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its

MBK파트너스 1.7조홈플러스 리츠 실패의 교훈 .기관사전수요조사서 평가못받아

Bonjour Kwon 2019. 4. 2. 00:31

2019.04.02

 

지난달 국내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추진하던 1조7000억원 규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 실패는 자본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리츠는 특정 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투자신탁을 뜻한다. 쉽게 말해 옛 건물주가 세입자로 바뀌면서, 새 건물주인 리츠 투자자에게 월세를 모아 배당 형태로 나눠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홈플러스 리츠는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51개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했다. 상장을 앞두고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사전 수요예측 결과 제값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홈플러스와 상장주간사가 상의해 자진 철회를 했다. 이번 투자로 연 7% 배당수익을 기대하면서 상장 날짜를 기다리던 개미 투자자들의 실망도 컸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나 상장 주간사를 맡은 국내외 대형 증권사들은 실패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들에게서 들은 홈플러스 리츠 실패 원인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로 요약된다('주어'는 다양하다).

 

우선 가장 큰 실패 요인은 대주주와 회사가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데 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비용 요인은 증가하는 데 반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 온라인 유통업 급부상으로 인한 경쟁 심화 등으로 이미 한국 오프라인 유통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만연해 있었다. 단순히 높은 배당 수익만으로 외국인들의 '떠나가는 마음'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관 매니저들의 보신주의가 경기 침체기에 더 강해지는 흐름도 있었다. 한 국내 상장주간사 담당자는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단기 수익으로 매니저 책임을 묻는 경향이 강하다"며 "경기침체기에 새로운 상품에 투자했다가 수익률이 예상보다 낮으면 자칫 '왜 했느냐'는 질책을 받을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미 일본에선 100조원대 시장으로 커진 리츠가 유독 한국에선 별 인기를 못 얻고 있는 데는 규제 이슈도 있다. 업계에서는 리츠 관할이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로 나뉘어 하위법에 모순이 발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정책적 목적 신상품이 도입될 때 적용하는 분리과세 등을 통해 유동자금을 리츠 쪽으로 돌릴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거시경제 정책 측면에서 간접투자상품 리츠가 제대로 자리 잡아야 아파트·오피스텔로만 돈이 몰리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조시영 증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