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3
파월 연준 의장, 통화정책 기조 유지 뒷받침
美 가계소득 늘어나면서
생산성 향상 함께 이뤄지며
실업률·물가 반비례 옅어져
"고용상황 50년來 최고에
인플레이션도 2% 수준"
12월 추가 금리인상 시사
월가선 무역전쟁發 경고음
"관세 올리면 물가인상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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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역사적으로 희귀한 호황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매우 낮은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인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희귀한 시대(extraordinary times)'에 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물가와 낮은 실업률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들의 '로망'일 만큼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미국이 이를 보여주고 있어 각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전미기업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실업률은 50년 이래 최저 수준이고,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치인 2% 수준"이라며 "2020년까지 실업률은 4% 이하에 머물고 인플레이션도 2% 근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물가는 내리는데 현재 미국 경제는 '낮은 실업률·저물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정도로 견고하다는 분석이다.
연준이 내놓은 미국 실업률 예상치는 올해 3.7%, 2019년 3.5%, 2020년 3.5%, 2021년 3.7%다. 또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올해 2.0%, 2019년 2.1%, 2020년 2.1%, 2021년 2.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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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1950년 이래 미국 경제는 저물가와 낮은 실업률 등을 여러 차례 경험했지만 이처럼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낮은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한 적은 없었다"며 "이러한 경제 상황 변화로 가계와 기업들은 더 이상 변동성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파월 의장 발언은 경기와 실업률 간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이 평탄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으면 실업률이 낮아지고 임금이 오르면서 소비가 늘어나 전체 물가가 오른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져 사람들이 직장을 잃으면 소비가 줄어 물가가 내려간다.
이러한 물가와 실업률 간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필립스 곡선이다. 연준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은 이러한 필립스 곡선 이론에 기반해 통화정책을 펼친다. 예를 들어 물가를 잡기 위해 실업률 증가를 감수하면서 금리를 올리는 식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 발언은 실업률이 낮아져도 물가가 오르지 않을 정도로 필립스 곡선 기울기가 완만해졌다는 평가다.
파월 의장은 특히 임금 상승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크게 끌어올릴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금이 올랐지만 생산성 향상과 보폭을 맞추고 있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화, 기술 발전, 긱 경제(gig economy·산업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경제 방식)와 같은 노동시장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필립스 곡선이 평탄화된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파월 의장은 "필립스 곡선은 여전히 온전하고 죽지 않았다"며 "연준은 점진적인 금리 정상화(인상)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실업률, 물가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금리 정상화 정책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의미한다.
연준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현재 연 1.75~2%에서 연 2~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상향 조정은 올해 들어 3월과 6월에 이어 세 번째 조치다. 연준은 나아가 12월에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고, 2020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점진적으로 정상적 통화정책으로 복귀하는 것은 현재 강한 미국 경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면서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러한 파월 의장 발언에 대해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를 간과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이 촉발한 '관세 폭탄'에 따른 무역전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데이터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상당수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철강 등 주요 원재료에 고율 관세가 부과된 것을 핑계 삼아 제품 가격을 올리려는 기업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캐서린 만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관세와 무역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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