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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그린벨트 풀자” 美 “고밀도 개발”…집값 불끄기 나선 선진국들.◇영국 노동당도 그린벨트에 주택 공급 주장.◇”환경 명분의 이기주의 타파하라” 미국은 건축 규제 전면 개혁 본격화

Bonjour Kwon 2021. 5. 14. 06:53

2021.04.29

“방치된 그린벨트의 5%만 주택을 건설해도 주택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5월 6일 실시되는 영국 런던 시장 선거에 출마한 배우 출신 로런스 폭스는 “그린벨트 등을 활용, 저렴한 주택 2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집값이 급등하면서 ‘평생 임대 세대’ ‘세대 격차 심화’ ‘주택발 자본주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주택 문제가 심각해져 정책 당국과 정치가들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린벨트 원조 국가’ 영국에서 그린벨트를 통한 주택 건설 확대는 로런스 폭스만의 주장이 아니다. 미국, 한국 등 각국에서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도시계획 틀 자체를 바꾸자는 파격적 정책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 노동당도 그린벨트에 주택 공급 주장

진보적이라는 영국의 노동당 중견 정치인 시오팽 맥도나 의원은 그린벨트는 일종의 신화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그린벨트는 너무 강력한 명분을 갖고 있어 해제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그린벨트의 상당 부분이 녹지가 아닌 자동차 세차장, 쓰레기장으로 방치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린벨트 신화에서 벗어나 그린벨트를 통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그린벨트 활용론이 쏟아지자 런던 시장 선거에 출마한 녹색당 후보는 “그린벨트를 지키자”는 공약으로 맞섰다. 영국 정부는 연간 주택 3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는 20만 가구도 짓지 못할 정도로 택지 확보난을 겪고 있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도 집값 급등 원인이지만 이는 세계적 현상으로 특정 국가가 대응하기 어려워 공급 확대 정책이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금리 인상은 실업자 급증 등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책으로 채택하기 어렵다”면서 “주택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파격적 주택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환경 명분의 이기주의 타파하라” 미국은 건축 규제 전면 개혁 본격화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단독주택 주거 지역이 개혁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주거 지역은 대부분 ‘지역 지구제’(Zoning)에 따라 단독주택만 짓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저렴하고 대량 공급이 가능한 다가구주택이나 아파트 건설은 원천 봉쇄돼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제도를 개혁하려 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저렴한 주택이 대량 공급되면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저소득 유색인종이 진출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주택 소유자들이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에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다. 녹지 보전과 저밀도라는 친환경을 명분으로 내세워 ‘환경을 명분으로 한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지나친 건축 규제는 젊은 층의 중산층 주거 지역 진입을 가로막는 이기적 장벽”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도시들은 70~90%가 단독주택 전용 지구인데 규제가 없는 애틀랜타는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주택 공급이 잘 이뤄져 가격이 20% 정도 낮다. 주택 가격이 낮아 기업과 고급 인재 유입이 늘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2130억달러를 200만 가구의 저렴한 주택 공급과 개보수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50억 달러를 들여 저렴한 주택 건설을 방해하는 규제를 해제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한다. 일부 자치단체도 건축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미네소타의 주정부 수도인 미니애폴리스는 대도시 중 처음으로 단독주택 전용 지역 철폐와 함께, 전철역 등 교통 정류장 주변에 3~6층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해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 새 아파트 신축 시 10%를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 주택으로 짓도록 했다.

◇한국도 “낡은 도시계획 바꾸자”는 제안 본격화

캐나다. 뉴질랜드, 독일 등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택지 확보, 건축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규제 위주 정책을 고집하던 한국 정부도 신도시 개발 등 주택 공급 확대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고밀도 개발을 적대시하는 도시계획 틀 자체를 바꾸자는 주장도 나온다.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윤주선 교수는 최근 발간한 ‘서울 집값, 진단과 처방’이라는 저서에서 “서울의 용적률을 평균 20% 올리면 1기 신도시에 맞먹는 30만 가구를 추가 공급, 서울 집값을 40% 하락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용적률은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로, 용적률이 높아지면 같은 토지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저밀도 개발이 친환경이라는 70~80년대의 낡은 이론에 빠져 서울시 용적률이 국토부의 가이드라인보다 50~100% 낮다”면서 “서울을 지방 도시보다 저밀도로 개발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고밀도 개발을 피하기 위해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 녹지 파괴, 출퇴근 차량 증가 등 훨씬 더 반(反)환경적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오세훈 서울 시장은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 완화를 추진하고 있고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을 짓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집값 상승 우려와 친환경이라는 명분으로, 고밀도 개발보다는 신도시 개발을 선호하고 있다.


[”환경 내세워 주택 건설 막는 건 이기주의… 청년이 주택문제 목소리 내야”]

집값과 임대료 급등에 절망한 미국인들이 “주택을 더 많이 지어 주거난을 해결하자”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 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지역 이기주의)에 대항, 더 많은 주택을 짓자는 임비(Yimb·yes in my back yard)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고교 수학 교사였던 소냐 트라우스는 2014년 ‘샌프란시스코만 지역 세입자 연맹(SFBARF)’을 결성하는 등 임비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임비 운동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녀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집값과 임대료 급등으로 사람들이 비참하고 가난해지고 있다”면서 “제2차 세계 대전이나 대공황 때처럼 극심한 자재난이나 경제 위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집을 더 많이 짓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저렴한 주택을 모두가 원하는 지역에 건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난이 벌어지고 있다”며 관련 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미국 주거 지역은 대부분 ‘지역 지구제’(Zoning)에 따라 단독주택만 짓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녀는 고밀도 개발이 환경을 훼손한다는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이미 개발돼 학교와 쇼핑센터가 발달한 도시 중심부에 아파트 등을 고밀도로 개발하면 자동차 이용을 줄일 수 있어 오히려 친환경적”이라며 “일부 환경주의자는 인구 증가 자체를 반대하는데, 그것은 사실상 반(反)이민주의, 허무주의”라고 비판했다. 소냐 트라우스는 “우리의 가장 큰 성공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규제(지역 지구제)가 무엇이고, 왜 문제인지를 알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주택 부족은 지역, 주, 연방 수준에서 만들어진 법률이 주택 공급을 가로막기 때문”이라며 “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살고 싶은 지역사회에 주택이 더 지어질 수 있도록 계속 요구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주택 담보대출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