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구한말 데자뷔…英·佛함대의 日 파견
최초입력 2019.01.15
영국과 프랑스 해군이 올해 상반기 중 일본 근해에 함대를 파견한다. 중국·북한 견제가 필요한 일본의 요구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영국·프랑스의 계산이 일치한 덕분이다. 세계 최고 군사 강국인 미국과 동맹을 맺고 미군을 자국에 주둔시킨 일본이 더 나아가 유럽에도 손을 뻗친 것이다. 안보는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일본이 이러한 상식을 잘 준수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 정부의 모습은 어떠한가.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들마저 북한과 통일이 다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평화 분위기 조성이라는 명목으로 비무장지대 내 초소 폐쇄와 철도 연결 착공식을 진행했다.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실질적인 행동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 한국 정부의 태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한국 여권 지도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스스로 '소국'이라고 낮추고 '중국몽'을 운운하며 중국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 그러는 동안 한반도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시달리면서도 중국에는 아무런 하소연도 못하고 무시를 당하고 있다. 정작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는 최악의 관계로 빠졌다. 군국주의로 돌아갈 수 없는 일본을 상대로 감정적인 대립만 반복하고 있는 탓이다.
구한말 해양 세력 대신 러시아와 청나라에 의존하다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조선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영국은 20세기 초 러시아의 남진을 저지할 목적으로 일본과 동맹관계를 수립해 일본의 한반도 점령을 용인했다. 상대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만 바뀌었을 뿐이지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에 대립했던 구한말 정세가 반복되고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 미국·일본으로 대표되는 서방 세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하는 운명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이 6·25전쟁 후 단기간에 풍요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 배경에는 민주주의와 시장주의 도입이 있다. 이러한 관념이 없는 중국은 화웨이 사태에서 봤듯이 강자(미국)에게는 굽신거리고 약자(캐나다)에게는 한없이 힘자랑을 하고 있다. 그럴 일이 없길 바라지만 한국이 곤궁에 빠졌을 때 누가 한국을 도와줄까.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다.
[국제부 = 김덕식 기자 dskim2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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