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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ESG경영 ‘선택’ 아닌 ‘필수’...“환경이 뜬다”'글로벌 트렌드' 2030년까지 투자규모 130조 달러.선택이 아닌 기업의 존속을 위한 생존전략.

Bonjour Kwon 2021. 1. 4. 07:46

[미래산업 BTS①]
입력2021.01.04.

국내 주요 기업, 경영철학서 사업전략으로 발전

흐린 하늘의 서울 도심.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4차산업혁명에 더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까지 이어지며 국내 산업계의 발 빠른 체질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산업 트렌드 변화와 업황 악화로 경영전략 변화나 구조조정 등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빅뱅(Big Bang), 주력 산업의 사양화·레드오션화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혁신(Technical Innovation),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관성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등 새해에도 미래 산업을 좌우할 3대 테마(BTS)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대응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삼성, SK그룹,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이 단순 이익추구에서 벗어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선택이 아닌 기업의 존속을 위한 생존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공감대가 급격히 형성된 가운데, 새해에는 ‘친환경’ 정책 기조의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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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투자'를 연상케 하는 컨셉 이미지. ⓒ 픽사베이
◆ ESG 뭐길래? ‘그린투자’ 안하면 투자금도 회수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약자이다. 과거 기업이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했다면, 이제는 비재무적 성과에도 관심을 가져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려는 경영활동이다. 기존에도 사회적 책임(CSR) 등의 개념이 있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ESG 경영 열풍이 뒤늦게 불었지만, 현재 기회 혹은 리스크로 인식되면서 사업포트폴리오에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천문학적인 글로벌 자금이 ESG 투자에 쏠리면서 ESG경영은 산업은 물론 금융업계까지 필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ESG 투자자금은 지난해 2분기 말 40조 5000억달러(한화 약 4경6500조원)를 넘어섰다. 2030년에는 130조달러까지 투자규모가 급팽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ESG는 글로벌 투자 지형도 바꾸고 있다. ESG를 못해 투자금 유치를 실패하는 등 자본금이 이탈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총매출의 25%이상을 석탄화력생산·제조에서 발생하는 기업을 투자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사회 구성이 여성이 2명 미만인 기업도 배제했다. 네덜란드 최대 공적연기금운용공사(APG)는 석탄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한국전력 투자금 6000만유로(약 780억원)를 회수하기도 했다.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주주들을 외면했다가 투자자들의 주식을 내다파는 바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난 바 있다. 반면 친환경 경영을 내건 테슬라의 경우 글로벌 1위 자동차 업체 도요타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승승장구 중이다.

ESG 화두는 업계를 넘어서 국가간의 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중 환경 분야가 두드러진다. 미국과 유럽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중국이 가세하면서 ESG 자본시장의 변화에 촉각이 세워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올해 취임과 동시에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한다. 여기에 10년간 1조7000억달러(한화 약 1870조원)를 들여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도 질세라 지난해 11월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위해 30년간 100조 위안(한화 약 1경7000조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의 이같은 방침으로 중국 CSI300기업 중 85%에 달하는 기업들이 지난해 ESG관련 공시를 제출했다. 유럽 역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1조유로(한화 약 1300조원)를 들이붓는다.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비전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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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이 지난 18일 열린 상하이포럼에서 ESG 중심의 글로벌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은 지난해 상하이포럼에서의 개막연설 모습. ⓒSK
◆ 국내 기업도 ‘잰걸음’...사업 패러다임 바꿔놔 국내에서는 삼성, SK그룹, 현대차, 포스코 등이 ESG 경영에 한창이다. 가장 눈에 띄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주도하며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에 발맞추고 있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가스, SK텔레콤 등 계열사 대부분이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4년간 이에 6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공식 자리에서도 ESG의 중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상하이 포럼에서도 “기업들이 ESG경영으로 근본적 변화를 이뤄 나가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SG 경영으로 가시적 성과까지 기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계열사마다 ESG 전담 조직을 배치하고,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가 2018년 창출한 사회적가치는 12조3327억원이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가치 측정 도구를 개발, 임원 평가에 반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ESG 지수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를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DS) 사업장 평가에 ESG 기준을 도입하기로 했다. 회사는 작년 7월 DS산하에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신설, 반도체 사업의 지속성장 경영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 이같은 삼성전자의 노력은 외부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았다.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연합체 WBA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포용성 부문 평가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100개 기업중 10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양산으로 친환경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4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전 라인업을 수소차 및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로, 오는 2025년까지 연 56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또 UNDP(유엔개발계획)와 함께 ‘포 투모로(for Tomorrow)’ 프로젝트에 시작, 주주 친화 경영에 속도를 낸다.

포스코도 ESG경영에 한창이다. 포스코는 2018년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사회적, 환경적 책임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 제조업 최초로 TCFD(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권고안을 지지하고, 2019년 7월에는 글로벌 철강사 최초로 5년 만기 5억달러 규모의 ESG 채권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이 기업 ESG등급을 평가하며,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