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株式) 세금 전쟁] <上> 가족 '주식보유실명제' 시대?
메트로신문 손엄지 기자 ㅣ2020-09-23 1
'대주주 양도소득세 폐기' 국민청원, 20일 만에 5.8만명 동의
[메트로신문] 내년부터 강화되는 '대주주 요건'에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종목에 대해 직계 존·비속의 지분까지 합산한 금액이 한 종목당 3억원 이상이면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연말에 대규모 '매도폭탄' 우려가 고개를 든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대주주 요건'이 적용되지 않고, 더 낮은 세율이 책정돼 과세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 기준으로 한 종목에 대해 3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내년 4월부터 대주주가 된다. 그렇게 되면 해당 주식 매매 차익에서 20~25%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 연말까지 가족 지분 계산해야
현행 상장주식 대주주 요건은 유가증권(코스피)시장의 경우 해당 주식의 지분율 1% 이상 혹은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다. 코스닥은 지분율 2% 이상 또는 10억원 이상이다.
이러한 기준이 내년 4월부터 강화된다. 지분율 기준은 그대로지만 유가증권, 코스닥 모두 3억원어치의 주식만 보유하고 있어도 대주주로 지정된다. 기준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아지면서 대주주가 되는 투자자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해당 기준은 주식을 산 본인(1인) 뿐만 아니라 배우자 또는 사실혼 관계인 자, 친생자 등도 포함해서다. 가족 간에 '주식 실명제'를 통해 보유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황세운 상명대학교 DNA랩 객원 연구위원은 "대주주를 구분함에 있어 주식을 보유한 본인뿐만 아니라 기타주주까지 포함시킨다는 것은 납세실무에서 큰 부담요소로 작용한다"면서 "본인의 주식소유 결정 뿐만 아니라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친인척의 주식소유에 관한 투자결정에 의해 대주주 분류가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주식 양도 시 대주주로 분류될 것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를 완료한 후 사후적으로 대주주로 판명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요건은 올해 말을 기준으로 한다. 가령 삼성전자 주식을 올해 말까지 3억원 이상 들고 있다가 내년 4월 이후 삼성전자를 매도하게 되면 매매 차익에 20% 세금이 붙는다. 1년 미만 보유하고 있었다면 양도소득세율은 30%를 적용받는다.
4월부터 대주주 요건을 적용하는 것은 12월 말 주주명부를 닫고 3월 께 배당금 지급 등이 이뤄지면서 주주 지분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전에 해당 주식을 매도하면 대주주 수준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4월 이후 또 다시 해당 주식을 매매하면 거래할 때마다 높은 수준의 양도소득세가 적용된다.
◆ "외국인과 과세형평 어긋나"
투자자들은 국민 청원을 통해 '대주주 요건을 3억원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은 벌써 5만8000여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개인투자자의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연말에 대규모 매도가 발생해 주식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주식을 3억원어치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대주주로 분류될 정도의 재정적 여유를 갖추지 않았을 수 있다.
황 연구위원 역시 "개인투자자들은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12월 누적순매도를 증가시키고, 익년 1월에 줄어든 보유규모를 일정부분 회복시키기 위한 순매수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주식거래행태는 대주주 기준 확대에 의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확대방식이 주식거래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초래하고, 투자자의 주식거래 행태를 왜곡시킨다"면서 "양도소득세 확대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와 조세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자국에 양도세를 내는 외국인의 경우 한국과 맺은 이중과세방지 조약에 따라 미국, 일본 등 90여개국이 대주주 지정에서 제외된다. 한국 정부에 자국민에 대한 양도소득 과세권을 준 홍콩, 싱가포르 등 12개국의 경우에도 대주주가 지분을 팔 때 매각액의 11% 또는 양도차익의 22% 중 낮은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종목당 보유액에 상관없이 지분율이 25% 미만이면 국내에서 과세되지 않는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청원자는 "국민 정서상 10억 대주주는 인정할수 있지만 3억 대주주는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다. 최근에는 스톡옵션을 받은 SK바이오팜 직원들이 내년 3억원의 대주주 양도세 때문에 퇴사까지 고민하는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면서 "2023년부터 주식양도세 전면 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올해 3억원으로의 급격한 조정은 증시혼란만 초래할 뿐 법적안정성면에서도 기존 10억원을 유지하거나 이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트로신문 손엄지 기자 sonumji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