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9
스프링클러 설치기준 선진국대비 30~50% 수준
美, 소방설비 점검 항목따라 매주·월·분기로 진행
국내 1년에 2번 작동기능·종합정밀점검만 이뤄져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최근 물류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면서 소방시설 관리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물류창고의 경우 한번 불이 나면 수천억원의 재산피해와 안타까운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선진국 수준에 맞춰 소방시설 관리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국가화재통계시스템에 집계된 창고시설 화재 발생 건수가 4298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같은 기간 금속기계 및 기구 공업 화재는 2339건, 그 밖의 공업화재가 2039건, 식료품 공업화재 581건, 제재 및 목공업 화재 507건으로 뒤를 이었다.
(자료=삼성화재)
창고시설 화재 원인(2019년 화재통계연감 기준)은 47%가 부주의였으며, 이어 전기적 요인(29%), 원인미상(13%) 순이었다.
물류창고 등 창고 화재 건수가 많아지고 있지만, 국내 물류창고 내 스프링클러 설치기준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류창고에 설치하는 스프링클러의 설치기준은 미국 등 선진 기준에 비해 실제 소화성능이 30~5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미국과 한국의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비교해보면 방수압은 미국은 5.8~24.5kgf/㎠인데 비해 국내는 1kgf/㎠이다. 또한 방수시간은 미국의 경우 90~120분이나 되는 반면 국내는 20분에 불과했다.
특히 국내 물류창고의 경우 중간층을 임의로 설치하거나 여러 층의 래크식 보관장소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사무실과 같은 곳에 설치하는 일반적인 스프링클러로는 화재 진압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물류창고 대부분은 일반적인 스프링클러를 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유지 부분에 있어서도 아직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미국화재예방협회(NFPA)에서는 주요 소방설비별로 점검 항목 및 주기를 다양한 기간으로 구분해 매주, 매월, 분기에서 매년 등으로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법적으로 1년에 2차례 작동기능점검과 종합정밀점검을 수행하는 수준으로 화재시 소방시설의 정상적인 작동 신뢰성을 확보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유지나 점검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실제 지난 2019년 상반기 중 경기도 화재발생 현황분석자료에 따르면 스프링클러의 정상적 작동 비율이 48%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선진 기준을 벤치마킹해 물류창고의 스프링클러 설치기준을 개선하고, 대형 물류창고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방화구획이 적절하게 반영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고층건물 등의 화재안전성능 확보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소방시설의 성능위주 설계를 대형 물류창고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영훈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 전문위원은 “산업의 변화에 따라 법제도 개선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고 특히 인명 및 재산피해와 직결돼있는 경우에는 더욱 개선이 필요하다”며 “물류창고 화재사고와 관련해 많은 피해 사례가 있고 참고할 수 있는 선진 기준이 존재하는 만큼 더 이상 안전제도 개선을 미뤄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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