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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금융업 뛰어들었다.`네이버파이낸셜` 11월 설립.카카오와 금융업서 맞대결.핀테크 활용해 보험·증권 진출 미래에셋서 5000억 투자받아

Bonjour Kwon 2019. 7. 25. 05:51

2019.07.25

 

네이버페이 자회사로 분사

카카오와 금융업서 맞대결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하고 금융업에 본격 진출한다.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사업 조직을 분사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면서 미래에셋을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이를 통해 금융사업 독립성과 사업 속도를 높여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본격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금융업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네이버가 사업전략을 전격 수정하면서 급성장 중인 모바일 금융시장에서 카카오 등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CIC(사내독립기업)를 물적분할 형태로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고 24일 공시했다.

 

네이버는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11월 1일 네이버파이낸셜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그동안 네이버에서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 영역 등을 총괄해온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겸직한다. 네이버는 최 COO가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경험, 정보기술(IT)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과 금융서비스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판단해 대표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새 법인은 전략적 파트너인 미래에셋으로부터 5000억원 이상을 투자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금융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확한 투자 금액과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래에셋과 5000억원 이상 투자에 합의했으며 공식 투자는 법인이 세워지는 11월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며 "2017년부터 금융 분야에서 펀드 조성 등 전략적 관계를 지속해오며 미래에셋과 시너지를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양사는 네이버가 보유한 IT 역량과 미래에셋의 금융 노하우 등 핵심 역량을 융합해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변화를 시작한 `테크핀(TechFin)` 시장에서 사업을 본격화한다. 테크핀은 IT와 금융을 결합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기존 핀테크 사업과 유사하지만, 금융보다 기술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카카오같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 외 보험·증권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보유한 만큼 결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붙여나갈 전망이다. 네이버페이는 회원가입, 로그인, 배송조회 등 온라인 쇼핑에서 이용자 불편을 개선하며 결제 편의성을 높여왔다. 현재 결제자 수가 업계 최대 규모인 월 1000만명을 넘어섰다.

 

네이버 관계자는 "결제는 돈을 이체하는 송금과 달리 사용자가 상품을 소비하면서 돈을 지불하는 더욱 적극적인 행위"라며 "신규 법인은 해당 경험을 금융 영역으로 더욱 쉽고 재미있게 연결해 사용자들이 새로운 금융 경험을 하도록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금융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카카오 등과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간편결제 기반 생활 금융서비스 기업 `카카오페이` 등으로 해당 분야에서 세를 불리고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보험, 증권, 고지서 납부, 배송 등 다양한 생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공대 출신인 최인혁 대표가 신설 네이버파이낸셜 조직의 수장을 맡게 된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네이버가 금융이 기술을 끌고 가는 핀테크가 아니라 기술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끌어내는 `테크핀` 시대가 열린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카카오페이뿐 아니라 페이코 등 금융과 IT 기업 간 결합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결제 인프라를 중심으로 다양한 실생활 영역으로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편 네이버파이낸셜이 일단 자본금 50억원으로 출발하는 만큼 향후 유상증자 등 방식으로 미래에셋대우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금액과 시점, 방식 등은 향후 진행 과정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은 크게 세 가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신성장 동력 마련, 새로운 투자기회 확보,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 강화다. 미래에셋그룹은 `금융 결제`를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해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예컨대 지난 6월 미래에셋대우는 `간편결제`를 포함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업) 등록을 완료한 바 있다. 국내 증권사 중 최초다.

 

미래에셋대우는 PG업 첫 작품으로 중국 텐센트와 제휴를 추진 중이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이 텐센트의 위챗페이로 국내 가맹점에서 간편결제를 하는 서비스를 미래에셋이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이 서비스는 8~9월 중 시작될 전망이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제휴도 PG업 역량 강화를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 일환"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로 체크카드·CMA(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 등과 연계한 결제 서비스도 곧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 결정은 신규 투자기회를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룹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은 그동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혁신기업 투자를 강조해 왔다"며 "네이버파이낸셜의 혁신성에 확신을 갖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2016년부터 전략적 제휴 관계를 형성해 왔다. 2016년 12월 1000억원 규모 신성장 펀드를 조성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듬해 6월 5000억원 규모 상호 지분투자를 결정했으며, 작년엔 아시아그로스펀드를 공동 조성한 바 있다. 2000억원으로 시작한 이 펀드는 현재 1조원 규모로 덩치가 커졌다. 두 회사는 네이버페이와 미래에셋대우 CMA 간 연계사업을 추진하는 등 간편결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남기현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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