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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현금 12조원…최태원 투자방향은?ㅡ"바이오 CMO·수소밸류체인 투자 기대"ㅡESG 삼각편대 강화한 수펙스…라이징스타는 SK E&S

Bonjour Kwon 2020. 12. 11. 08:26
2020.12.11.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SK그룹의 연결기준 보유 현금이 12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 최근 임원인사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의지를 더 분명히 한 만큼, 손에 쥔 실탄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분야의 투자를 활발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주문대로 투자자는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경영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지주사 현금도 2배↑…"바이오 CMO·수소밸류체인 투자 기대"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SK그룹의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1조8761억원으로 전년 말(7조9818억원) 대비 48.8% 늘었다. 1년 내 처분 가능한 단기금융상품까지 더하면 현금성 자산은 같은 기간 11조6761억원에서 15조91억원으로 늘어난다.

그룹 지주회사인 SK(주)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도 올해 3분기 말 기준 5528억원으로 전년 말(2108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렇게 증가한 현금은 내년부터 투자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형 지주사인 SK의 투자발표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로이반트와의 '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 투자 2억달러 외에도 바이오 CMO(위탁생산) 분야를 포함해 3년간 2조원, 수소 밸류체인 관련 기술 보유 기업에도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SG 삼각편대 강화한 수펙스…라이징스타는 SK E&S

이렇다 보니 시장의 관심은 SK(주)는 물론 전 계열사가 늘어난 현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쏠린다. 관련 업계는 ESG 원칙이 이전보다 더 확실히 투자원칙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10월 열린 '2020 CEO 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를 강조한 데 이어 올해 조직개편도 ESG에 방점이 찍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고객과 투자자, 시장을 대상으로 SK 계열사들의 성장 전략과 미래 비전을 스토리로 제시해 총체적 가치를 높여나가자는 것이다. 이 스토리는 시장 신뢰와 사회 공감을 우선 얻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전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의존하는 경영이 아니라 스토리를 갖춘 기업이 앞으로 투자를 더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SK그룹이 지난 3일 그룹 최고협의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조직 개편을 통해 거버넌스위원회와 환경사업위원회, 소셜밸류(SV)위원회 등을 운영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 같은 인사와 조직 정비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계열사가 신재생에너지 및 도시가스 사업을 하는 SK E&S다. 비상장사로 다른 계열사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SK(주) 지분율이 90%에 달해 그룹 지배력이 높고, 최근 유정준 부회장이 취임하며 그룹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 E&S가 기존에 액화천연가스(LNG),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 전반 사업을 해온 데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처음으로 수소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만큼 친환경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SK E&S 추형욱 사장은 그룹 내 수소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 추진단' 단장도 맡았다.

이외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조 단위 돈을 쏟아 부으며 대전환을 시도 중인 SK이노베이션이나 반도체 및 모빌리티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SKC, 기타 바이오 계열사 등도 파이낸셜 스토리 만들기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회적 가치가 기업 가치 증대…자산·시총 모두 증가세

SK그룹 ESG를 향한 움직임은 이미 남들보다 수년 먼저 진행한 실험의 연장선이다.

ESG 전문가로 꼽히는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SK는 최소 5년 전부터 사회적 가치 경영이란 화두를 던졌고 이를 경제 가치로 환산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지속 탐구해왔다"며 "SK의 사회적가치연구원(CSES) 설립이나 더블보텀라인(경제적·사회적가치 동시 추구) 적용이 새로운 시도였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SK의 이사회 중심 경영도 강화됐다. SK 이사회에서는 새로운 투자나 사업 모델을 안건으로 다룰 때 얼마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와 친환경 중심 새 전략도 이렇게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게 곧 기업의 가치 증대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최 회장의 지론은 현재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SK그룹의 연결 기준 자산 총계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136조5379억원으로 2016년 대비 32.5% 늘었다. 자기자본(지배기업 기준)은 18조1236억원으로 같은 기간 38.2% 늘었다.

시장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 기간 SK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2016년 90조1905억원에서 지난 8일 종가 166조8928억원으로 85.0% 늘었다. 올해 시총 상승률은 27.7%로 코스피시장(23.0%) 대비 훨씬 높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