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전세 품귀’ 타개책- 도심 주거 대안으로 제격. "협소주택".도심 자투리땅( 15평내외) 찾기부터!시작은 ‘일본’, 한국은 드물지만 달라지고 있어

Bonjour Kwon 2015. 2. 28. 08:01

2015.02.27 

 

#송파구에 사는 박 모씨(35), 이름있는 펀드회사에서 월급쟁이 7년차다. 낮은 은행 이자지만 한 푼 두 푼 저축에 힘을 쏟아왔다. 부모와 함께 사는 그는 독립생활을 속으로 외칠 뿐 아직도 엄두가 안 난다. 몇 억대의 아파트 시세만한 전세금을 아직 모으지 못했고, 최근 불어온 전세 품귀현상에 암울하기만 하다. 심지어 일부 전세가율(전세가격 대비 매매가격)이 90%에 달한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더욱 암담해졌다.

그러나 이젠 직장인들에게 한 줄기 빛이 생겼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세대란에 맞서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이른바 ‘협소주택'(狹小住宅)’이다.

‘협소주택’은 도심지에 자투리 땅을 사서 작게 지은 집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작지만 기능적으로는 뛰어나다. 이 집은 실용적인 주택을 원하는 사람 혹은 좁은 땅에 내 집을 지어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최적화된 주택이다. 또 “건물주가 되는 것이 목표” 혹은 “집은 꼭 사야한다”고 외치는 직장인에게 권하고 싶은 ‘내 집 마련’ 팁이기도 하다.

 

시작은 ‘일본’, 한국은 드물지만 달라지고 있어

협소주택은 일본에서 최초로 1951년에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약 50㎡(15.15평) 이하 토지에 세워진 좁고 작은 집을 뜻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거품경제 붕괴에 의한 땅값 하락으로 사람들의 도심회귀가 본격화되면서다. 일본 경제가 활황을 이루던 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도시 내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아파트, 주택 등의 매매 월세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도시에 생활권을 둔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했던 것.

이러한 일본 경제 여건의 변화로 인한 수요층의 증가는 협소주택의 활황을 이끈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불어 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건축사나 건설회사들의 사정도 크게 악화됐는데 이에 대한 타개책이 협소주택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협소주택이 많지 않다. 대부분 평생 한번 지을까 말까 한 단독주택을 좁게 지으려는 사람이 적고, 거주의 목적보다는 투자와 수익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전에 아파트 주거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굳이 도심에서 불편을 감수하면서 협소주택을 지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한국에도 협소주택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최근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전세 품귀현상을 비롯해 수도권 아파트 전세 매매가가 모두 상승하고 있어 ‘협소주택’은 눈여겨볼만한 주거 대안책이다.

 

나만의 협소주택 짓기, 제일 먼저 할 일은?

협소주택을 짓기에 앞서 자투리 땅을 찾아야 한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듯이 집을 지을 땅이 마련되어야 주택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후암동 협소주택. 출처=공감도시건축사사무소

서울 용산구 후암동 협소주택을 지은 이용의 공감도시건축사 소장은 “처음은 누구나 땅 찾기가 어렵다”며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자투리땅 찾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땅을 볼 때는 본인과 잘 맞는지 안 맞는지 봐야한다”며 “어디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지 살펴 보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는 평당 가격 대비나 층수, 면적 등 수치화된 방식으로 접근하지만, 땅은 본인과 맞는 라이프스타일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협소주택의 땅은 투자 개념이 아니고 주거를 위한 것으로 골라야 한다”며 “땅을 볼 때 교통편의, 직장을 고려해 지역을 우선 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후암동 협소주택은 4개 층을 모두 다른 구성과 배치로 이뤄진다. 대지면적은 62.10㎡(18.79평)이고 건축면적은 35.10㎡(10.62평)에 연면적은 119.06㎡(36.02평)이다. 이 소장에 따르면 협소주택 완공까지 걸린 기간은 3~4개월이고, 공사비 2억원 정도다.

   

▲ 과천 협소주택. 출처=윤집

경기도 과천에 협소주택을 짓고, 본인이 거주하는 윤병철 윤집 대표는 “자투리땅을 사려면 발품 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자투리땅 취급을 거의 안 하니까, 주말이나 시간 있을 때 직접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웹사이트 로드뷰나 지도를 활용해서 땅을 볼 수도 있다”며 “주변 관심을 늘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천 협소주택의 경우에는 지상 3층 규모로 버리는 공간 하나없이 효율적으로 설계됐다. 대지면적은 50.00㎡(15.13평)이고 건축면적은 25.31㎡(7.66평)에 연면적은 46.40㎡(14.04평, 발코니면적 포함 57㎡)이다. 윤집 대표는 "땅 값을 제외한 전체 공사비는 1억원(출장 경비 다 포함)정도고 완공기간은 3~4개월 정도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협소주택 시공시 고려해야할 점은?

우선 소규모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에 '협소주택' 전문업체는 없다. 그들도 실험 중이고 계속 배워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 하지만 10~20평형의 주택을 설계하는 건축사 사무소를 찾아야 한다. 시공업체도 대형주택과 같으면서 자재만 적게 들어가는 방식을 구사하거나 경험이 적을 수 있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주택을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곳에 의뢰하는 것이 좋다.

시공비가 저렴하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감재가 싼 재질이라던지 기능면에서 차이가 있다. 외장재의 종류와 내장재의 두께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주택박람회나 자재전시장에서 각각의 기능과 가격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면적 계산도 확실하게 해야한다. 시공사에서 제시하는 평수에 데크나 다락방이 포함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만일 33㎡짜리 주택을 구입했는데, 시공해놓고 보니 데크가 6.6㎡, 다락이 6.6㎡이어서 실제 바닥평수가 19.8㎡ 밖에 안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옵션 품목이 무엇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 토목공사나 정화조, 지하수 개발 같은 기초 기반 시설비는 건축주가 따로 해야 한다. 그외에 데크나 조명, 욕실과 주방, 난방설비 등은 총 건축비 안에 어떻게 포함되어 있는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비용은 생각의 변화를 주면 된다. 협소주택에는 목구조를 비롯해서 스틸 등 다양한 공법들이 있고, 그에 따라 건축비도 차이가 있다. 이에 건축주의 경제 사정과 자투리 땅의 자연환경 및 지역특성에 따라 적절한 공법을 선택한다면 전세 품귀현상으로부터 당당히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다.

윤 대표는 “협소주택이 기본적으로 면적이 작은 점은 어쩔 수가 없다”며 “그러다보니 수납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불필요한 짐들은 정리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계단으로 인한 수직동선이니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공간배치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소형주택, 주택시장 트렌드로 자리잡을까

현상훈 명지대 겸임교수는 최근 건축 트렌드를 ‘협소주택’으로 언급한 뒤 “일본에서 유행했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협소주택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건축주들의 개성이 요즘 자꾸 바뀌어서 본인들만의 주택을 갖고자 하는 젊은층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협소주택 말고도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 대표는 한국에 불고 있는 소형주택에 대해 “지속해서 협소주택은 인기가 있을 것”이라며 “흔하지는 않지만 계속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이용의 공감도시건축사 소장은 “협소주택이 아파트같은 공동주택과 비교해 가지고 있는 장점이 크지만 협소주택이 좋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수요자 성향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작지만 커 보이고, 좁지만 넓어 보이는 협소주택은 건축주가 어떤 설계와 건축을 결정하느냐에 따라 가격대와 결과물이 다양하게 나온다.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으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협소주택’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김유영 기자 wqkql90@econovill.com

<저작권자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