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정책.제도,법규.세제등

美LTSE, 실적공시 1년에 한번만…韓, 임원 세금체납까지 공시.주총 없이도 증·감자…`자금 블랙홀` 뜨는 싱가포르

Bonjour Kwon 2020. 1. 21. 06:39

 

 

 

2020.01.21

◆ 자본시장 혁신 현장을 가다 / ② 제도 혁신으로 자본 유치 경쟁 ◆

 

 

올해 본격 가동 예정인 LTSE가 실리콘밸리은행(SVB) 임직원들과 샌프란시스코에서 향후 가동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SVB]

 

LTSE(Long Term Stock Exchange)는 올해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기업공개(IPO)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현일 LTSE 기술책임은 "LTSE는 인가 획득 후 최대한 빨리 기업 상장 여건을 갖추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며 "2020년부터 다수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LTSE에 상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LTSE의 차별화 전략은 장기투자자 우대다. 주식 장기 보유 시 1주당 최대 2표까지 의결권이 늘어난다. 의결권 증가 등 혜택을 볼 수 있는 기간의 기준은 현재 검토 중이다. 이 책임은 "대주주 보호 중심의 차등의결권과 다른 제도"라며 "일반투자자에게 장기 보유 혜택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차등의결권은 대주주에게 IPO 시 주당 2표 이상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LTSE의 또 다른 혁신 전략은 상장·공시 부담 완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승인받은 미국 내 14번째 거래소인 만큼 기존 거래소와 경쟁하기 위해선 차별된 기업 유인책이 필요하다. 다른 증권거래소에 이중 상장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책임은 "LTSE 목표는 기업의 상장 관련 비용 최소화"라며 "연간 실적과 10년 실적 공시 의무화를 통해 장기 실적에 집중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실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얘기다. LTSE는 또 VSM(Very Simple Market)으로 불리는 주문 체결 서비스는 수수료(Fee)를 없애고 모든 주문을 공개한다.

 

나스닥은 지난해 IPO 시장에서 뉴욕증권거래소를 앞질렀다. 2012년 이후 7년 만의 역전이다. 지난해 나스닥이 유치한 IPO 규모는 344억달러로 뉴욕증권거래소 254억달러보다 컸다. 나스닥행을 택한 기업 수는 188개로 뉴욕증권거래소(53개)의 세 배를 웃돌았다.

 

 

넬슨 그릭스 나스닥 회장은 "각 기업 발전 단계에 맞춘 관리와 나스닥이 개발한 다양한 지수 편입 기회가 신규 상장 기업들의 나스닥행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비해 낮은 상장 수수료로 스타트업을 끌어들이는 한편 지수 개발과 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이 성공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나스닥이 개발해 가동하는 지수 상품은 총 325개에 달한다. 시가총액 기준 2070억달러다. 이들 상품은 전 세계 19개국 23개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나스닥 IPO부문 관계자는 "주식시장을 둘러싼 규제 개선 활동을 시작한 2년 새 7개 법안이 의회에서 위원회 및 하원을 통과했고, 증권감독당국은 우리가 강조한 내용이 담긴 13개의 규칙 및 발표를 내놨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해 분기보고서 제출 부담 경감을 추진했다.

 

이에 질세라 뉴욕증권거래소는 상장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바이오테크 기업을 잡기 위해 연수익이 500만달러 이하이면서 시가총액이 2억달러 이상인 기업에 대해 3년간 연간 상장 수수료를 75% 인하하고, 상장 수수료 상한선을 10만달러로 제한하는 정책을 지난해 중순 도입했다.

 

LTSE와 나스닥 등 글로벌 거래소들이 '혁신'으로 전 세계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한국거래소는 정체 상태다. 거래소가 상장에 나섰던 '우아한형제들'은 코스닥 대신 해외 매각을 선택했다.

 

거래소는 공시나 상장 규정도 자율적으로 바꿀 수 없다. 거래소 규정 변경은 금융위 승인 사항이다. 이사장도 금융위 출신이다. 올해부터 상장회사가 이사·감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경우 후보자의 세금 체납처분을 공시해야 한다. 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자율공시 항목에 고용부가 시행하는 근무혁신 인센티브제 관련 우수기업 선정 내용을 신설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까지 공시하도록 한 것이다.

 

[기획취재팀 = 남기현 팀장(싱가포르) / 정승환 기자(샌프란시스ㅡㅡㅡㅡ

 

주총 없이도 증·감자…`자금 블랙홀` 뜨는 싱가포르

 

세계 헤지펀드 60% 흡수한

`케이맨제도` 벤치마킹해

싱가포르서 펀드 만들면

법인세·주주명부 공시 면제

◆ 자본시장 혁신 현장을 가다 / ② 제도 혁신으로 자본 유치 경쟁 ◆

 

6617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카리브해의 영국령 케이맨제도는 인구 5만명으로 작은 섬나라다. 이 작은 섬의 은행들에 보관된 예금 잔액은 무려 2200조원. 글로벌 헤지펀드 자금 중 60% 이상이 케이맨제도에 둥지를 틀고 있는 셈이다. 이 나라는 법인세가 0%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대표적 조세회피처로 불린다.

 

싱가포르가 이러한 조세회피처로 몰리는 펀드자금을 끌어들이겠다고 나섰다. 싱가포르 현지 투자회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VCC(Variable Capital Company·가변자본 회사)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싱가포르에 회사 형태로 펀드를 만들면 케이맨제도·버진아일랜드 못지않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펀드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회사 형태(뮤추얼펀드)와 트러스트 방식(투자신탁·수익증권) 등 두 가지로 나뉜다. 회사 형태는 주요 의사 결정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

 

 

 

반면 수익증권 형태는 투자 행위에 대해 감독당국 규제를 받는다. 따라서 주로 회사 형태를 선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 국가에서 뮤추얼펀드를 만들면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긴다.

 

뮤추얼펀드에서는 펀드 자체가 곧 회사다. 이에 따라 펀드 운용자산이 그대로 자본금이 된다. 회사가 자본금을 늘리거나(증자) 줄이려면(감자) 주주총회를 열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펀드 운용자산은 그 특성상 수시로 규모가 늘거나 감소한다. 운용자산에 변동이 생길 때마다 일일이 주총을 연다는 건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일반 국가에선 주로 트러스트 형태를 취한다.

 

그러나 조세회피처는 뮤추얼펀드의 증자·감자가 자유롭다. 케이맨제도에서 회사 형태로 펀드를 만들면 법인세 면제와 함께 자유로운 자본금 변화 혜택을 받게 된다. 글로벌 자본이 조세회피처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싱가포르가 추진 중인 VCC는 결국 캐이맨제도식 뮤추얼펀드다. 조세회피처 펀드에 버금가는 편의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VCC는 재무제표·주주명부 공시의무도 없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조세회피처에 뮤추얼펀드를 설립하면 탈세 등 의심을 받는 일이 생기는 반면 싱가포르는 공신력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며 "싱가포르가 글로벌 자금의 블랙홀로 위용을 떨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IB)이 싱가포르 VCC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중에는 한국의 대형 증권사도 포함돼 있다.

 

[기획취재팀 = 남기현 팀장(싱가포르) / 정승환 기자(샌프란시스코) / 진영태 기자(런던) / 홍혜진 기자(뉴욕·보스턴) /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샌프란시스코)]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싱가포르 거래소는 공기관 아닌 상장사…능동적 혁신 이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