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등 부동산시장 동향,전망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장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 두더지 집값…부산 누르자 울산 뛰고, 김포 때리니 파주..

Bonjour Kwon 2020. 11. 23. 07:25
두더지 집값…부산 누르자 울산 뛰고, 김포 때리니 파주 급등

ㅡ대책 발표 직후 집값이 잠깐 소강상태에 빠졌다가 다시 오르는 패턴

정순우 기자
입력 2020.11.22 22:05

정부가 ‘핀셋 규제’라며 지역별로 부동산 규제를 조였다 푸는 정책을 계속하고 있지만, 규제지역 집값도 못 잡고 오히려 인근 비(非)규제지역 집값을 뛰게 해 집값 상승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 동패동 ‘동문굿모닝힐’ 전용면적 84㎡(공급면적 34평형)가 지난 19일 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보다 30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19일 그동안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져 있던 김포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김포를 규제지역으로 지정하자, 아직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파주에서 매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김포 규제에 따른 반사 이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김포와 해운대구 등 부산 5구, 대구 수성구 등 7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인근 비규제지역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부산과 가까운 울산 남구 옥동 동덕현대 전용 84㎡는 19일 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 5일 기록한 직전 최고가(4억원)를 5000만원이나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핀셋 규제’를 강조했다. 과열 지역을 정밀 타격함으로써 다른 지역이 피해를 보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서울을 규제하자 서울 인접 지역 집값이 뛰고, 서울 인접 지역을 규제하자 수도권 전체 집값이 들썩였다. 규제로 집값은 못 잡고 풍선효과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6월 6·17 대책을 통해 김포·파주를 제외한 수도권 전체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자 김포·파주와 지방 광역시 집값이 급등했다. 정부가 지난 19일 신규 조정 대상 지역을 발표하기 전 시장에선 부산·울산·김포·파주·천안·창원 등이 규제지역 후보로 거론됐다. 상승률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모두 집값이 급등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까지 가격 하락세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이 중 일부는 규제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즉각 “정부가 집값이 더 올라도 된다고 인정해준 것”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규제지역 집값이 잡힌다면 풍선효과를 감수하고 정책을 낼 만한 명분이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서울 등 앞서 규제를 적용받은 지역 역시 집값이 잠시 주춤하다가 결국에는 다시 올랐다. 서울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2017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3.8% 올랐다. 올해 2·20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으로 묶인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역시 이후 8개월간 아파트값이 최대 12% 급등했다. 이들 모두 대책 발표 직후 집값이 잠깐 소강상태에 빠졌다가 다시 오르는 패턴을 보였다.

이번에 새롭게 규제지역이 된 부산과 김포 역시 대책 발표 직후 매물이 늘어나고 매도 호가가 떨어지는 등 영향을 받는 분위기지만, 급매물이 쌓이거나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집을 팔려고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김포 걸포동 ‘한강메트로자이’ 근처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3~4개월 사이 집값이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일부 조정을 받더라도 집주인들이 별로 흔들리지 않는 데다, 실거주자도 많아 그다지 충격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다양한 지역의 시장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구조여서 특정 가격대 주택이나 일부 지역을 규제해도 그 영향은 시장 전체에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집값이 과열된 지역을 돌아가며 규제하는 정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두더지잡기 게임’에 비교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기적이고 넓은 관점에서 이뤄져야 할 부동산 정책이 단기적인 현상을 땜질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 등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가 집값이 급등하자 1년 만에 다시 규제지역으로 묶었다는 것은 지금 정부가 얼마나 단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펴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지금과 같은 ‘핀셋 규제' 방식의 부작용이 분명한데도 계속 고집하다간 전국을 모두 규제지역으로 묶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장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스무 번 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도 집값은 못 잡고 풍선효과만 양산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