지 지을 수 있다. 건물과 붙어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북쪽 건물의 지대가 낮다면 3층도 못 올릴 수 있다.
Q 너무 공간이 좁은데 1층에 상가를 놓고 임대할 수 있나.
A 주차 요건만 갖춘다면 1층을 상가로 만드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5호 (2018.04.25~05.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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