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3
안전자산에 편중땐 기회 날려
韓가계도 자산 조정 서둘러야
장기 디플레이션 진입 초기인 1996년 일본은 평균 예금금리가 연 0.5%로 떨어지며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23년간 정기예금 누적 수익률은 3.9%다. 하지만 리츠에 투자했다면 107%의 누적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제로금리에 진입하자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 가계가 돈을 예금에만 넣어뒀다가 투자 기회를 놓쳐 버렸다. 제로금리 시대를 앞둔 한국에 던지는 반면교사의 메시지다.
3일 일본은행과 미래에셋대우 연금연구센터 등에 따르면 버블 붕괴 이후 금리가 1% 이하로 떨어진 1996년부터 23년 동안 일본 예금금리는 평균 0.2%였다. 그러나 주식에 투자했다면 평균 배당수익률이 1.4%로, 자산이 29%(복리 재투자·세후 수익률) 늘어난다. 2000년부터 재팬리츠 상품들에 투자했다면 연 4.9% 배당수익만으로도 18년간 순자산은 107% 늘어난다. 배당수익뿐만 아니라 자산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해당 기간 5.3% 올랐고, 재팬리츠 평균 가격도 출시 이후 2배 상승했다.
제로금리 시대에 돈을 불려주는 자산이라곤 없을 것 같지만 수익률이 1%라도 높은 자산이 장기적으로는 큰 차이를 낳는다. 그러나 일본 가계는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 안전자산 선호로 오히려 예금을 늘리는 것을 선택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1992~1999년 2.7%에서 0.2%로 하락한 시기에 정기예금 잔액은 1.5배나 불어 3000조엔을 넘겼다. 최근 한국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8월 은행예금금리(만기 1년)가 2.14%에서 1.61%로 떨어질 때 저축성 예금(말기잔액)은 1189조원에서 1243조원으로 오히려 4.5% 늘었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금연구센터장은 "일본처럼 뚜렷한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가계 자산 구성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예금 같은 안전금융자산보다는 중위험·중수익 성향의 인컴형 자산으로 안정적 수익이 계속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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