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rmland Fund

일본 은행이 농업에 뛰어드는 이유? 실패 잇달으나 발전중

Bonjour Kwon 2018. 10. 16. 15:27

2018.10.3


최근 일본의 농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쌀 생산량을 정부가 조절하고 농가를 지원하던 '겐탄(減反)정책'이 폐지되면서 농사를 폐업하는 농가가 증가하고 있어 일본 농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일본의 3대 은행중 하나인 미쯔이스미토모은행이 농업 법인을 만들어 쌀의 생산과 판매에 나선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블로그에서 은행이 농업에 뛰어드는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자.


은행이 농업에 뛰어드는 이유

미쯔이스미토모은행의 농업 법인 신설이 의외인 것은 풍부한 자금을 배경으로 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나 하이테크 재배 계획도 없이 지금의 생산 방식에 기반을 두고 농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왜 농협도 아닌 대형 은행이 농사를 짓겠다고 나선것일까. 그것도 가장 상황이 어려운 작물인 벼 농사를 선택한 것일까. 그 배경을 지금부터 알아보자.

미쯔이스미토모은행의 농업 법인 설립

일본에서 기업이 농사에 뛰어든 경우는 미쯔이스미토모은행이 최초가 아니다. 채소 재배의 경우에는 이미 많은 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전국에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EON그룹은 전국 각지에 농장을 운영하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쯔이스미토모은행의 경우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비즈니스로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벼농사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의아한 부분이다. 특히 몇몇 기업들의 농업 진출 실패사례 뉴스가 보도되어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 시기이다.

건강기기 제조회사인 오므론은 20억엔 이상의 거액을 투자해 1999년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7헥타르의 토마토 재배 시설을 만들었다. 장비는 태양광 식물공장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에서 수입했다. 각종 언론은 당시 오므론의 첨단기술과 네덜란드의 시설이 결합함으로써 일본의 농업을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3년 후 오므론은 사업을 접고 철수했다. 이유는 네덜란드와는 다른 여러 환경조건 때문에 기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충분한 토마토 재배 노하우를 축적하지 않은채 의욕만 앞서 거액의 투자를 실시한 것이 가장 큰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한편 미쯔이스미토모은행은 이와는 달리 거대한 계획이나 투자를 추진하지 않고 작게 시작해서 크게 키운다는 전략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벼농사 부분을 담당할 인적자원을 확보함에 있어서 우선 지역 농민을 활용했다. 처음 시작부터 관리부서를 따로 두고 농업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원래 있던 농민들에게 농사를 맡기는 형태로 시작한 것이다. 즉 농업을 잘 아는 아키타현의 농민들이 사업을 리드하게 하고 자신들은 농지를 제공하는 방식을 취했다. 작업 위탁을 실시한 것이다.

작업 위탁에 대한 우려와 농업 부활에 거는 기대

아키타현의 농업법인과 아키타은행, NEC그룹의 리스회사 NEC캐피탈솔루션,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스&리스의 출자로 만든 농업법인. 벼수확하는 아키타현 캐릭터 초진네이거
그렇다면 왜 미쯔이스미토모 은행은 작업 위탁이라는 방식으로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농사를 기존의 농가에 맡기는 방식을 취하는 것일까. 자본을 무기로 하는 은행으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은 전략임에는 틀림없다. 

첫번째 이유는 이 방식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벼의 생산량을 조절하는 겐탄 정책의 폐지를 계기로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자 이농을 생각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농민들에게 작업을 위탁하는 형태이므로 리스크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두번째는 영세 농가와 윈윈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기존 농가들 중 고작 1~2헥타르 정도의 논을 소유한 농민들은 영세 농가임에도 불구하고 모내기 기계와 트랙터를 구입하거나 렌트해야 해서 비용 부담에 허덕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야말로 비효율적인 생산방식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가 많았다.

뿐만아니라 겸업 농가, 즉 다른 일과 벼농사를 병행하는 농가도 있었다. 이들 역시 농기계의 구입은 비효율적인 측면이 강했지만 대부분 어쩔수 없다는 식이었다. 미쯔이스미토모은행은 이들 영세 농가들이 무리하게 기계를 구입하는 비용을 줄이고 은행에서 제공해 농사를 짓게 하는 방식을 취했다.

즉 농가가 안고 있는 비효율성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농가의 수익구조를 창출하고자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은행이 농업에 참여한다는 데는 보다 더 깊은 속내가 감추어져 있다. 그것은 바로 은행 본래의 역할인 새로운 산업 모델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금 공급이다.

제조업의 정체와 스타트업 기업들이 증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부딪히면서 은행들은 보유한 자금을 어디에 융자할지 그 대상을 찾지 못해 고민에 빠져 있다. 바로 이때 성장 산업으로 불리는 농업 그리고 나아가서는 바이오 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할 방침을 세웠고 그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직접 농업에 참여해 그 산업의 변화를 리드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미쯔이스미토모은행이 자사의 새로운 기술력을 활용하지 않고 기존의 농가를 마치 소작농으로 부리는 듯한 작업 위탁 관계를 맺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지금은 초기 단계라 농업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데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 농민들에게 수확을 늘리라는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농가의 수가 줄면서 이농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자금을 공급해 농업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려는 점은 거시적인 계획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어찌되었든 은행의 농업 분야 참여는 지금 막 시작되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료]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경영매거진 CHIEF EXECUTIVE 2018.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