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F

EMC홀딩스 밸류업 성공, 경영진과 주주 '합작품'" 김태엽 어펄마 대표

Bonjour Kwon 2022. 10. 6. 21:00


[2021 더벨 M&A 포럼] "성과보상·전략방향 수립 등 주효"
한희연 기자 | 공개 2021-07-26

코로나19로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이 펼쳐진 지난 1년여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이 몰렸던 섹터는 단연 폐기물 처리를 필두로 한 환경관리사업이었다. 몇 차례 이어진 대규모 환경관리기업 M&A 딜 중 'EMC홀딩스' 매각은 가장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로 회자됐다.

450억원을 투입해 1조원 이상에 매각하면서 수익률 면에서 업계 놀라움을 자아냈지만 이면에는 11여년간 지속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의 고뇌와 전략적 판단이 자리했다. 특히 오랜기간 함께해 온 경영진들의 잠재력을 믿고 적절한 성과보상체계를 마련한 점은 기업가치 상승의 키워드로 작용했다. 또 매크로 환경 변화에 맞닥뜨렸을 때 핵심 역량인 수처리 부문에 집중하며 전략적으로 밸류업 작업을 진행한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22일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21 더벨 M&A 포럼'에 발표자로 나선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대표(사진)는 "EMC홀딩스는 결과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안겨줬지만 투자 기간이었던 지난 11년간 '멜로→호러→액션→애정' 장르를 모두 경험했다고 할 만큼 다이내믹한 여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진에 대한 믿음과 주주사로서 적절한 방향 설정이 결국 양측의 합작품으로 해피엔딩의 결론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어펄마캐피탈이 EMC홀딩스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이다. 당시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지분 35%를 450억원에 취득하며 소수지분 투자를 시작했다. 공기업이 모태였던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민영화 이후 국내 수처리 운영·관리 사업 부문에서 업계 1위의 점유율을 차지하던 업체였다. 어펄마캐피탈은 O&M 사업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능력과 물 산업의 성장성에 베팅,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입장인 2대주주로 투자했다.

하지만 소수지분 투자 7년이 지난 2016년 즈음의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두번의 상장(IPO)시도가 실패하고 매출이 감소하며 코오롱 그룹 내에서도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인건비 상승과 전력비 상승, 슬러지 해양투기 금지 등으로 소각 및 매립비용이 증가했고 이는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지며 수처리 산업의 매력도는 점점 떨어져갔다.

게다가 당시 수익성 하락을 타개하고자 시도했던 수소전지, 원자력발전소 O&M 등 신규사업 등은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며 다각화 전략의 실패라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김 대표는 회상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LG그룹이 하이엔텍을 인수하며 수처리 부문에 진입하고, 태영그룹의 TSK가 약진하는 등 수처리 사업 부문의 경쟁도 점차 심화되면서 업계 1위의 입지도 내줘야 했다. 이른바 '3중고'의 상황에서 2대주주인 어펄마캐필탈은 투자 지속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풋옵션 등을 보유한 투자였기 때문에 일정부분 수익을 얻고 지분을 모두 털어버릴 수도 있었다. 다른 인수자에게 지분을 매각해 엑시트하는 방법을 놓고도 고민했지만 마지막 선택지는 경영권 지분까지 모두 매입해 밸류업에 나서기로 의기투합했다.

2016년 어펄마캐피탈은 나머지 65%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바이아웃 투자로 형태를 변경했다. 김 대표는 "3중고의 입장에 처해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업이라고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했다"며 몇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어펄마캐피탈은 수처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데 반해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에 주목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여전히 EMC홀딩스는 수처리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높은 재계약율을 감안하면 사업 안정성은 상당했다.

김 대표는 "수주잔고와 매출액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다 현금창출능력 또한 유효했다"며 "원가절감이나 추가 성장 가능성만 잘 찾아낸다면 충분히 좋은 투자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아웃 투자로의 전환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7년간 호흡을 맞춰온 경영진들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이었다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바이아웃 투자 전환 후 어펄마캐피탈이 신경 쓴 부분은 크게 두가지다.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일할 맛 나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성장을 위한 큰 방향성을 잘 설정하는 것이다.

어펄마캐피탈은 가장 먼저 KPI와 보상체계를 확 바꿨다. 돈버는 사람들에게 실제 확실한 보상을 할 수 있게끔 인센티브 제도를 투명하게 만들고 이를 영업전략과 연계시켰다. 김 대표는 "바이아웃 이전과 비교했을 때 추가로 고용한 임원은 CSO 한 사람 뿐"이라며 "나머지 경영진은 이전과 그대로 유지하며 신뢰를 지켜나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경사업의 밸류체인에도 주목했다. 어펄마캐피탈은 근간인 수처리를 강화하면서도 파생되는 사업인 소각, 매립, 폐유 정제 부문을 추가해 환경관리 밸류체인 완성을 실현시켰다.

이 과정에서 내부통제강화 또한 힘썼다. 김 대표는 "영국계 펀드였던 어펄마캐피탈은 투자회사에도 상장사 수준의 준법감시체제나 ESG 정책을 요구하는 측면이 컸다"며 "아직 사업재편이 이뤄지지 않았던 당시 환경관리사업 시장에서 높은 수준의 내부통제 도입 등은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종합환경관리기업으로의 목표에 따라 폐기물 매립과 소각 등 부문을 추가로 인수하며 환경관리 밸류체인이 차차 완성되어 갔다. 바이아웃 전환 후 4년간 6개의 기업을 볼트온 하며 종합환경관리 플랫폼으로 거듭난 셈이다. 김 대표는 "수처리를 근간으로 소각과 매립 등을 붙여 플랫폼이 완성되자 시너지가 상당했다"며 "이전에는 수처리 비용증가를 야기했던 부분은 오히려 수익창출 영역으로 전환됐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폐기물 처리 부문을 볼트온했지만 어펄마캐피탈은 비즈니스 근간이었던 수처리부문을 등한시하지 않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본진이 털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수처리부문도 강화한 결과 점유율 부문에서 1위를 탈환했다"며 "본업이 탄탄하다는 인식에 경영진들도 보다 여유를 갖고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바이아웃 전환후 4년간 진행한 '컴퍼니 리빌더 전략' 결과 EMC홀딩스의 매출액은 2016년 2600억원 수준에서 2019년 3893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같은기간 339억원에서 919억원까지 증가했다. 2020년 초 본격 매각작업을 시작한 어펄마캐피탈은 결국 1조5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SK건설에 EMC홀딩스를 매각했다.

김 대표는 11년간의 투자기간에 대해 "성공적인 기업가치 상향은 결국 경영진과 주주의 공동작품"이었다며 "7년의 고생을 딛고 4년간의 달린 끝에 행복한 결말을 맺은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