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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와중에 임대차3법 성과 자화자찬한 홍남기... 전문가들은 “눈가리고 아웅”전세대란의 심각성.악화는 왜 안보냐

Bonjour Kwon 2021. 7. 22. 06:57


유병훈 기자
입력 2021.07.21 17:58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임대차 보호 3법의 시행으로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의 성과를 홍보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홍 부총리와 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최근의 전세대란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내년 이후 전세 시장 악화 우려도 묵과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효과 있다”는 정부… 하지만 통계는 ‘전세대란’

홍 부총리는 21일 오전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임대차 신고자료와 서울 100대 아파트를 별도 분석한 자료를 인용하며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임대차 갱신율이 3법 시행 전 절반(57.2%)을 넘는 수준에서 시행 후 10채 중 약 8채(77.7%)가 갱신되는 결과가 나왔다”며 “임차인 거주기간도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도 “임대차시장이 지난 1989년 계약기간 2년 연장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겪으면서 일부 혼선이 있었지만, 임대차신고제 현황을 확인한 결과 제도 도입의 목적인 임차인의 거주기간 연장, 낮은 임대료 인상률 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 홍보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최근의 전세 대란 사태와 급등 현상에 대해서는 “임대차 3법에 따른 갱신이 아닌 신규계약의 경우 최근 강남 4구의 일시적 이주수요 등으로 촉발된 일부 가격 불안도 있었으며, 판례 등을 통해 임대차 계약을 둘러싼 구체적인 권리가 형성 확립돼가는 과정에서 계약과정의 일부 불확실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만 언급했다.

정부의 ‘치적’ 홍보에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냉소적이다. 시장의 실태에 눈을 감고 향후 우려되는 전망도 간과했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대란은 ‘일부’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가격 오름세가 가파르다. 7월은 통상적으로 임대차 시장의 비수기임에도 전세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주간 전세가격지수는 0.13% 오르면서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금 상승은 강남(0.27%)이 이끄는 가운데 재건축 이주수요가 쏠린 서초구(0.30%)를 비롯해 양천구(0.25), 동작구(0.12%)의 상승 폭이 컸다. 지난 6월의 월간 전세수급지수도 117.2로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세수급지수는 높을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전세가격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에서 체결된 전세계약 81건 중 13건(16%)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전용면적 133.37㎡(25층)는 이번달 전세 계약가격만 27억원에 달했는데, 종전 최고가보다도 6억원 높은 금액이다.

강남이나 신축이 아닌 용산구 한강자이에클라트 전용 84.73㎡(16층)는 지난달 종전 최고가보다 2억원 가까이 오른 7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지난달에는 중·저가 단지 밀집 지역인 관악구 봉천동의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단지 114㎡(13층)가 11억 3000만원에, 구로구 신도림동의 대림e편한세상 4차도 같은 달 117.74㎡(18층)가 12억원에 각각 전세 거래됐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연합뉴스
◇ 전문가들 “‘이중 가격'의 조삼모사… 갱신계약 끝나면 큰 충격 올 수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임대차3법 홍보는 자화자찬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특히 갱신된 계약들이 기간 만료될 경우 충격이 더 커질 가능성도 우려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 전·월세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이중가격 구조”라며 “정부 주장처럼 갱신계약의 경우에는 안정화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계약기간이 끝나면 신규계약 시장의 흐름대로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22년 8월 임대차3법 통과 2주년이 지나면 신규계약 가격으로 조정되는 과정에서 시장, 특히 임차인들에게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교수는 또 “정부는 계약갱신율이 80% 수준까지 올랐다고 홍보하지만, 달리 말하면 세입자들이 내 집을 마련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에 부동산 시장이 너무 과열돼 어쩔 수 없이 눌러앉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급이 충분하다면 임대차3법이 없어도 임대인들이 알아서 임차인을 모시려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공을 들여야 할 것은 임대차 3법의 정착 여부가 아니라 공급 부족의 해결”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정부 주장은 요컨대 ‘계약 갱신에 성공한 임차인들은 잘됐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2년 후에는 결국 오를 대로 오른 시세대로 신규임대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삼모사’가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주장대로 임대차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여도 단기적 효과에 그친다는 의미다. 특히 매매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전세가격만 안정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되는 물량들로 상승 폭이 한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착시효과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임대차3법은 임차인들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만 있어 보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임대인들에게는 모두 부정적이라는 뜻”이라며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내보낸 세입자들은 오히려 이도 저도 못하고 더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인·임차인 간 갈등을 늘렸고, 전월세 상한제는 반전세·월세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야기했다”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인·임차인의 사적 자치에 의해 임대차 기간을 자유롭게 정하도록 유도하고, 전월세 상한제는 급등지역에만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등 시장원리에 맞게 수정·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제대로 된 전문가 공청회라도 거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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