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양판점,대형슈퍼

대형마트·슈퍼 200개패쇄 일자리 5만여개 사라져.오프라인규제…대형마트 온라인영업도발묶여.의무휴업·심야영업 제한에 새벽배송등 경쟁력떨어져

Bonjour Kwon 2020. 2. 24. 08:28

 

 

2020.02.23

롯데發 `일자리 붕괴` 현실화

◆ 무너지는 오프라인 유통업 ◆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채널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일자리 붕괴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200개 점포 정리를 예고한 롯데쇼핑 구조조정만으로 일자리는 5만개 이상 줄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이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사 구조조정도 잇따를 전망이어서 일자리 감소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매일경제신문이 롯데쇼핑 내 마트, 슈퍼, 백화점 등의 근무인원을 분석한 결과 지난 13일 발표한 '200개 점포정리' 구조조정 계획만으로 향후 3년간 최소 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분석에는 SK증권의 '롯데 구조조정 예상 보고서'와 롯데그룹이 2017년 공개한 '일자리 창출 보고서'가 활용됐다.

 

SK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124곳 중 50곳 이상, 롯데슈퍼도 412곳 중 70여 곳이 폐점할 것으로 예상됐다. 백화점은 51곳에서 5곳, 롭스는 131곳 중 20곳이 줄 것으로 전망된다.

 

 

 

SK증권은 총 145개 점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롯데 측은 200여 곳의 점포를 정리한다고 밝힌 게 차이점이다. 롯데쇼핑의 일자리 보고서는 롯데백화점에 한 점포당 대형점 5000명, 중소형점 2000~3000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롯데마트는 파견사원을 포함한 점포당 평균 상주 인원이 400~500명이다. 롯데슈퍼는 점포당 30~50명, 롭스는 10~20명이 근무한다.

 

이를 감안할 때 보수적으로 잡아도 롯데마트에서 2만5000개, 백화점 1만개, 롯데슈퍼 2000개, 롭스 200개 등 최소 3만7200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이 밝힌 200개 점포가 사라지면 증발하는 일자리가 총 5만13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쇼핑의 다운사이징은 본격적인 오프라인 유통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는 이마트 158곳, 홈플러스 140곳, 롯데마트 124곳 등 모두 522곳의 대형마트가 영업 중이다.

 

 

 

또 백화점이 104곳, 복합쇼핑몰 및 프리미엄 아웃렛이 145곳에 달한다. 유통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일자리 감소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경고한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 한국에서 대형마트의 몰락과 일자리 붕괴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형마트는 대규모 고용 창출을 담당하는 '일자리 발전소'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지역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13일 전체 오프라인 매장의 약 30%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롯데쇼핑은 향후 3~5년간 700여 곳 점포 중 수익이 악화된 200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김기정 기자 / 김태성 기자]

ㅡㅡ

 

직원 500명 대형마트, 폐점땐 지역민 450명 거리 나앉을듯

 

협력직원·무기계약직 등

근무자 대부분 지역출신

年 급여 130억 증발할듯

 

중소상인 판매처 사라져

입주업체 50곳 문닫아야

 

유동인구 감소도 불가피

◆ 무너지는 오프라인 유통업 / 지역 일자리·경제 붕괴 우려 ◆

 

186904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보기

"월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마트'에서 일할 때가 좋았어요. 집 근처에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컸지요."

 

전주 롯데마트 덕진점에서 매장 상품을 진열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행복사원'으로 일했던 이 모씨(51). 7시간씩 교대 근무하며 기본급 150만원을 받았지만 집에서 가깝고 교통비도 들지 않아 마트 인근 송천동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인기' 직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해 6월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최근 계속되는 영업 부진과 규제 여파로 대형마트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마트의 폐점은 단순히 점포를 운영하는 유통 대기업에만 타격을 입히는 것이 아니다. 점포 소재지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며 마트에서 급여를 받아 생활해온 지역 주민들 일자리를 빼앗을 뿐 아니라 마트를 찾는 유동인구를 없애면서 그 덕택에 장사를 이어온 지역 상권마저 무너뜨리는 연쇄반응을 불러온다. 마트를 중심으로 한 제조 유통 생태계가 붕괴되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구체적인 업태별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유통 업계에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중심으로 다운사이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또 폐쇄되는 점포의 직원은 '재배치'되며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일경제가 롯데마트에서 일하는 인력을 분석한 결과 500여 명 중 점포가 문 닫을 경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 직원 수는 10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 A지점에서 일하는 직원은 542명으로 이 중 정규직은 168명, 나머지 374명은 협력사 직원이다. 협력사 직원은 판매직(168명)이 대부분이고 시설 담당(7명), 청소(10명), 주차 및 카트 담당(8명) 등이 뒤를 잇는다. 이들 협력사 직원은 롯데쇼핑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부터 '고용 보장' 대상이 아니다.

 

186904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보기

대형 유통업체들이 점포 정리를 발표하면서 일자리가 5만개 이상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한산한 모습. [한주형 기자]

롯데쇼핑 정규직 직원이라고 해도 상당수는 일자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규직에는 점장 등 마트에서 공채로 입사한 관리직이 40여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이씨처럼 진열 업무나 캐셔 역할을 맡는 무기계약직이다. 관리직은 대부분 본사 지시에 맞춰 전환 배치를 수용하지만, 이씨 같은 무기계약직은 일부만 이직을 선택한다. 마트 일자리 자체가 지역 기반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실제 A지점 근무자 542명 중 92.3%에 달하는 500명이 해당 점포 소재지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를 포함한 덕진점 행복사원 대부분도 덕진점이 있는 송천동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여기에 집안일도 같이 맡아야 하는 주부가 많은 만큼 점포를 옮겨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마트가 폐점하면 마트 안에 입주한 업체들도 줄줄이 문을 닫게 된다.

 

대형마트 하나에 입점한 외부 업체는 식당 18곳, 화장품 매장 7곳, 보석·시계방 11곳, 미용실 1곳, 세차장 1곳 등 50개로 이들 자영업자 운명도 마트와 같이하게 된다. 여기에 일하는 직원도 롯데마트 직원과 별개로 170여 명에 달한다. 마트 폐점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은 지역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롯데쇼핑은 2017년 자료에서 대형마트 1개 점포 출점 시 해당 시·군·구 평균적으로 250여 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마트 1곳에 근무하는 직원이 받는 급여는 월평균 200만원, 542명이 일하는 롯데마트 A지점의 전체 직원으로 보면 총 10억8400만원에 달한다. 1년으로는 130억원 규모다.

 

대형마트를 찾는 유동인구 덕택에 장사를 이어가는 자영업자들에게도 마트의 종말은 재앙으로 인식된다. 대형마트는 지역 상권의 '앵커 테넌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마트에 찾아오는 유동인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은 마트 영업이 생계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 최근 매출 부진으로 구조조정 가능성이 예상되는 서울 소재 한 대형마트 인근에서 15년째 세차장을 운영하는 업주 B씨는 "세차하러 오는 손님은 사실상 모두 마트 손님"이라고 말했다. B씨 세차장이 있는 상가건물의 핵심 테넌트가 대형마트라서다.

 

 

 

그는 "예전만 해도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자리가 없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그나마 아직까진 가까운 아파트 주민들이 마트에 들렀다가 세차장을 찾는데 상황이 바뀌면 그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마트를 판로 삼아 상품을 납품해온 중소상인들에게는 마트 1곳이 사라지는 것은 그만큼의 판매처가 증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마트 1곳이 취급하는 상품은 신선·가공·생활·잡화 등 3만개, 하루에 올리는 평균 판매액은 2억5000만원이다. 한 달로는 70억원, 연간으로는 840억원이다.

 

경기 여주에서 농사를 지어 롯데마트에 고구마와 감자, 양파를 납품하는 이대영 우농영농조합 대표는 "가뜩이나 의무휴업 때문에 납품량이 확 줄었는데 마트 폐점까지 이어지면 마트가 주 거래처인 신선식품 납품사들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강인선 기자 / 강민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ㅡㅡㅡ

오프라인 규제로…대형마트 온라인 영업도 발 묶여

 

의무휴업·심야영업 제한에

새벽배송 등 경쟁력 떨어져

◆ 무너지는 오프라인 유통업 ◆

 

대형마트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온라인몰의 성장'이다. 그다음으로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부 규제'가 꼽힌다. G마켓 등 전통적인 강자에 쿠팡 같은 다크호스까지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며 유통시장을 잠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역대 최대인 13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대형마트 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몰 배송 기지인 '풀필먼트센터(FC)'로 바꾸고 있다.

 

 

 

다른 점포보다 유휴 공간이 넓은 인천 계산점, 경기 안양점·수원 원천점에 각각 컨베이어벨트 등 6600㎡(약 2000평) 규모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설치해 각 점포에서 처리하는 배송 건수를 기존(200건)보다 7배 더 많은 1450건까지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오프라인 판매 공간을 온라인 전진 기지로 활용하는 이 전략을 통해 2018년 6000억원 수준인 온라인 사업 매출액을 올해 1조6000억원, 내년에는 2조3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대적인 매장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롯데마트도 올해 상반기 중에 서울 주요 지역 매장 2곳은 FC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오는 3월 오픈하는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에도 마트 상품을 탑재해 비대면 사업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이마트는 물류센터를 활용한 새벽배송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 김포에 세 번째 센터를 지어 서울 11개구에 그쳤던 배송 지역을 올해부터는 25개구 전체로 넓혔다. 취급 품목도 마트 상품뿐만 아니라 신세계백화점 제품과 가락시장 등에서 직송한 농수산물까지로 확대했다.

 

문제는 오프라인 업체들의 이런 노력이 현행 규제 탓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