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6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16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금융투자업의 현황과 발전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개선점으로 청사진 구축, 수수료에 인색한 문화 해소, 불필요한 규제 철폐 등을 꼽았다.
토론자로 참석한 데이비드 전 KDB운용 공동 대표는 "세계 경제는 역사적으로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며 "1997년 이전과 이후로 금융 시장이 버전 1, 2로 나뉘었다면 이제는 버전 3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앞으로 50년간 한국 금융시장에서 뭐가 필요할 지에 청사진을 그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청사진이 구축된 뒤에 그 목적과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새로운 금융투자업의 핵심 중 하나는 해외 진출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대규모 IPO가 줄어들고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데 한계가 있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는 한 금융상품이 늘어나기는 어렵다"며 "능력 있는 해외 투자자들과 손잡고 수익과 노하우를 가져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현 삼성자산운용 본부장도 "예전에는 서울을 글로벌 금융허브로 만든다는 명제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구호조차 없는 듯하다"며 "정책적인 큰 그림이 없는 게 아쉽다"고 밝혔다.
수수료에 인색한 투자 문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 대표는 "10억원을 벌어주고 5억원을 수수료로 준다면 5억원을 번 것인데 한국에서는 수수료가 아까워서 투자를 안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관습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혁선 미래에셋증권 상무도 "자산관리 시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데 자산관리 사업이 정착되기도 전에 수수료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위해서는 금융상품 추천 및 판매 인력을 키우려는 노력과 비용이 필요한데 수수료 경쟁이 먼저 일어나다보니 증권사들이 자산관리 사업을 키우려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펀드몰 자체가 어떤 의도에서 만들어졌던 간에 수수료 경쟁 일으키게 됐다"며 "과당경쟁으로 증권사가 자산관리업에 투자를 하지 못하면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수수료만 가지고 경쟁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규제는 불완전판매에 집중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승연 명지대학교 교수는 "정부 규제는 영업행위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파생상품이 위험하다면 기관투자자는 놔두고 일반투자자의 접근을 막아야 하는데 정부가 일괄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키다보니 금융투자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석록 한화증권 상근고문은 "금융투자업에는 항상 리스크가 존재하고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생기게 돼 있다"며 "(리스크를 미리 가정한) 선행적인 규제는 완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