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plus]
박용범 기자
입력 2020.11.19
인구 1만2천명 마을 `캐츠킬`
맨해튼 이주자로 바글바글
상업시설 적은 시골이지만
멀리 시카고서도 옮겨와
집값도 최근 3.2배로 껑충
LA·휴스턴 떠나 덴버·피닉스
재택근무 선호도시로 부상
◆ 코로나 이후 달라진 美 주거철학 ◆
인구 1만2000명 규모인 뉴욕주 소도시 캐츠킬은 맨해튼에서 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다. 팬데믹 이후 대도시에서 이주해오는 수요로 부동산 값이 크게 올랐다. 2012년 13만달러였던 사진 속 집은 최근 42만4000달러에 팔렸다. [캐츠킬(뉴욕주) = 박용범 특파원]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약 200㎞를 달려 도착한 뉴욕주 캐츠킬. 허드슨강을 끼고 있는 이곳은 인구 1만2000명 안팎의 작은 마을이다. 직접 현장에 가보니 평온하기 그지없고 인적도 드물었다. 주말이라 상점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차를 타고 마을 일대를 돌아보니 대형 폐차장 외에 별로 눈에 띄는 산업 시설도 없어 보였다. 흔하디 흔한 대형 몰이 있는 곳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마을에서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등 뉴욕주가 아닌 차량 번호판을 단 차들이 많이 보였다.
변변한 호텔도 없는 뉴욕주 한 시골 마을에 왜 타주 차량들이 와 있는 것일까.
이들은 대부분 팬데믹 이후 이 마을로 이주해 온 사람들의 차량이다.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며 출근에서 자유로워진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대중교통이 없고, 맨해튼까지는 차로 최소 2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뉴욕시로 출퇴근이 불가능한 곳이다. 그런데도 가장 인기 있는 이주 대상지로 부상했다.
이 마을에서 최근 집을 판 마을 주민 캐럴 씨를 만났다. 캐럴 씨는 친절하게 집 안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해병대 출신 남편과 함께 플로리다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집을 내놨다. 캐럴 씨는 "8년간 캐츠킬에 살았고, 이사하기 위해 집을 내놨는데 만족스러운 가격에 집이 팔렸다"고 말했다.
캐럴 씨 부부는 이 집을 2012년 13만달러에 사들였다. 이번에 팔린 가격은 42만4000달러. 8년 사이에 3.2배 집값이 뛴 셈이다. 8년 새 서서히 오른 것이 아니다. 최근 이렇게 시세가 급등했다. 이 마을 부동산 시세는 몇 년째 변화가 없었는데, 팬데믹 이후 상상하기 힘든 변화가 찾아왔다.
캐럴 씨는 "집을 산 사람은 시카고에 살던 사람들로 넓은 집에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대도시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곳을 '교외(Suburb)'라고 한다면, 이런 곳은 이보다 더 나간 '외곽 지역(Exurb)'라고 할 수 있다. 'Exurb'라는 단어는 'Extended+Suburb'라는 단어의 축약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아니었는데 팬데믹 시대에 개념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특히 젊을수록 이런 변화에 능동적이다. 각각 맨해튼 소재 투자은행,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마이클, 매기 커플이 전형적인 사례다. 예일대 동문인 이들은 격무에 시달리며 출퇴근 시간이라도 아끼자는 차원에서 비싼 렌트비를 부담하며 맨해튼에서 살았다. 3월에 팬데믹이 오면서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두 달 체류하기로 하고, 거처를 옮겼다.
매기 씨는 이메일로 인터뷰하면서 "재택근무를 하는데 비싼 맨해튼에 살면서 렌트비를 내기보다 떠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결정했다"며 "출근해서 일할 때 동료들의 동지애가 그립지만, 새로운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계속해서 기간을 연장해 현재까지 살고 있다. 출퇴근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고, 최소한 내년까지는 이 같은 생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해 장기 체류로 계획을 바꿨다. 이는 뉴욕 일대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등 인구가 많은 대형 도시로 출퇴근했던 직장인들이 대도시를 떠나 콜로라도 덴버, 애리조나 피닉스와 같이 자연환경이 우수하고, 주거비용이 저렴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 동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자동차시장 전문 분석기관인 JD파워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는데, 도시별로 감소율이 다르게 나타났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뉴욕, LA는 각각 전국 평균 대비 1.5배 수준인 18%씩 감소했다.
반면 마이애미(-8%), 댈러스(-9%), 피닉스(-10%) 등은 상대적으로 감소율이 낮았다. 이들 도시로 사람들이 이주해가며 자동차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캐츠킬(뉴욕주)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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