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F

한진해운신항만, PEF에 사실상 경영권 매각?…STX에너지와 닮은 꼴2013.06.30

Bonjour Kwon 2013. 7. 2. 08:47

한진해운, 신항만 유상감자에 지분 일부 처분…유상증자로 FI 교체
50%+1주로 경영권 유지했지만 BW 행사시 FI가 새주인
STX에너지 매각과 유사…EB 교환권 행사로 경영권 상실
한진해운 "워런트행사에는 비공개 '조건'이 있으며 경영권 매각 계획은 없다

 

한진해운이 자회사인 한진해운 신항만(이하 신항만)의 재무적투자자(FI) 교체와 유상감자를 통해 685억원을 조달한다.

표면적으로는 신항만 경영권을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새 주주로 나선 FI가 향후 신주인수권을 활용해 지분 50%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경영권이 추후 이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STX그룹이 오릭스에 STX에너지 지분을 매각할 당시와 유사한 구조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3000억원 규모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고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도 검토해왔다. 이번 한진해운 신항만 감자 및 증자를 통해 자회사 지분에 묶여있는 지분을 현금화한다. 

 

신항만은 한진해운이 2007년 부산신항만 영업권을 분할해 세운 100% 자회사다. 이후 2010년 한진해운이 보유중인 신항만 주식 580만주 중 49%(284만2000주)를 PEF인 포세아노스에 매각해 2000억원을 조달했다. 이 자금은 부채를 상환하는데 쓰였다.

 

수년이 지난 올해 5월21일, 신항만은 이사회를 통해 유상감자를 결정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신항만 지분 51% 중 일부 (16.85%), 그리고 2대 주주였던 포세아노스가 보유중인 전환우선주 전량(284만2000주)이 대상이다. 매입가격은 한진해운 주식은 주당 7만84원, 포세아노스의 주식은 주당 8만1331원. 이로써 신항만은 1대 주주였던 한진해운에 685억원, 2대 주주였던 포세아노스에 2311억원 등, 총 2996억여원을 지급하게 됐다. 감자기준일은 6월 24일이다.

 

신항만은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3의 FI를 새 주주로 끌어들였다.

지난 6월25일 신항만은 2800억원 규모 제3자배정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정대상자는 IMM인프라 PEF, 그리고 이 펀드가 설립할 펠리샤 유한회사(이하 펠리샤)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전환우선주 198만855주(전환비율 100%)며, 납입일은 다음달 26일이다. 보통주 전환가액은 14만1353원으로 정해졌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FI로부터 자금을 유치, 기존 FI의 엑시트(Exit)를 실행하고 한진해운도 수백억원의 자금을 받는 구조다. 포세아노스 자리는 새로운 FI인 펠리샤가 대신하게 된다.

 

일단 유상감자가 진행되고 다시 새로운 FI인 펠리샤에게 우선주가 발행되면 신항만에 대한 한진해운의 지분율은 50%+1주가 된다.

과거 FI(포세아노스)는 지분 50% 가량을 인수하는데 2000억원을 들였다면 새 FI(IMM 인프라PEF)는 지분 50%가량을 인수하는 데 2800억원이 투입되는 형태다.

여기서 신항만은 새 FI에게 2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발행했다. 이 BW의 워런트 행사규모에 따라 신항만의 경영권 이전 여부가 가능해진다.

이 워런트는 다음달 27일부터 만기는 10년간, 보통주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제공한다. 인수권행사 시 전환우선주를 발행한다.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은 14만1353원으로 유상증자 주당 가격과 동일하다. 단순계산으로 약 14만1490주를 받을 수 있다.

BW를 제외하면 신항만에 대해 한진해운과 IMM 인프라 PEF의 지분율 차이가 고작 1주 많은데 불과하다. 따라서 신주인수권의 행사는 곧 경영권 이전을 의미한다. 신항만의 재무지표가 매년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FI로서도 경영권을 확보할 만한 요인이 있다.

아울러 신항만이 BW 소지자인 펠리샤의 신주인수권 행사 청구가 있기 전까지 주식배당 또는 무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변동될 수 있다. 한마디로 리픽싱(Refixing) 조항에 따라 펠리샤의 지분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구조, 즉 PEF등의 새로운 FI가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지분율을 40%이상 보유하고, 이후 교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경영권 이전이 가능한 구조는 최근 국내 투자시장의 트렌드처럼 자리잡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STX에너지에 대한 오릭스의 투자다. 표면상으로는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 추후 경영권이 FI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유사하다. 지배주주가 모기업→사모펀드로 변경되더라도 모기업이 경영권은 그대로 행사하는 부분도 유사하다. 자금 확보가 절실한 모기업의 고육지책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런 시각에 대해 한진해운 측은 "IMM측에서 '안전판'을 확보하기 위해 BW발행과 워런트를 요구해 이뤄진 것이고 한진으로서도 경영권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BW의 신주인수권행사는 IMM이 원한다고 행사될 수는 없고 행사되기 위한 별도의 '옵션'이 있다"며 "다만 양측 합의로 이 옵션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진해운 측은 "신항만은 부산항만공사에서 터미널을 빌려 크레인 시설을 한 후 운영하는 사업이다"며 "항만공사와 계약이 파기되거나 한진해운이 항만사업을 포기할 경우가 아니면 워런트가 행사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진해운은 "공사도 해운물량을 유지해야 하다보니 터미널 운영권을 다른 곳이 가져가길 원치 않을 것이며 한진해운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이 항만공사와의 임대조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