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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모든 글로벌 자산에 거품" 경고.주식·가상화폐·주택·원자재 다양한 자산가격 동반 상승 "그동안 경험한 거품과 달라"

Bonjour Kwon 2021. 4. 26. 21:33
2021.04.26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사람들이 자신의 투자는 면역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바이런 위엔 부회장은 최근 코로나19 상황에도 주식부터 주택, 원자재까지 온갖 자산 가격이 오르는 금융시장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마치 자산 거품 붕괴에는 면역이라도 됐다고 확신하는 듯 거품 위험에도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사상최고가를 23번이나 갈아치웠다. 다우지수도 21번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주식시장만이 아니다. 미국 주택 판매는 역대 최고 호황이었던 2006년과 비견될 정도이고 영국,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등 세계 곳곳이 주택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도 1주일 전까지 잇달아 사상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월가 "모든 글로벌 자산에 거품" 경고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WSJ는 지금처럼 다양한 자산의 가격이 동반 상승했던 현상은 대공황 직전이었던 192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기술주의 과도한 주가는 20년 전 닷컴 거품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대공황와 닷컴 거품 때 모두 주식 시장은 결국 붕괴됐고 회복되기까지 오래 시간이 걸렸다.


1980년대 후반 일본 거품 경제, 2000년 닷컴 거품, 2006년 미국 주택시장 거품 붕괴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제레미 그랜덤 GMO 공동창업자는 "이번 거품이 그동안 경험한 거품과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앞서 세번의 경우 모두 경제 상황이 좋을 때 발생했지만 이번은 경제가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시장 가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랜던의 지적처럼 이번 거품은 이전 거품 때와 다르다. 단적인 예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을 들 수 있다. 앞선 거품 시기에 Fed는 자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닷컴 거품 때 나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당시 Fed는 기준금리를 5.7%까지 끌어올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되레 Fed가 부양 정책을 통해 자산 가격 상승을 방조하고 있다.


위엔 부회장은 강력한 재정ㆍ통화 정책이 사람들이 거품 붕괴의 위험에 면역돼 있다고 느끼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위엔은 지금 어디 시장에서나 과도한 자산 가격 거품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팩트셋 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의 1130배에 거래되고 있다. 엔비디아도 86에 거래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5년 평균 175배에 비해서는 많이 낮아졌지만 지난 1년간 79배라는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넷플릭스도 5년간 PER의 195배에서 거래됐고 지금도 62배에 거래되고 있다.

월가 "모든 글로벌 자산에 거품" 경고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일본 거품 경제의 경우 1989년 닛케이225 지수가 PER의 60배까지 오른 뒤 무너졌다. 물론 시장 전체로 보면 과열을 지적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S&P500 지수 PER은 약 26배다.


WSJ는 역사적으로 거품이 낀 시장은 대개 비관론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가격이 오른 뒤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S&P500 지수의 PER이 과도하지 않다고 해서 거품이 아니라고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실러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는 주가 과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다. 현재 S&P500 지수의 CAPE는 최근 20년새 가장 높은 37.6을 기록 중이다. S&P500 지수 CAPE 사상최고치는 1999년 12월에 기록한 44.2다.


이달 초 E*트레이드 설문 조사에서 미국 투자자의 70%는 시장이 완전히 또는 다소 거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달 지난달 미국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98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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