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기자 (jbcho@ebn.co.kr) l 2014-05-12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전망이 점차 비관적으로 바뀌면서 업계의 재편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이 범용 제품에 이어 고부가가치 제품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데다 중동의 에타크래커 및 미국 셰일가스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산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화학업계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한편 신사업에 진출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독일 바스프(BASF)와 함께 전 세계 1~2위를 겨루는 다우케미칼의 가성소다(CA·Chlor-Alkali) 및 염소유도체 사업 인수를 검토 중이다.
다우케미칼은 사업부문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CA 및 염소유도체 사업 분리 매각 방안을 발표했다.
다우케미칼의 매각 대상은 전 세계 총 11개 단지의 40개 제조설비, 2천여명의 임직원으로 관련 사업 매출은 50억 달러(한화 5조3천억원) 규모다. 총 매각 가격은 3조5천~4조5천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주요 매각 대상은 미국 프리포트 소재 CA/비닐 공장 및 Chlorinated Organics 공장, 유럽·한국·중국·브라질 소재 Epoxy(ECH) 사업 등이다.
이 밖에도 한화케미칼은 KPX화인케미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저가 원료 공급을 위해 미국내 에탄크래커 합작 사업 및 이라크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GS에너지는 코스모신소재의 인수를 추진, 기존 대형 2차전지 중심에서 소형 2차전지용 양극재로 사업 확장에 나선다.
코스모신소재는 소형 2차전지 소재 생산설비를 갖췄기 때문에 인수 성공 시 GS에너지는 2차전지 사업 역량이 확대된다.
2차전지용 양극활물질은 2차전지의 핵심소재로 전지의 충·방전에 주요 역할을 하는 재료. 핸드폰,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등 디지털 모바일 기기, 전동공구, 자동차용(HEV) 등에 폭 넓게 사용된다.
LG화학은 수(水)처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수처리 필터 업체인 NanoH2O를 인수한다고 최근 밝혔다. 약 2억 달러를 들여 NanoH2O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NanoH2O社는 자체 기술로 해담수용 RO(Reverse Osmosis : 역삼투압)필터를 생산하는 벤처기업으로, 미국 LA에 본사 및 R&D센터를 운영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 기능성 필터를 첫 상업생산 후 33개국 100여개 현장에서 RO필터를 적용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NanoH2O社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며 "NanoH2O 인수를 통해 핵심 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수처리 필터 분야 세계적 메이저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버 기업 화학사업 축소…신소재 사업 '눈독'
▲ 미래형 소재의 M&A 거래 빠르게 증가ⓒLG경제연구원
글로벌 화학 기업들도 후발기업들의 추격이 가까워지면서 미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전략으로 M&A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꼽히는 GE와 듀폰(DuPont) 등이 과거 5~10년 전부터 전개해온 사업재편 방향이기도 하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최근 M&A 활용을 보면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미래형 신소재 사업 인수 및 강화시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미래형 소재는 대부분 도입기거나 성장 초기에 있는 만큼 역량을 확보하고 시장을 개척하면 상당기간 성장과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미래형 소재에 대한 M&A는 산업 불확실성이 커진 2010년을 전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투자 범위와 규모는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석유·가스 개발 관련 화학제품과 수처리 약품 및 소재도 새로운 미래형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형 소재사업에 대한 M&A는 서구 기업들간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IT나 에너지 관련 소재 등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부터 후발기업의 인수 참여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화학기업은 ▲환경변화에 대한 통찰과 위기 본질 고민 ▲성장 및 사업 고도화를 위한 M&A 적극 활용 ▲성장 수단 아닌 사업구조 재편 활용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화학기업들은 수십년간 성장 중심의 전략을 지속하면서 비효율과 대안없이 방치되는 사업들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사업들을 보유한 상태에서 계속 새로운 사업을 추가한다면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전략방향이 모호한 사업구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