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위클리반도체]
입력 2021/11/13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 지속 증가에도
웨이퍼 업체 보수적 투자기조에
내년도 수급 미스매치 가능성
사진제공=삼성전자
[MK위클리반도체]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의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광범위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웨이퍼 부족까지 현실화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웨이퍼는 반도체를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판을 의미합니다. 실리콘 등으로 만든 기둥을 일정한 두께로 썰어 원판을 만들고 전자회로를 새긴 뒤 이를 절단하면 반도체 칩이 되는 것인데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36억4900만제곱인치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하며 분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간 출하량 역시 전년 대비 13.9% 증가한 139억9800만제곱인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SEMI는 2024년 웨이퍼 출하량이 160억3700만제곱인치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SEMI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웨이퍼 출하량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내년부터는 오히려 웨이퍼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신에츠케미칼과 섬코,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스 등 전 세계 주요 웨이퍼 업체들은 증설을 확정하거나 계획하고 있는데요. 세계 2위 업체인 섬코의 경우 지난달 2287억엔(약 2조4000억원)을 투자해 12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웨이퍼 업체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이 이를 뛰어넘으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생산능력(CAPA)을 확장하고 있는 반면 웨이퍼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보였다"며 "TSMC나 삼성전자 등 구매력이 높고 이미 장기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과 달리 중소업체들은 내년 웨이퍼 부족 현상을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웨이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원재료 비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입니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한다면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2조314억원어치의 웨이퍼를 매입했습니다. 이는 전체 원재료 비용 가운데 8.1%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465억원의 웨이퍼를 매입했으며 이는 전체 12%에 해당합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통해 "지난해에는 웨이퍼 등의 원자재 가격이 글로벌 경기 성장 둔화로 단가 상승세 둔화가 지속됐다"면서도 "최근 차량용 반도체를 시작으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향후 원자재 가격은 반도체 시장 상황에 연동한 수요자와 공급자의 투자에 따라 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달 개최된 반도체대전(SEDEX)의 부대행사로 열린 반도체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김영우 SK증권 센터장은 "웨이퍼 공급업체들은 생산시설 투자에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어 신규 시설투자 없이 감당할 수 있는 공급량은 올해 한계치에 다다를 것"이라며 "웨이퍼 수급이 어려워 반도체 품귀현상이 2023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 SK실트론은 향후 5년간 6억달러(약 7092억원)를 투자해 미국 웨이퍼 투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SK실트론의 미국 자회사 SK실트론CSS은 최근 이 같은 투자계획이 담긴 서한을 미 상무부에 제출했습니다. SK실트론CSS는 반도체 제조사는 아니지만, 반도체 원료가 되는 웨이퍼를 생산해 미국 상무부로부터 공급망 자료 제출 요청을 받았는데요. 이 서한에서 SK실트론CSS는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글로벌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수요 역시 늘고 있다"며 "SiC 웨이퍼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향후 5년간 6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SiC 웨이퍼는 실리카(SiO2)와 카본(C)을 고온으로 가열해 만드는 인공 화합물 실리콘 카바이드를 소재로 한 제품입니다. 내년도 공급 부족 현상 전망이 나오는 실리콘 웨이퍼와는 달리 높은 전압과 온도를 견디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로 전기차의 전력 반도체용 웨이퍼로 사용돼왔는데, 최근 전기차 생산이 늘며 관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한 웨이퍼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계속 실리콘 웨이퍼 최대생산량을 경신하고 지속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웨이퍼 업체의 증설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웨이퍼 업체 입장에서는 고객사의 명확한 요청이나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투자나 증설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증설을 결정한다 해도 증설 완료 후 가동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돼 그사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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