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 박제완 기자
입력 2020.08.04 17:36 수정 2020.08.04 23:09
`부동산3법` 與野 격돌
`경제통` 추경호·류성걸 의원
"증세가 경제 자유 가로막아"
윤희숙 "실제 살고 있는 집에
중과세하는 나라는 한국뿐"
與 "통합당은 투기세력 비호"
김진애 "부동산가격 올라도
세금 내면 문제없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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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이낙연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종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뒤 대화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집권 여당이 4일 오후 부동산 3법 국회 통과를 강행한 가운데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반대 토론을 통해 입법 독주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윤희숙 의원의 '사이다 연설'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판단 아래 통합당은 이날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 의원들을 앞세워 부동산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여 공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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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성원 수석부대표가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여당의 법안 통과 강행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날 법안 표결에 앞서 통합당은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추경호 의원과 류성걸 의원을 앞세워 소득세법 개정안 등 반대 토론에 나섰다. 추 의원은 "정부는 확장 재정을 한다면서 부동산은 증세해 혈세를 더 거두자고 한다"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부동산 정치"라고 비판했다.
특히 '세금폭탄론'을 꺼내들며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추 의원은 "보유세에 해당하는 재산세와 종부세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두 배 이상 올랐고 공정시장 가액비율도 높여왔다"면서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증여세 등 모든 단계에서 '세금폭탄'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취득세와 양도세 등 거래세를 낮춰 매물이 나오게 물꼬를 터줘야 한다"면서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재산세를 내려야 하고, 고령 은퇴자를 위해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는 크게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류성걸 통합당 의원도 "증세가 국민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는다"면서 조세 저항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또 "집을 사고 보유하고 파는 모든 단계에서 세금을 올려 집을 사지도 갖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전월세신고제)'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에 나선 '부동산통' 송석준 의원 역시 정부 여당의 부동산대책을 두고 "때려잡기식 징벌적 과세"라면서 "전월세 거래를 신고할 때마다 정부가 관여하고 감시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고 비판했다.
임대차 3법 관련 국회 연설로 주목받았던 윤희숙 통합당 의원도 이날 매일경제와 만나 "집 한 채만 가진 사람들에게도 정부는 값이 올랐으니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데 이들의 소득은 늘어난 게 아니라 그대로다"며 "월급이 그대로인데 어떻게 하냐니까 사실상 집 팔고 이사 가라고 하는 정부는 전 세계에 아무데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실제 사는 집에 중과세를 하는 나라는 없다"며 "우리는 담세 능력을 고려하는 게 조세 정책의 아주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이걸 아주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계속 국민 1% 돈을 걷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하던데 무서웠다"며 "국민 1%도 기본권이 있다. 이건 굉장히 폭력적인 이야기"라고 우려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뭔지 모르겠다"며 "임대인을 굉장히 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이는 부작용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부동산법에 대해서도 "(정부 여당이) 싱가포르 모델이라는데 거기는 취득세는 높지만 양도소득세가 없다"며 "국민의 담세 능력을 무시한 정책은 실패한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부동산 대출 제한 정책에 대해서도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무주택자 대출을 못 받게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부동산 3법이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통합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경협 의원은 "부동산이 모든 걸 삼켜버리는 악마가 됐기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박근혜정부의 공급 중단과 규제 완화가 그 시작이었고 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 자금이 합쳐져서 지금의 부동산 폭등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병훈 의원도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지지하면서 "투기세력과 비호세력, 이 두 세력 뒤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이들을 조종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어둠의 세력에게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웃는 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지금 웃으시는 분은 투기세력과 비호세력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말해 통합당 의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범여권인 열린민주당의 김진애 의원은 "부동산값이 올라도 문제없다. 다만 세금만 열심히 내십시오"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은 "불로소득이 있으면 거기에 따른 개발 이익을 환수할 수 있게 해달라. 세금이 모이면 공공임대주택에 투입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희수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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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공급효과 기대되지만…집값 급한불 끄기엔 역부족"
정지성 , 이축복 기자
입력 2020.08.04
부동산 전문가 긴급진단
임대 기피하는 강남권 조합들
용적률 올린다고 참여할지 의문
최고입지 용산에 주택만 공급
명동에 텃밭 만들자는 발상
서울 주택수요 꺾기 어려울듯
재초환·분상제 등 규제 풀어
양질의 주택 공급 늘려나가야
◆ 8·4 부동산 공급 대책 ◆
"강남 조합들이 기피하는 공공 재건축·재개발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나머지는 지금까지 나온 대책을 짜깁기한 수준인 '청년 민심 달래기용' 대책에 불과합니다."
4일 발표된 부동산 공급 대책을 긴급 진단한 업계 전문가 5인(백준 J&K 도시정비 대표,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은 "정부가 수도권 공급을 확대하려는 의도는 긍정적이지만 정책 실효성이 부족해 또 한 번 '보여주기'식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 정비사업 활성화, 도심 고밀 개발, 유휴용지 활용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작 실수요층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실효성 문제를 지적한 것은 정부가 밝힌 공공이 주도하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도심 고밀 개발 계획이다. 정부가 이번 공급 계획에서 그간 정비사업 규제 일변도 기조를 깨고 용적률 등 규제 완화 계획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제 조건으로 '공공 참여형(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 참여)'이라는 실현되기 어려운 단서를 달았다는 것이다.
심교언 교수는 "용적률을 올려주는 대신 공공임대·분양을 늘리라는 것인데 임대를 기피하는 강남권에선 차라리 용적률을 안 받고 분담금을 더 내더라도 1대1 재건축을 선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준 대표도 "결국 집값을 잡기 위해선 도심 요지에 양질의 주거 단지가 공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민간 재건축 규제를 일시적으로라도 감면·완화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송인호 부장은 "공공임대 외에도 입주 당시 시세와 분양가격을 비교해 일정 비율 정부와 민간이 시세차익을 나눠 갖는 '분양 이익 공유형 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며 "정부가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히 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산, 상암 등 도심 유휴용지 활용 계획과 관련해서도 의도는 좋지만 입지의 가치와 활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민심 달래기용'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심교언 교수는 "서울 내 최고 입지인 용산에 주택만 몰아 짓는다는 건 명동에 텃밭을 만든다는 것과 비슷하게 입지의 효용성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용산은 홍콩에서 철수하는 금융사들을 유치해 금융특구로 조성하는 등 장기적인 부가가치를 고려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형 교수는 "얼마 안 되는 유휴용지만으로 주택 공급을 충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인근 주민들 반대도 심할 것"이라며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처럼 도로나 터미널 등 노후 인프라스트럭처를 정비하면서 주택 공급을 섞는 복합 개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청년층을 위해 새롭게 시도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심교언 교수는 "청년층이 일단 호응하겠지만 20년 전매제한 등이 걸리면 생애주기에 맞춘 갈아타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실패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정형 교수는 "정부가 임대만 고집하던 정책에서 벗어나 분양형 주택을 새로 도입하는 시도는 긍정적"이라며 "청년층이 일찌감치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성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급 대책이 집값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양지영 소장은 "이번 대책은 집값 안정화와 무관한 '복지정책'"이라면서 "중산층의 서울 신축 아파트 수요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집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인호 부장은 "정부가 민간 재건축 활성화를 유도해야 주택 구매 수요가 가라앉고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정부의 차후 추가 세부 대책 발표에 따라 영향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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