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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굴리는 노란우산 CIO “대형 연기금보다 수익 선방…부동산 대출 시장 눈여겨본 덕”

Bonjour Kwon 2024. 3. 21. 04:04

[인터뷰] 20조 굴리는 노란우산 CIO “대형 연기금보다 수익 선방…부동산 대출 시장 눈여겨본 덕”
이도윤 자산운용본부장 인터뷰
올해 8월까지 운용 수익 8107억원
에쿼티 대체투자 확대는 시기상조

노자운 기자
입력 2023.10.10. 06:00 | 수정 2023.10.10. 11:33

이도윤 노란우산공제 자산운용본부장(CIO)이 9월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흥구 기자
이도윤 노란우산공제 자산운용본부장(CIO)이 9월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흥구 기자
노란우산공제는 올해 16돌을 맞은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공제 제도다. 영세한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폐업 등으로 생계를 위협 받을 때 공제금을 돌려줘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노란우산의 저력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드러났다. 눈물을 머금고 가게 문을 닫는 등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공제금에 대한 압류가 법적으로 금지돼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노란우산의 누적 가입자는 171만명, 납입부금은 23조원에 달한다.

21조원의 운용 자산(AUM)을 굴리는 이도윤 자산운용본부장(CIO)이 “특별히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본부장에겐 자영업자들의 ‘최후의 보루’를 지켜내야 할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도 안전성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앞서 경찰공제회에서 두 번이나 CIO를 맡은 데 이어 노란우산에서도 연임에 성공한 ‘베테랑’이지만, 사회적 안전망을 운용하는 일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이 본부장을 만났다. 마침 노란우산은 사모펀드 운용사(PE)를 대상으로 한 정기 출자 사업 마무리에 한창이다. 2600억원을 총 6개 PE에 골고루 나눠 출자할 계획이다.

─그동안 노란우산은 일반 부문과 루키리그로 구분해 지원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좀 달라졌다. 대형·중형·소형으로 구분했다(대형 리그에서 600억~700억원을, 중형 리그에서 400억~500억원을, 소형 리그에서 2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이런 변화를 준 이유는.

“일반 리그를 통합 선발하다 보니 아무래도 트랙 레코드(투자 실적)이 좋은 대형 하우스 위주로 뽑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대형 딜에 대한 쏠림 현상을 낳을 수밖에 없다. 반면 루키 리그는 경쟁률이 굉장히 낮았다. 두 곳을 뽑는데 두 곳만 지원하는 사례도 있었다. 루키 리그의 운용사(GP)는 트랙 레코드가 있어야 하고 앵커(주요) 출자자(LP) 확보라는 조건까지 충족해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중·소 리그로 나눠서 선발하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일반 리그를 대형과 중형으로 나누는 한편 루키를 소형 리그에 포함시킨 것이다.”

─분류 체계를 재편한 결과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의도한 효과가 있었나.

“신설된 중형 리그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대형 리그는 이름난 PE들끼리 경쟁해야 하니 힘들고 펀드 사이즈가 커 소진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쪽에 지원해야 할 대형 하우스들이 목표 펀드 사이즈를 줄여서 중형 리그에 도전한 것이다. 대·중·소 리그가 하우스의 AUM이 아닌 특정 펀드의 결성 규모를 기준으로 나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내년 출자 사업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중형 리그의 펀드 결성액 상한선을 낮추는 등의 방법을 고려 해봐야 할 것이다.”

─경찰공제회에 이어 노란우산공제에서도 CIO로서 연임하며 기록을 세웠다. 이 본부장 만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CIO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운용성과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공제금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곳이다. 수익률 방어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의 지난해 운용 수익률은 -1.88%로 다소 부진했지만, 자산 배분이 유사한 국민연금(-8.2%), 사학연금(-7.8%), 공무원연금(-6.0%)에 비하면 선방했다고 자평한다.”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노란우산공제의 대체투자 비중은 28% 정도로 다른 공제회에 비해 꽤 낮다(지방행정공제회는 80%가 넘으며 과학기술인공제회와 군인공제회는 70%대 중반이다). 내가 2021년 CIO로 취임한 후 그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조금씩 높여가겠다고 밝혔지만, 작년까진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 가액 조정을 유연하게 할 수 없지 않나.

또 주식 비중을 작년 초부터 선제적으로 줄이는 한편, 하반기부터는 채권 금리가 많이 오르자 고금리(5%대 후반) 우량 상품 위주로 보유 비중을 늘렸다. 우리는 트리플B(BBB등급) 채권은 사지 않는다. 리스크가 크지 않은 우량 채권 가운데 일시적으로 마찰적 요인 때문에 금리가 높게 나오는 상품들을 선호한다. 올해 8월까지 운용 수익이 810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손실(3590억원)을 보전하고도 남는 규모다.”

─대체투자를 제한된 범위 내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출 금리가 많이 오르지 않았나. 노란우산공제는 이미 올해 초 국내 부동산 대출 블라인드 펀드에 총 3000억원을 투자했다(코람코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이 선정됐다).

반면 에쿼티(지분)의 경우 아직 시장 가격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았다고 본다. 올해 말이나 내년은 돼야 조금씩 조정되리라 본다. 그래서 우리는 클로징이 임박해 곧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하우스는 선정하지 않고, 지금 막 펀드 결성을 시작한 곳들 위주로 선발했다. 그런 하우스들은 에쿼티 가격이 조정된 이후에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테니 말이다.”


이도윤 노란우산공제 자산운용본부장(CIO)이 9월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흥구 기자
─2025년 대체투자 비중을 3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어떤 식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인지.

“국내에선 매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블라인드 PE·벤처캐피털(VC) 출자 사업을 계속하는 한편, 안정적인 구조의 우량 기업에 대한 인수금융을 중점적으로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전체 AUM 중 기업 투자 비중이 11%이며, 그 중 11%가 인수금융이다. 해외에서는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갖고 있는 사모대출펀드(PDF) 운용사를 선정할 것이다.

실물 자산 중에서는 당분간 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물가에 연동돼있는 인프라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전체적인 대체투자 비중은 중장기적으로 계속 확대해나갈 것이다. 올해 말은 28% 수준(기업 11%, 실물 11.5%), 2025년 말까지는 33%를 예상한다.”

─사모대출시장을 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을 한다고 해도 PDF 시장이 계속 견조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인하로 전환한다고 해도,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 태도와 M&A시장에서 인수금융 수요 증가 등이 PDF 시장에 계속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또 PDF는 저금리 상황에서 채권에 비해 경쟁력 있는 수익률 실현이 가능하다.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본부장 취임 후 노란우산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나.

“운용역들에게 더 많은 연구와 발표를 독려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나 노르웨이 연기금 등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직접 공부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산의 카테고리를 지역, 성격 별로 세분화해서 면밀히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어느 나라 연기금이 어디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가령 이들이 부동산 투자를 한다면 코어(core·안정적인 빌딩 등에 투자해 10% 미만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 전략을 쓰는지, 아니면 코어플러스(core-plus·코어보다 기대 수익률이 좀 더 높고 위험성도 큰 전략)인지, 밸류애디드(Value-added·16~19%의 수익률을 기대하며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전략)인지 나눠서 들여다봐야 자금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또 80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를 6~7명의 운용역에게 골고루 분배해 각자 책임감을 갖고 운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자기 이름을 걸고 운용하다보니 더 능동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우리 운용역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얘길 외부에서 많이 듣고 있다. 중기중앙회 안에서도 우리 공제가 가장 인기 있는 조직 중 하나다.

자산운용위원회의 외부 위원도 기존 5명에서 8명으로 늘려 전문성을 강화했고, 내부 투자심사협의회는 5명에서 12명으로 늘렸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 외에 자산 운용 시스템을 개선한 부분이 있다면.

“세컨더리 펀드에 출자할 경우, GP가 아닌 LP가 리드하는 펀드 위주로 선택하고 있다. 컨티뉴에이션 펀드(특정 자산을 장기 보유하기 위해 만드는 펀드)에는 가급적 투자하지 않는다.

커미션(보수)이 지나치게 큰 상품도 지양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펀드의 경우 한번 판매될 때마다 1%의 수수료가 남는다. 우리에게 파는 사람이 많은 보수를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500억원짜리를 하나 산다면, 5억원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다. 내가 취임한 후 그런 상품들은 더 이상 사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해외 투자 시 환헤지 정책을 변경해 해외주식 환오픈을 원칙으로 삼았다. 환헤지 비용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다. 위탁 펀드 평가 및 관리 기준도 신설했다. 운용 수익률과 변동성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상위 등급을 받은 펀드에 증액을 하는 반면 하위 등급 펀드는 감액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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