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4월 24일 17:00 더벨
현재의 지급률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공제회의 해외·대체투자 확대를 막을 길은 없다. 그렇다면 향후 쟁점은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양질의 운용인력과 리스크 관리 인력을 확보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하지만 자산 규모가 10조 원 이하의 공제회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상당한 비용부담이 따르는 고급인력 확충과 시스템 구축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다수의 공제회를 묶어 투자풀(pool)을 조성하는 방안이 대안이라고 조언한다.
◇허울뿐인 외부 위원회…전문성·객관성 결여
최근 국내 주요 공제회들은 수익성 개선 방안과 리스크 관리 향상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골자는 담당 조직의 신설과 관련 인력의 충원이다. 공제회가 자산 운용 과정에서 거치는 위원회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자산운용위원회와 투자심의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이다. 대형 연기금과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다. 위원회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자산 운용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춘 외부위원의 의견을 들어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다.
(자료: 국민권익위원회)
*기준일: 2013년 10월
문제는 각 공제회가 확보한 외부전문가 수가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10월 말 기준 주요 6개 공제회(교직원·군인·경찰·행정·소방·과학기술인) 중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외부위원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교직원공제회(5~7명)와 과학기술인공제회(3명) 뿐이다. 자산운용위원회에 외부위원이 참여 중인 곳도 교직원공제회(5~7명)와 경찰공제회(4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3곳은 외부위원이 전혀 없다. 행정공제회는 필요 시에만 외부위원을 참여시키고 있다. 그나마 투자심의위원회는 소방공제회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이 외부위원과 함께 결정을 내리고 있다.
공제회가 구성한 외부전문가 풀도 미흡한 점이 많다. 원칙대로라면 주식, 채권, 부동산, 사모투자펀드(PEF) 등 투자 대상에 따라 다양한 전문가를 풀로 확보해놓고, 이중 투자 건별로 무작위로 추첨을 해 위원회에 참여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는 곳은 50명을 확보한 경찰공제회 뿐이다. 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는 각각 14명, 행정공제회는 11명, 과학기술인공제회는 8명에 불과하다. 소방공제회는 전혀 없다.
(자료: 국민권익위원회)
*기준일: 2013년 10월
외부전문가 풀이 적으면 운영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기 마련이다. 외부전문가 한두 명이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여러 자산을 평가하면 전문성이 결여되거나, 투자 건마다 매번 같은 사람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외부전문가 풀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은 각 위원들끼리 담합하거나 업체의 로비를 받을 우려를 없애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며 "국민연금의 경우 위원회를 개최할 때까지도 누가 참석하지는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공제회 내부 인력도 부족하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외부에서 운용과 리스크 전문가를 영입하기 보다는 내부의 비전문가를 앉히는 게 현실이다. 당장의 수익률 상승에 도움 되지 않는 리스크 관리 인력을 영입하는 일은 생각지도 못한다. 대형 공제회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채권 투자를 담당하는 인력이 주식, 대체투자, 파생상품 등 모든 자산을 도맡아 운용했다"며 "리스크 관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자풀 조성하면 별도로 리스크 인력 갖출 필요 없어
전문가들은 공제회의 운용 및 리스크 관리 능력은 자산 규모에 비례한다고 조언한다. 23조 원 규모의 교직원공제회를 제외한 나머지 공제회들은 운용과 리스크 관리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에게 삼성전자 수준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중소형 공제회가 수지타산도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리스크 능력을 키우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지목되는 방안은 투자풀 조성이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연기금투자풀과 비슷한 형태로, 중소 규모의 공제회 자금을 묶어 대형화시킨 뒤 주간운용사를 선정해 맡기는 식이다. 공제회는 별도의 운용과 리스크 관리 인력을 갖출 필요가 없어지고 투자풀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효율성이 높아지게 된다. 투자풀이 대체투자에 나설 경우 투자 규모의 확대로 협상력이 커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제회의 문제점으로 지목돼온 투명성도 개선될 수 있다. 특정 자산에 치우치지 않는 분산투자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준 서울대 교수는 "자산 규모 1조 원 미만인 공제회들은 대형 공제회보다 운용 및 리스크 관리 능력이 한참 뒤떨어지지만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리스크 높은 해외나 대체투자에 매달리고 있다"며 "투자풀 조성은 중소형 공제회들에게 안정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해주고 분산투자를 가능케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공제회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일정 규모가 되는 공제회들의 경우 다양한 투자 경험을 지니고 있다"며 "투자풀을 통해 상호 간 투자 정보 및 전략 등을 교류하거나 타 공제회로부터 노하우 등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풀에도 단점은 있다. 우선 투자풀에 지불하는 수수료 때문에 수익률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연기금투자풀의 경우 주간운용사의 연간 보수는 5.8bp이고, 개별운용사는 주식형 16bp, 채권형 10bp, MMF 4bp다. 자금을 맡기는 수익자는 투자 형태에 따라 10~20bp 만큼의 수익률이 하락하는 셈이다.
채 교수는 "대형 공제회도 미흡한 수준이나, 중소형 공제회의 경우 운용 인력이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연기금투자풀처럼 공제회도 효율적인 자산 운용을 위해 별도의 투자풀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투자풀을 활용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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