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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밖에 없지 않소?!" ㅡ김동길교수ㅡ'

Bonjour Kwon 2018. 12. 8. 21:31

나는 문재인이 두 번째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하였다. 물론 4수를 하여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한 번 출마했다 안 되면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회고하면서 문재인이 안철수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나는 믿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내가 꺼린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노무현의 비서실장을 지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노무현의 정치 철학을 그대로 계승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조국의 앞날이 위태롭지 않겠나'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대중을 숭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반미가 뭐가 나쁩니까?"라고 반문하던 노무현, 일본에 다녀온 직후에 "그 나라에서는 공산당이 합법화되어 있는데 그것이 무척 부러웠습니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털어놓던 노무현. 그 정치 철학을 답습한다면 대한민국 안보에 위기가 오리라고 나는 내다보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이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 이승만·박정희 묘소에는 아예 들르지 않고, 김대중의 묘소에만 들렀다는 것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당선자의 처신이었다.

 

박근혜의 탄핵을 앞두고 연일 벌어진 촛불 시위가 일종의 혁명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이명박·박근혜가 정치를 잘못하였기 때문에 민심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간 것뿐이지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하여 민중이 봉기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최순실과의 깊은 관련 때문에 정치는 외면하고 여당에 대하여 관심도 없던 박근혜. 지난번 총선 때 당의 지도부를 무시하고 엉뚱한 사람을 내세워 공천을 좌지우지한 것이 화근이었다.

 

총선 결과는 야당이 여당보다 의석 하나를 더 차지하게 되었고, 여당이 제2 정당으로 밀려난 것이 나는 박근혜의 책임이라고 믿고 있다. 총선이 끝난 뒤 그가 괄시해 오던 당내의 반대파들을 포섭할 아량만 있었어도 30여명 의원이 한꺼번에 당을 떠나 새로운 정당을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당을 떠난 의원들이 대거 박근혜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쟁취의 탄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나는 김대중이 대단한 정치인이었다고는 생각한다. 그는 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현대 정주영으로 하여금 두 번이나 소 500마리와 501마리를 몰고 북을 찾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그의 정치적 수완이 탁월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김대중은 북을 경제적으로 도왔으면서도 미국에 미움을 사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에게 노벨 평화상이 수여된 것은 그의 전법이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을 만큼 완벽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만일 문재인이 당선되면 대통령으로 부르고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바 있었다. 사실 노무현의 5년 임기 중에 단 한 번도 그를 대통령이라고 불러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내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그를 소홀히 대한 것을 미안하게 여겼기 때문에 문재인이 당선되면 즉시 대통령으로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바도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남북 관계가 급진전하였다.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접근을 시도하였고, 그 배후에는 문재인의 노력이 적지 않았다고 들었다. 판문점의 UN군 관리 구역에서 그 남북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 전 세계가 감동하였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잠시 경계선을 넘어 북으로 갔다가 다시 남으로 돌아온 사실도 매우 인상적이었고 우리 역사에 새로운 장이 마련되는 것 같기도 하였다. 김정일 때부터 착수한 핵무기 제작에 김정은이 박차를 가하면서 그의 말대로 하자면 "내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워싱턴이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라고 호언장담하는 마당에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해 문재인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고 백방으로 노력하였을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트럼프와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기적마저 성사되었으니 문재인은 물론 김정은 그리고 트럼프가 모두 노벨 평화상 감이라는 말도 나왔다. 70여년의 분단 역사가 곧 끝날 것 같은 착각에 전 세계가 들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평화를 갈망하는 문재인의 진심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6·25의 전란에서 죽지 못해 살아남은 우리들의 눈에 김정은은 믿지 못할 독재자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대한민국 정권을 차지한 사람들은 북한도 많이 달라졌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자기의 고모부를 반동으로 몰아 하루아침에 해치우고 이복형을 쿠알라룸푸르의 공항에서 독살해 버리는 그런 지도자가 그토록 빨리 체질 개선을 하고 과연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오늘도 의심한다. 남북한의 정전 체제를 청산하고 종전 선언을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냐며 남북의 두 지도자는 분주히 뛰고 있지만, 그것이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닐까. 게다가 만일 종전 선언이 당장에 실현된다면 6·25때와 비슷한 불상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근심하는 사람들을 보수, 반동으로만 몰 수는 없지 않은가! 종전이 선언되면 북의 김정은이 곧 '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은 뻔한 노릇인데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북이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도 어렵고, 제거한다 해도 시간은 많이 걸린다.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렵지 않은가. 한반도기를 들고는 통일이 안 된다. 그러면 인공기를 들고 남북이 통일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태극기를 들고 남북이 통일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꿈이 있는 것은 좋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픈 것'이다. 핵무기도 없는 대한민국이 국제 문제에 강한 발언을 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우리의 분수를 알고 자유민주주의에 충실하고, 나아가 시장경제를 더 발전시키는 그 길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남과 북이 공존·공영하는 것이 당분간 한반도의 나갈 길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문재인이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을 희망이 가득한 부강하고 당당한 나라로 만들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