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4135 기사의 0번째 이미지세계적인 물류 호황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지게차 등 산업차량 시장 공략을 위해 두산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나란히 사업 재정비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지게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이들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어서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과 현대중공업그룹은 구조 개편을 통해 지게차를 생산하는 산업차량 사업 강화에 나섰다. 두산은 지난 7월 (주)두산 산하였던 산업차량 사업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분할한 뒤 두산밥캣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대건설기계 산하였던 현대산업차량은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를 자회사로 둔 현대제뉴인이 오는 12월 인수할 예정이다.
현대제뉴인이 직접 투자·육성함으로써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사업 개편은 기존 사업 구조로는 세계 시장 성장성과 수요를 좇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7% 넘게 성장하다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위축됐던 세계 산업차량 시장은 전자상거래 폭증과 수출입 물량 확대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장분석기관들은 산업차량 시장이 2023년까지 4~5%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한다.
그동안 두산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산업차량 사업은 비주류로서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두산산업차량은 (주)두산에서 인쇄회로기판(PCB)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을 생산·공급하는 전자BG와 함께 사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매출 비중이 작지는 않으나 사업 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었다. 현대사업차량의 경우 상반기 매출이 2326억원이었는데, 이는 현대건설기계 전체 매출의 12%에 불과했다.
양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사업재편 배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북미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소형장비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며 "국내외 유통망 공동 활용, 무인자동화 기술을 비롯한 연구개발(R&D) 협업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뉴인은 "산업차량은 선진국 배기가스 규제와 자율주행 기반 무인화 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제뉴인이 산업차량을 맡아 투자를 확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산업차량 인수 이유를 설명했다. 5~6년 내 상장 계획을 밝힌 현대제뉴인의 경우 상장을 위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는 만큼 자체 매출을 내는 사업을 보유하는 것이 기업가치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산업차량 사업 재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 산업차량은 당장 밥캣 브랜드만 장착해도 판매량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현대산업차량도 인프라스트럭처(건설기계)가 아닌 물류사업으로 분류되면서 제자리를 찾은 만큼 향후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의 산업차량 사업 성패 여부는 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 기술과 무인화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에 달려있다. 고도화된 물류 솔루션 제공도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두산밥캣은 친환경 엔진을 바탕으로 미국 장비 렌탈 업체와 지게차 수주 협상을 벌일 정도로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은 만큼, 일본 도요타와 독일 키온 등 세계적 업체들과의 격차 줄이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소형 수소지게차 개발에 나서는 등 친환경 수요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게차는 굴착기보다 공급업체 수가 1.5~2배에 달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며 "고객이 원하는 사양의 제품을 빠르게 내놓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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