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日,가장튼튼한 대기업 건보에 300억원 긴급지원 파산위기 건보조합만 310곳…1000여곳적자.건보 땜질처방연연하다 혈세투입.

Bonjour Kwon 2018. 8. 25. 07:41

 

 

2018.08.24

日 정부, 가장 튼튼한 대기업 건보에 300억원 긴급지원

파산위기 건보조합만 310곳…1000여 곳은 적자 눈앞

고령화 속도 빨라 재정 고갈…직장인 부담도 늘며 악순환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에 땜질 대응만을 이어온 일본 건강보험이 날로 심각해지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건강보험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미루다 의료보험 체제 자체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대기업의 건강보험조합(건보조합)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정부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4일 보도했다. 후생노동성은 우선 2019년도 지원금액으로 30억엔(약 300억원)을 편성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건보조합은 독립채산제라 정부 지원이 사실상 없다.

 

3년 연속 적자일 경우 등 지원이 있지만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회사별로 운영되는 건보조합, 중소기업 직장인은 협회건보, 공무원은 공제조합에 가입한다. 자영업자나 농수산업자, 퇴직자, 무직자 등은 국민건강보험(국민건보)에 가입한다. 건보조합은 대기업이 운영 주체이다 보니 재정이 가장 튼튼하다.

 

일본 정부가 정책을 변경하게 된 것은 건보조합 해산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올해에도 벌써 가입자 16만명의 생활협동조합(coop)이 해산을 결정했다. 건강보험조합연합회(건보련)에서는 올해 파산 위험이 있는 건보조합이 310곳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건보조합(1389개) 중 22% 이상이 위기 상황에 몰려 있다는 얘기다. 올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건보조합이 전체 중 70% 수준인 1000곳에 이를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예산까지 투입하기로 했지만 건보조합 해산 도미노를 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의료 수요가 많은 75세 이상 고령자가 늘면서 건보조합의 부담이 날로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건보조합이 파산하면 가입자들은 중소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협회건보에 가입하게 된다. 협회건보는 연간 1조엔가량을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건보조합 파산이 늘수록 협회건보 가입자가 늘게 되고, 결국 일본 정부 부담도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본 정부가 급히 건보조합에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도 파산 전에 돕는 쪽이 정부의 부담이 작다고 판단해서다.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건보조합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 것은 위기 때마다 임기응변식 대응에 그쳤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의 가장 최근 통계인 2015년 의료비만 보더라도 전체 42조3000억엔(약 423조원) 중 75세 이상 고령자 의료·개호(돌봄) 비용이 15조2000억엔에 달했다. 후기 고령자 연령이 75세로 상향된 2008년에는 11조4000억엔이던 것이 7년 새 33%나 늘었다.

 

늘어난 부담을 떠안은 것이 고소득 직장인들이었다. 당장 지난해 8월부터 40~64세가 내는 개호보험료 산정 방식이 정액제에서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더 내는 '총소득제'로 바뀌었다. 앞서 2008년에는 늘어나는 고령자의 의료 부담을 해결하겠다며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후기 고령자 보험을 신설했다. 수익자인 고령자도 좀 더 부담하는 대신 국민 모두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였다. 이 역시 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된다. 고령자의 병원 치료비와 요양 관련 비용이 늘수록 대기업 직장인의 등골은 더 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건보조합은 지난해 전체 지출 비용 중 75세 고령자 관련 비용이 절반을 넘어섰다. 직장인들이 "우리가 혜택을 보지도 않는데 왜 돈을 내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수익자 부담 등을 확대하고 있지만 고령자 의료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전체 보험 체계에 대한 위기를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위기는 다른 곳에서도 오고 있다. 퇴직자가 늘면서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국민건보 역시 재정이 날로 취약해지고 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국민건보 운영 주체를 기초지자체에서 광역지자체로 바꿨다. 재정 위기 부담을 더 많은 사람이 나눠 지는 '리스크 풀링(위험 분산)' 차원이다. 국민건보 가입자 평균 연령이 높고 소득이 낮다 보니 운영 주체 변경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또 지자체별로 재정 상황이 달라 반발도 적지 않다.

 

건보련 관계자는 "고령자에 대한 지원 축소 외엔 답이 없음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변화가 없다"고 비판했다. 고령자에 대한 의료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본다는 얘기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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