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1
최근 88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조성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르메르디앙호텔 부지 개발사업이 신용리스크 분산에 나섰다.
연초 PF유동화증권 중 일부의 만기를 단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유동화회사를 추가로 설립해 자금조달 경로도 분산했다.
지난해 말 브릿지론 연장에 성공하며 자금 순환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지만, 업계 전반의 PF리스크 우려를 의식해 유동성 관리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르메르디앙 호텔부지 개발사업의 PF 대출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힐스테이트베스트제일차가 유동화증권 발행계획을 변경했다.
힐스테이트베스트제일차 SPC는 1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지난해 9월27일부터 발행했다. 2회차까지는 기존의 계획대로 발행과 상환을 반복하며 일정을 마쳤다. 그러다가 3회차에는 기존의 만기일을 2개월 가량 단축하며 차환주기를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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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4회차의 발행과 상환을 마무리한 뒤 5회차에서 또다시 유동화증권 발행계획이 변경됐다. 이번에는 기존의 발행액 1000억원 중 700억원만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나머지 300억원은 새로운 SPC인 포인트유니트에 대출채권 양수도 계약을 통해 넘겼다.
이는 1000억원의 PF 대출금 중 힐스테이트베스트제일차가 700억원을 담당하고, 나머지 300억원은 포인트유니트가 나눠 조달한 셈이다.
힐스테이트베스트제일차가 5-1회차 발행한 700억원의 만기일은 올해 7월2일이다. 자산관리사는 이베스트투자증권으로 해당 유동화증권의 매입보장으로 신용보강에 나섰다.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연대보증을 섰다.
반면 포인트유니가 새롭게 발행하는 300억원 규모의 유동화증권은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로 만기일이 올해 9월 27일이다. 차이점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유동화증권 매입보장 조건이 빠지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연대보증만 남았다.
르메르디앙호텔 부지는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에 위치해 사업성이 높은 편이다. 아울러 지난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해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도 수정 가결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전반의 PF리스크가 남아있어 주관사에서도 유동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발행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분석된다.
르메르디앙호텔은 개발사업을 통해 기존 호텔을 허물고 지하 7층~지상 31층의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착공 예정일은 2025년 4월이며, 준공은 2029년 4월 목표다.
개발사업의 시행법인은 프로젝트목적회사(PFV) 마스턴116호 강남프리미어 프로젝트금융투자㈜다. 이 회사의 주주구성은 ▲웰스어드바이저스(55%) ▲현대건설(29.99%) ▲마스턴투자운용(5%) ▲메리츠증권(4.01%) ▲메리츠화재(3%) ▲메리츠캐피탈(3%) 등으로 이뤄졌다.
르메르디앙 호텔부지 개발사업은 부지와 건물의 매입 금액만 7000억원에 달한다. 2021년 7700억원의 PF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추진했고 지난해에는 조달규모가 8800억원까지 늘었다. 브릿지론은 선순위 5300억원, 중순위 2000억원, 후순위 1500억원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유동화증권 발행구조를 변경한 SPC는 모두 브릿지론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회사들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유동화회사를 분산해서 자금을 조달하면 각각의 유동성을 독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전체 프로젝트에 미치는 리스크를 좀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joon@dealsit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