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31
네이버, 1일 파이낸셜 출범
미래에셋과 상품개발도 박차
카카오, 뱅크 증자로 대형화
증권·보험 영역까지 진출계획
◆ IT공룡 금융플랫폼 전쟁 ◆
공룡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플랫폼 주도권을 놓고 격전에 나섰다. 네이버는 금융전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해 다양한 금융상품 출시를 예고했고, 카카오는 은행과 증권에 이어 보험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기 시작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31일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사내독립기업(CIC)인 네이버페이가 1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해 금융플랫폼으로서의 확장을 본격화한다"며 "회사 출범을 시작으로 결제 규모 확대를 통한 금융사업 기반을 키우고 미래에셋과 협업해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도 "내년에 '네이버 통장'을 출시해 금융 사업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통장은 기존 시중은행과 제휴해 금리 혜택 등을 주는 계좌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페이'로 통칭되는 결제 서비스가 강점인 회사다. 여기에 네이버통장과 일반 이용자도 적은 금액으로 할 수 있는 주식·보험 등의 금융상품 등을 덧붙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온라인 커머스인 네이버쇼핑과 연계해 쇼핑 결제와 밀접하게 연계된 후불결제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결제처도 꾸준히 늘면서 올해 3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전년 동기보다 45% 성장하며 4조원을 돌파했다.
최 대표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수수료도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와 예·적금 추천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색·페이·부동산 등 금융 서비스 이용자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용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2014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 간편결제 카카오페이를 출시한 카카오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의 본류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통해 금융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켰던 카카오는 지난 4월 금융위원회에 바로투자증권의 대주주 적격 심사 신청을 냈다. 증권업 진출을 위한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지난달에는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해 손을 잡았다. 금융위원회 본인가를 거쳐 2020년 하반기부터 모바일 전용 생활 보험상품을 선보인다는 각오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가 1차로 맞붙는 간편송금·결제 시장의 성장세는 무섭다. 2016년 하루 평균 332억원이던 이용금액이 불과 3년도 안 된 올해 상반기에 10배 이상 많은 3633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금융플랫폼 전쟁을 앞두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든든한 우군도 확보했다. 네이버파이낸셜엔 미래에셋대우가 5000억원 이상 투자 의사를 밝혔고, 카카오페이엔 중국 알리페이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이 2300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는 최근 SK텔레콤과 지분 맞교환과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통신·쇼핑·콘텐츠·인공지능(AI)·금융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했다.
[이승훈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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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페이 月1000만명 등에 업고…내년엔 주식·예적금까지
입력 2019.10.31
`빅데이터 중무장` 네이버파이낸셜 1일 출범
미래에셋이 5000억 이상 투자
네이버페이가 별도 회사로
"국내최강 커머스 플랫폼 활용
보험·대출까지 영역 확대"
日라인 통해 해외진출 노릴듯
◆ IT공룡 금융플랫폼 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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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금융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본격 출범하면서 금융 업계가 초긴장 모드에 들어섰다. 4000만명이 넘는 네이버 회원을 기반으로 펼쳐질 금융 서비스의 파급효과를 예측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사내독립기업(CIC)인 네이버페이를 11월 1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해 설립한다. 네이버의 전략적 파트너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여기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내년에 '네이버통장'을 첫 상품으로 선보인 뒤 하반기에는 주식·보험·예금·적금 서비스 등을 연달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내놓을 통장은 네이버가 자체 발급하는 게 아닌 제휴사의 통장과 연계하는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대우 CMS통장과 연계해 체크카드, 후불결제 등 서비스를 제휴하는 개념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네이버가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계좌를 개설할 수는 없다"면서 "제3인터넷은행 사업 진출 등 직접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대신 제휴사와 함께하는 상품에 이전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제휴할 금융사는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네이버는 간편결제 '네이버페이'와 연계한 통장을 이미 출시한 바 있다. 네이버는 신한은행·삼성증권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금융회사에 통장 계좌를 개설해 제휴를 맺어 상품을 내놓았다.
네이버파이낸셜 신임 대표를 맡은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기본적으로 커머스(상거래) 플랫폼 기반 결제 서비스"라면서 "네이버 검색·페이·부동산 등 (금융) 관여도가 높은 트래픽으로 이용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자를 충분히 확보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신용카드와 예·적금 서비스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내년 중이라는 시점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네이버 측 설명이다. 삼성SDS 출신인 최 대표는 2000년 네이버에 합류해 서비스기술 담당 이사, 비즈니스 총괄 등을 맡았다.
다양한 경험과 정보기술(IT)에 대한 깊은 이해가 그의 장점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이버의 가장 큰 경쟁력은 그동안 다져놓은 막강한 플랫폼과 폭넓은 고객 기반이다. 검색 포털 사업으로 시작한 네이버는 회원 수만 4200만명에 달한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가입자 수는 올 2분기 기준 3000만명이다. 네이버 아이디와 연동이 가능해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네이버의 자신감은 네이버페이가 '고속 성장' 중이라는 점에 있다. 네이버페이의 올해 3분기 결제액은 벌써 4조원을 돌파했다. 네이버페이는 온라인 쇼핑에서 회원 가입, 로그인, 배송 조회 등 이용자 편의를 늘려가면서 이미 지난 8월에 업계 최대 규모 수준인 월 결제자 수 1000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네이버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 정식 출시한 '테이블 주문'이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테이블 주문은 음식점을 찾은 소비자가 테이블 위에 부착된 QR코드로 주문에서 결제까지 한번에 진행하는 서비스다.
결제는 네이버페이로 이뤄진다.
네이버는 카카오나 페이코 등 다른 간편결제 업체와 달리 '데이터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네이버의 가장 큰 강점은 커머스 플랫폼 기반이라는 것"이라며 "결제자가 월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이용자 구매 데이터와 판매자의 판매 데이터가 다양하게 축적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금융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수익'과 연결된다. 고객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금융사에서 중개수수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카카오와 달리 은행업 진출 계획을 접었다. 규제 사업인 은행업보다는 확장성이 높은 금융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서다.
12월 중순 본격 시작되는 '오픈뱅킹'은 네이버파이낸셜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핀테크 업체는 오픈뱅킹으로 개별 금융사 제휴 없이 고객의 은행·증권·카드 가입 정보를 불러올 수 있다.
송금·결제 건당 400~500원에 달하는 펌뱅킹 이용료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는 네이버파이낸셜에는 기회다.
향후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손잡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용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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